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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5 02:00
어엉? 내가 뭐?
그렇게 말하는 정대만 손에 들려 있는 거 송태섭이 따준 음료수 병. 송태섭이 비닐 까준 크림빵이었고, 입술에는 살짝 크림 묻힌 채로 닦을 생각도 안 하고 있고. 목에 둘러진 수건 마저도 송태섭이 대신 걸어준 거였음. 19살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이제 서른이 목전인 마당에 저러고 있어도 괜찮은 건지 권준호는 정말 친구로서 걱정될 따름이었음.

형. 입에 묻었어요.
하고 굳이 한번 닦은 맨 손으로 정대만 입가에 묻은 크림 떼어주는 송태섭. 권준호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고 송태섭은 어깨를 으쓱하며 웃어 보였음. 태섭이가 너무 힘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권준호였지만 둘 사이를 가장 먼저 알게 된 사람이기에 일부러 아무 말 않고 송태섭 어깨만 도닥거려줬음.



그런데 실제로는 권준호가 바라는 철든 정대만이 19살과 20살 사이 즈음의 어느 시기에는 실존했던 게 bgsd

윈터컵 앞 두고 합숙하던 날 밤. 채치수, 정대만, 송태섭이 가장 넓고 좋은 방에서 자게 되는데. 채치수는 인터하이 때도 그랬던 것처럼 긴장 풀러 멀리 산책 나가고 송태섭이랑 정대만만 방에 남게 되는데... 훈련 끝나고 온천 들어갔다가 노곤노곤 해진 송태섭이 별거 아니라는 것처럼 자기 속 얘기 시작했을 거임. 둘이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사이라서 툭하면 멜랑꼴리 해지는 분위기를 좀 환기시켜 보려는 송태섭. 언제 채치수가 돌아 와도 이상한 꼴 보이지 않게 하려고. 마침 날도 약간 서늘하고 고요한 게 자기 얘기 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거 같았음. 아무리 송태섭이래도 그 일들에 대해 털어 놓는 건 아직 좀 힘들었으니까. 아무튼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아버지 얘기, 형에 대한 얘기, 어머니와의 관계, 하나 뿐인 여동생에 대한 생각 같은 거 툭툭 털어 놓는데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음. 정대만도 처음엔 놀라는 것 같더니 점점 그냥 별 반응 없이 귀 기울여 들어줬고. 그렇게 모든 이야기가 끝났을 때, 정대만이 얘기해 줘서 고맙다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줬을 때 송태섭 안의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 어딘가가 조금은 아물었을 거임. 그렇게 좋게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 이후로 어딘가 묘하게 달라진 것 같은 정대만. 원래도 형 노릇 하는 거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묘하게 더 다정스러워졌다던가. 자기를 더 어린 아이 보는 것처럼 바라보는 눈길이라던가. 어딘가 어르고 달래는 것 같은 부드러운 말투라던가. 송태섭 처음에는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자꾸 그런 모습이 보이니까 괜히 자기 속 얘기를 해서 정대만이 변한 거 같고 그럼. 하지만 송태섭이 원한 건 자기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아줬으면 하는 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고 아버지와 형의 부재를 정대만이 채워줬으면 해는 건 더더욱 아니었어서 결국 폭발하게 된 거.


....동정하지 마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한테 그런 취급 받으면 나는....... 정말......
하면서 말도 다 못 맺고 그 큰 눈에서 눈물 뚝뚝 흘리는 송태섭. 정대만은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그냥 사귀는 사이니까 조금 더 잘해준다는 게 그만. 아니. 솔직히 그 얘기를 들은 게 아주 관련이 없지는 않다만. 아무튼 그래서 송태섭에게는 오히려 어리광 부리며 자기 챙겨줄 수 있는 타이밍을 더 만들어 보기로 노력하던 정대만. 정신 차려 보니 그냥 이제 송태섭이 없으면 내 손발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요-상태 되어 있었겠지. 송태섭도 언제나 내 곁으로 돌아오는 이 형에게는 내가 필요해. 하는 생각에 행복 연애 중이고. 그런데 이제 남이 볼 때는 연상이 지나치게 철딱서니가 없어 보이고 연하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씌우는 게 아닌가 싶은 그런ㅋㅋㅋ



태섭대만 료미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