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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3 00:34
넷 다 고등학생때 그저 좋은 선후배 사이일뿐 그 이상의 관계는 되지 못했던걸로

우태 미국가서 만나고 댐뿅 같은 대학 진학해서 타향살이 의지하며 지내다 보니 손도 맞추고 입술도 맞추고 하반신도 맞추는 사이 됨
그렇게 서로 짝이랑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면서 여느 커플들처럼 도란도란 사귀다가

어느날 문득 오랜만에 선배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생각이 나 궁금해진 송태섭
제일 최근에 들은 소식이 이명헌이랑 룸쉐어 한다는 거였는데 대만선배같이 생활력 없는 사람이 그 무뚝뚝한 이명헌이랑 잘 지낼지 걱정도 되고
...정말로 문득 오랜만에 생각이 난 거였을까

조금의 망설임 끝에 ... 뭐 어때 인연 깊었던 사이에 연락 해볼수도 있는거지 쿨하게 남자답게

선배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요?

정대만한테 문자 넣어보는 송태섭
몇시간 뒤에 식탁에 올려둔 전화벨 울리는 소리가 남
우성인가? 하고 보는데 화면에 '북산고 정대만' 떠있음
송태섭 굳어서 화면 들여다보다가 조심스럽게 전화 받음

여보세요?
태섭아 나야. 잘 지내지? 반갑다.

여전히 그때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안부를 물어주는 정대만임
송태섭 왠지 모를 말랑하고 미묘한 기분 느끼면서 자기도 살갑게 대답해줌

네, 전 잘 지내죠. 다들 건강한가요? 단나랑 안경, 아니 준호선배도 잘 있구요?
응 다 잘 있지. 어제는 준호랑 동오가, 아 너 산왕 최동오 알지? 걔도 이번에 우리 집 근처로 이사 왔거든. 아무튼 준호랑 동오가 놀러와서 진탕 술 마시다 갔어. 명헌이가 우리 침대에 땀 묻었다고 어찌나 구박을 하던지 준호가 불쌍해 보였다니까. 하하하.
....우리 침대요?

송태섭 뭔가 싸한 느낌에 조용히 되물어봄
그 분위기를 느꼈는지 정대만 목소리 살짝 웃음기 가신 채로 낮아짐

나 명헌이랑 사귀어.
네?
그렇잖아도 너한테 전화한 거, 미국 가려고 그런 거였어. 명헌이가 우성이 보고 싶어 하더라고.
우성이를요?
어. 너네 같이 살잖아. 명헌이가 오랜만에 후배 만나고 싶다고 해서. 명헌이 데리고 미국 가는 김에 너랑도 얼굴 보고 하면 어떨까 하는데. 괜찮아?

송태섭 그 뒤로 무슨 얘기 나누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남 당연히 괜찮다고는 했을거야 거절할 명분이 없잖아 송태섭이 이명헌이랑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라서 뭐 왜... 보고싶어하는지 냅다 물어보기도 좀 그렇고
그치만 우성이랑 이명헌 학교다닐때 친하게 지냈던 것도 맞고 보고싶어할수도 있지 그건 문제가 안되는데

정대만이 이명헌이랑 사귄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형 남자가 가능했어요?
통화중에 정대만이 화를 낸 것 같지는 않으니까 그 말은 입 밖으로 안 내고 송태섭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기는 했나봐
근데 정대만이 이명헌이랑 사귄다고
이게 무슨 말인데 이게 무슨 뜻인데
정대만이 남자 사귈 수 있었다는 뜻이냐고

태섭아 나 오늘 늦는다고 먼저 자라고 했잖아 왜 아직 안 자?
야 정우성
어 왜? 뭐 안좋은 일 있어?
너 이명헌이 정대만이랑 사귀는 거 알았어?
....뭐라고?

정우성 송태섭 설명 끝나기도 전에 전화기 들어서 국제전화 발신 버튼 눌러버림 하도 번개같이 눌러서 송태섭이 뭐라 말릴 수도 없었음
근데 이명헌 전화 안 받음
정우성 화면 꺼진 전화기 가만히 쳐다보더니 탁 닫고 내려놓음

근데 그걸 우리가 왜 신경써?
너 내 말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명헌한테 전화했잖아. 니가 제일 신경쓰고있어 지금.
너도 대만이형이 명헌이형이랑 사귄다 하니까 신경쓰는거 아니야?
너보단 신경 안썼어. 난 그냥 니가 알고 있는지 물어보기만 했다고.
그래서 내가 잘못했다는 거야?
그런 말 안 했잖아.

댐뿅 연애소식 때문에 사귄지 처음으로 대판 싸우는 우태
평소같으면 눈물 징징 매달고 잠은 그래도 한 침대에서 자자ㅠ 했을 우성인데 지금 표정 말도 못걸정도로 개 사나워서 송태섭도 덩달아 열받음 정우성이 왜 저렇게까지 화내는지 모르겠음 근데 따지고 보면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우리한테 양해도 안 구하고 다짜고짜 이명헌이랑 사귄다고 커밍아웃하고 미국 오겠다 한 정대만 아니야? 하여튼 정대만 그 사람은 악의가 있는것도 아니면서 왜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게 이렇게 사람 정신사납게 하는데 일가견이 있지?

태섭아.
어.
그래서 오라고 했어? 형들.
.....
오라고 했어?
.....어. 오라고 했어.
.........
니가 싫다고 하면 다시 연락해서 거절할게.

정우성 여전히 아무 소식도 없는 휴대폰 쳐다보고 있음
이쯤 시간 지났으면 이명헌이 아무리 휴대전화를 안들여다본대도 국제발신전화 부재중 2통 떠있는걸 못봤을리가 없음 왜 2통이냐면 아까 싸우다가 한번 더 걸었거든

괜찮아. 오라고 해.
....그래.
대신 가이드 같은거 난 절대 안 해줘. 커플들 노는건 두분이서 알아서 하시라고.
.......
난 씻는다.

화장실 문 쾅 닫고 들어가는 정우성을 보다가 한숨 쉬며 이마 짚은 송태섭 고개 돌려서는 휴대폰 화면에 반짝반짝 송신 알림 온 문자메시지 읽는 거임

[우리 18일쯤 비행기 탈것 같다^ ^] - 북산고 정대만

하... 일주일 뒤잖아.





우성태섭 대만명헌
우성명헌 태섭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