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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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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양호열이 그 다음날 웃어줬냐고?
아니!!!!!! 오히려 좀 더 거리를 뒀으면 뒀겠지.

하지만 그 정도는 다 예상하고 있었다 이거야!
어차피 나한테 한 번 감긴 이상 절대 못 헤어나올 거 알거든!



양호열 사용법 3. 그래봤자 16살

그래. 맞다.
그래봤자 16살임

양호열이 아~무리 가오를 잡고, 머리에 후까시를 넣고, 미간에 주름을 잡고 다녀도 그래봤자 중졸이란 말임
게다가 양호열은 의외로 순정파 양키라서 동정이기까지 했음

아, 뭐 이건 중요하지 않으니 패스.

뭐 어쨌든 핵심은 양호열도 애정이 고픈 십대라는 거지.
거기다 은근 외로움도 많이 탔겠지
알바를 많이 하는 것도 금전적인 문제도 있지만 빈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그랬다는 걸 28세의 정대만은 알고 있음

그리고 지금 정대만은 양호열 바운더리 바로 위에서 들어갈까 말까 탭댄스를 추고 있었고.. 
아니. 양호열은 인정 안 할지 몰라도 이미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겠지

역시 적절한 타이밍에 질질 짠 것 때문이려나.
미남의 눈물은 그 값을 톡톡히 했음
망신이고 나발이고 10년 동안 양호열 앞에서 못 볼꼴 다 보여줘서 고작 눈물 한 번 흘린 것 가지고는 쪽팔린지도 모르겠지

이제 양호열의 외로움만 잘 공략한다면 양호열이 정대만의 손 안에 떨어지는 건 시간 문제였음


"어~이~ 양호열이~"

"..."

"야! 양호열!"

"..."


저게 다 들었으면서 무시를 해?!


"나한테만 웃어주지 않는 양호열!! 거기 안 서?!"


그제서야 호열이가 멈춰서서 황당하단 눈으로 대만이를 돌아봄
대만이한테 다가오는데 뭔가 삐그덕거리고 있겠지
살짝 얼굴이 달아오른 것 같기도 함
역시 쪽팔림에 민감한 16살다웠음


"대만군, 미쳤어요?!"

"안 미쳤는데?"

"그런 말을 그렇게 크게 하면 어떡해요!"

"니가 그럼 처음 부를 때 섰어야지. 왜 도망가냐?"


왜겠냐.
왜겠냐고, 정대만!!!

십육세 양호열은 절대 말 못하겠지
꿈에.. 꿈에 정대만이 나왔다고!!!!!!!!!!!!!!!


"...할 말 있음 해요."

"없는데?"

"하.."

"너 지금 나 쥐어 박고 싶다고 생각했지. 그치?"

"...아닌데요."


슬며시 꼭 쥐었던 주먹을 피는 양호열이었음


"맞으면서 뭘."

"할 말 없으면 대만군도 갈 길 가요. 나도 갈테니까."

"그래. 가라~"


호열이는 군말 없이 보내주는 정대만이 뭔가 수상했지만 한편으로는 표정이 너무 평온해서 그냥 장난치고 싶었나 싶었음

그런데.. 정대만이 자꾸 따라옴
처음에는 착각인줄 알았는데 양호열이 멈춰서면 같이 멈춰서고, 걸으면 다시 또 걸음
호열이의 이마에 또 핏대가 한 줄 서겠지


"..뭐 하는 거예요, 지금."

"너 따라 가는데?"

"서로 갈 길 가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내 갈 길이 너 따라 가는 건데?"


하..
진짜 한 대만. 딱 한 대만 쥐어 박고 싶다....


"대만군. 나 이런 장난 치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누가 장난친댔나. 나도 장난 아니거든! 며칠 전에 니가 나 데려다 줘서 나도 너 데려다 주는 거란 말이야!"


대만이의 말에 호열이는 벙찌겠지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누, 누가 누굴 데려다 줘?

양호열이 순간 정신을 못 차리는 걸 보니 또 정대만이 선을 한 5m 정도 넘었나 봄
그 틈을 타 슬쩍 뒤에서 걷고 있었던 대만이는 후다닥 호열이 옆에 가서는


"안 되냐?"


하고 팔짱을 끼는 거 있지?!?!?!

정대만한테 2연타로 후들겨 맞은 양호열은 16년 인생에서 드물게도 경악이라는 걸 하겠지
요즘 정대만 때문에 당황하는 일이 너무나 많은 양호열이었음
더 이상 이렇게 캐붕이 일어날 수 없다는 마음에 호열이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팔을 빼려고 했겠지만..
안타깝게도 28세의 정대만은 너무나 만만치 않아서


"니가 나 울렸잖아."


하고 3연타를 날려벌임
양호열의 얼굴은 며칠 전과 마찬가지로 또 새빨갛게 달아올랐겠지

정대만 진짜 미쳤나..;;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난 또 왜 자꾸 이걸 봐주고 있냐고! 정신차려, 양호열!!!!!!!!!!!!

양호열의 속도 모르고 정대만은 호열이와 팔짱을 낀 채 앞으로 걸어 감


"자, 가자! 양호열의 집으로!"

"아, 알겠어요. 알겠으니까 이거, 이거 좀 놔요. 좀... 진짜 이 인간이 왜 이러는 거야..."


왜 이러긴. 너 꼬시려고 이러지.

대만이는 잡고 있던 호열이의 팔을 놔주고 고개를 두리번 거렸음
물론 양호열이 어디 사는지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을 해줘야 하거든


"근데, 호열아. 너네 집 어디로 가야 돼?"


그러면서 양호열이 정신 없는 사이에 슬쩍 성도 좀 떼주고.


"하.. 어딘지도 모르면서 뭘 그렇게 당당하게 걸어가요. 이 쪽이에요."

"아하~"


정대만이 호열이가 가리키는 쪽으로 쫄랑쫄랑 따라감
막무가내로 쫓아온 주제에 말은 또 어찌나 많은지 너 여기 살았어? 학교랑 좀 멀다. 걸어다녀? 아 너 스쿠터 탔지, 참? 다른 애들은 어디 갔어? 요즘 알바는 안 한댔나? 언제 다시 구해? 등등...
호열이의 귀에 피가 나도록 만들었겠지

근데 또 양호열은 그걸 다 들어주고 있음
좀 성가시긴 한데. 대신 그 만큼 집에 혼자 걸어가는 시간이 짧아져서 좋았겠지 
의외로 정대만과의 대화가 꽤 재미있기도 했고.
구마가 된 정대만은 은근 장난기도 많고, 잘 웃고, 쉽게 발끈해서 놀리는 맛도 꽤 쏠쏠했거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호열이네 집 앞에 도착을 함


"어? 벌써 다왔네? 멀다고 생각했는데 은근 가깝다?"

"둘이서 와서 그럴 거예요."

"그런가?"

"잘 가요."

"엥? 나 가냐?"

"그럼요?"

"여기까지 내가 데려다 줬는데!"

"나도 데려다 줬잖.. 아니. 누가 데려다 달랬나?"

"너 진짜 야박하다.. 차 한 잔만 줘!"

"그런 거 없어요."

"그럼 물이라도 줘!"

"아니, 왜 자꾸 들어오려고 해요, 남의 집에."

"그럼 넌! 왜 못 들어가게 하는데!"

"우리가 그런 사이까진.. (정대만의 상처받은 얼굴) 아니.. 실수. 아무튼 안 돼요."


아니. 내가 왜 저 인간 눈치를 보고 있는 거야 대체..
그런 사이까진 아닌 거 맞지 않나.. 아닌가..? 
정대만이 간접 고백 비스무리한 걸 한 적이 있으니.. 그거 보단 좀 가깝나..


"아무튼 안 되는 게 어딨어!"

"여기 있어요. 빨리 가라니까요?"

"들어 간다고!"

"안 된다고!"

"아니! 왜 자꾸 안 된다고 해, 왜!!! 꿈에서 내가 너네 집 놀러가서 어지르기라도 했냐!!"

"..."

"...진짜..?"

"..아뇨."

"내가 꿈에 나왔어? 진짜..?"

"...아닌데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맞구만!!!!!!!! 와. 양호열. 얌전하게 생겨가지고. 와! 두 살 많은 형이랑 꿈에서 뭘 했..! 읍!!!"

"좀 조용히 좀 해요!!!"


양호열은 정대만의 입을 막은 채로 집으로 후다닥 델꼬 들어옴

이 인간이랑 같이 있으면 왜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겠지?

양호열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정신을 빼놓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너무나 당황스러운 호열이였음
화를 내기에는 너무 별 거 아니었고, 무시하려니 예민한 구석만 쿡쿡 찔러대고, 아예 모르는 척을 하려니 또 신경 쓰이고...
어딘가 모자라고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다 알고 행동하는 거 아닐까.

지금은 또 양호열 집에 들어왔다고 신이 나서는 이리저리 뭘 들춰보는데..
아니, 예의가 없는 거야, 눈치가 없는 거야, 구김살 없이 자라서 해맑은 거야, 셋 다야, 뭐야, 대체?
왜 사람이 너무 선을 넘으면 화가 안 나잖음.
지금 양호열이 딱 그런 심정이었음


"하.. 물 마셔요."

"어. 고마워."

"다 마셨으면 이제 가요."

"엥? 이렇게 어렵게 들어왔는데? 벌써 가라고?!"

"그럼 여기서 뭘 또 해요. 미치겠네."

"호열아~ 형 오늘 연습 너무 많이 해서 진짜 아프다. 좀 봐줘라~"


그러고는 정대만은 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벌임

또라이냐고, 진짜!!!


"대만군...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내가 진짜 궁금해서 그래."

"호열아. 넌 아직도 그걸 모르냐."

"모르겠으니까 말 좀 해봐요."

"하. 양호열 눈치 빠른 줄 알았는데 영~?"

"뭐냐니까요."

"야."

"왜요."


정대만은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당당하게 말했지


"내가 너 좋아하잖아. 몰랐어?"


그러고는 씨익 웃었겠지
그 웃음이 16세 양호열의 마음에 불을 지른 것도 모르고.



호댐 호열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