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ㄷ워Z처럼 인구 많은 대도시부터 잡아먹혀서 기지국 80%가 무너지는 바람에 전화나 문자가 몹시 어려워짐 언제 어디서 전파 터지고 끊길지 모름 그나마 안정적인 건 일정 거리 이하의 무전 통신 정도
여객기는 거의 군용으로 징발당해서 노선이 씨가 마름 일반인들이 비행기 타려면 이코노미석도 몇천만원~몇억 줘야 하는 상황임
배는 더 자주 뜨긴 하는데 표 없이 밀항하는 사람 너무너무 많아서 과적으로 침몰할거 각오하고 타야함

우명태대 사태 터지고 초반에 아직 전화 문자 좀 되던 때에 연하들이 연상들한테 바로 연락해서 지금 당장 한국 들어가겠다고 단숨에 말했을것같다
한국에 부모님도 계시고 이 마당에 내 애인 얼굴 보고 같이 있어야겠다면서 형 집으로 내가 찾아가겠다 딱 3일만 기다려라 하겠지

정대만 펑펑 울면서 너 비행기 값은 어떻게 할거냐고, 뱅킹도 다 고장나서 내가 송금도 못해준다고 너 미국에서 생활비 알바로 벌었는데 돈이 어딨냐고 오열하면 송태섭 침착하게 화물선 숨어서라도 가겠다고 대답함 그럼 정대만 야 임마 그 화물선 밑에 너 물라고 그..그것들 있으면 어떡해, 하고 더 히끅히끅 오열하는데 송태섭 애써 목소리 밝게 꾸미면서 즈그 연상 안심시키는거임 형 그것들이 어차피 시체라 사람보다 내구성 훨씬 떨어져 한대만 제대로 꽂아도 대가리가 굴러떨어질걸? 형 내 머리뼈랑 주먹 파워 알잖아? 하고 유쾌한 척함

이명헌은 솔직히 현실적으로 우성이가 지금 이쪽으로 올 만큼 자금이 넉넉한지도 모르겠고, 설령 오더라도 만약 전파가 끊긴다면 소식을 들을 수나 있을지 자꾸 비관적인 생각만 들어서 말 못하고 침묵하다가 오더라도 혼자 움직이지 말고 미국에서 아는 사람들이랑 모여서 여럿이 움직이는거 어떻냐고 물어봄 송태섭이라던가... 북산 그 빨간머리 콤비도 미국에 있다면서삐뇽, 하는데 정우성 낮게 웃으면서 대답함 미국은 너무 넓어서 걔네 찾으러 다니다가 오히려 일 날 거라고... 형이랑 이렇게 연락 될때 하루라도 빨리 건너가는게 맞다고 할듯 이명헌은 울컥해서 몸조심하라는 말 한마디 남기고 전화 끊고 흐느껴 울고

그렇게 연락 된지 겨우 한나절이나 지났을까 얼마나 무서운 속도로 인류 서식지가 점령당하고 있는지 이 좀비 바이러스에 벌써 전세계 인구 34%가 감염되었단 속보 나오고.. 현관문 밖에서는 끼에에엑거리는 기괴한 울부짖음이 간헐적으로 들리고 누가 공격당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고기 같은 질감이 찢겨나가는 소리 액체가 흐르고 튀는 소리... 커튼 열어서 밖 내다보면 피칠갑을 하고서 섬뜩하게 팔다리가 꺾여있는 인간의 형체들, 갈기갈기 찢어진 배 밖으로 내장이 줄줄 흘러내리는데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몸을 비트는 괴물들이 길거리에 즐비함


그 뒤로 TV도 케이블방송 죄다 끊어지고 공중파 채널 하나 겨우 남아서 안테나 세워야 뉴스 송신 되는 정도로 인프라 망가져버림

그래서 그 연락이 결국 휴대폰을 통한 마지막 연락이 된 거임 배터리가 만땅이면 뭐해 통신이 하나도 안되는데

여기로 오겠다는 연하들 말 하나 믿고 집에 갇혀서 하루하루 말라죽어가는 정대만 이명헌...
연상들 대학 동기라 룸쉐어하면서 동거하고 있었는데 둘다 미국에 애인 있단 공통점도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의지되던 차에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서로 없었으면 못버텼을것같다 죽었을것같다는 생각 들겠지

괴물들도 밤이 되면 졸음이 오는지 낮보다는 행동이 조금 굼떠지는데 아주 깊은 한밤중을 노려 죽을 각오를 하고 둘이서 먹을 것을 구하러 나가곤 함
한손에 식칼 들고 한손에 라이터 들고 서로 등 맡기면서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조심조심 빌라 근처 편의점으로 향하는 이명헌 정대만
운동선수 피지컬로 가다가 마주친 괴물들 목도 썰고 불도 붙여가며 편의점 도착하고 이미 다 털려있는 와중에 겨우 몇개 남아있는 통조림캔이며 라면이며 배낭에 최대한 쓸어모은 뒤 집까지 전력질주하는데 그 길에서 몇번이나 죽을 뻔 했겠지
타닥타닥 뛰는 운동화 소리 듣고 괴물들이 끼에ㅔ에ㅔㅔ 울부짖으며 마구 쫓아오는데 밤이라 스피드 느려진 터라 어찌어찌 간신히 따돌릴수 있었음
집 현관문 쾅 닫고 들어오는데 문에 기댄 채 넋나간 얼굴로 스르륵 주저앉는 정대만과 하마터면 물릴 뻔한 팔목 멍하니 만지작거리며 뺨 타고 눈물 흘러내리는 이명헌

....명헌아....

나 살아서 송태섭 얼굴 볼수 있을까
.......

벌써 오겠다고 약속한 날 하고도 이틀이나 지났는데
이렇게 죽을 거면 한 번만이라도 보고 죽고 싶어

그러고 무릎에 얼굴 묻고 엉엉 우는 정대만과 그 모습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팔 뻗어 어깨 감싸주는 이명헌
편의점에서 간신히 한 개 가져온 담뱃갑 바지주머니에서 꺼내서는 한 개피 물고 한숨처럼 깊게 들이마시는거

....난 보기 싫다삐뇽
.....왜?
나보다 먼저 죽었을까봐

그러면 진짜 나도 살고싶지 않아질것같다삐뇽
온다고 약속했으니 이렇게 지내다 보면 언젠가 만나지겠지 하는 희망만 남기고 걔가 진짜로 어떻게 됐는지는 알고싶지가 않다삐뇽


그날 연상들 처음으로 키스하고 몸 섞었으면 좋겠네
둘다 끌어안고 울면서 여기 없는 애인 온기 친구한테서라도 느끼려는 거






그러다가 며칠 뒤

진짜로 온 몸이 긁히고 찢어졌지만 인간인 채로, 옆구리에 총을 찬 채 모습을 드러낸 송태섭
정대만 충격받아서 실신하는 바람에 송태섭 애인 들쳐메고 집 안으로 들어오겠지
온통 눈물 젖어서는 ...ㅌ서....바......힘없이 중얼거리는 정대만 목소리 들으니 송태섭 울컥해서 하늘 쳐다보고 눈 깜빡거림

이 사람 돌보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이명헌 형
....너도 오느라 고생했다 태섭 삐뇽 안 다쳐서 다행이다 삐뇽
제 기억에 형들 집 근처에 편의점 작은 것들밖에 없었던 것 같아서 최대한 식량을 좀 구해 왔어요

송태섭 정대만 침대에 눕힌 다음에 걸쳐맸던 크로스백 열고 이것저것 꺼냄 총알들 권총 1자루 썰어 묶은 바게트 조각 말린 육포 ABC초콜릿 수십 봉지 통조림 몆 캔

이명헌 이 식량들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 숙임
송태섭 이명헌이 무슨 생각 하는지 알 것 같았지만, 사실 이 식량을 구하는 것보다도 더 기다리던 소식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겠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어 그냥 자리에서 일어서겠지


송태섭도 정우성의 소식은 그 뒤로 아는 바가 없었으니









송태섭은 왔는데 정우성은 오지 않았단 사실에 안 그러려고 해도 마음이 삐뚤어지고 두 사람이 밉고 자꾸만 잘못된 선택을 하고 싶어지는 이명헌
죽기 전에 송태섭을 만났다는 사실이 절절하게 감사한데 송태섭 오기 전에 명헌이랑 몸 섞은 게 생각나고 우성이 못 온게 너무 신경 쓰여서 한편으로 심란한 정대만
미국을 떠나오기 전 정우성이 있던 도시에 사람이 단 한명도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들었었지만 이명헌이 혹시라도 죽으러 갈까 봐 말하지 않는 송태섭

태대 방안에서 몸섞는 소리 들으면서 좀비 소굴인 창밖 내다보며 담배 뻑뻑 피우는 이명헌이나
송태섭 자는 사이에 정대만 이명헌이랑 몰래 뒹굴다가 송태섭한테 들키는 바람에 명댐태 태명댐 셋이서 제정신으로는 못 할 관계 하게되는것도 보고싶다
함께 있는 한 제정신일 수 없다는 걸 모두가 잘 알았거든


정우성은 그 뒤로도 한참을 나타나지 못했으니까








태섭대만 우성명헌
약 뿅댐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