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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9 16:32
”야, 송태섭. 나 너 좋아하는 거 같은데, 넌 나 어떠냐?“
”뭐라구요?“

오랜만에 야외에서 원오원하고 아이스크림 먹는데 자다 봉창두드리는 소리하는 정대만을 보는데 목까지 벌개져선 여기 쳐다도 못보는 모습이 본인까지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이 형이 날 좋아한다고? 그런 의미로?

”아니, 뭐.. 싫음 됐고. 그냥 말해본 거야.”
”아니 저도 선배가 싫은 건 아닌데, 선배가 말한 건 ‘그런 의미’ 인거죠?“

와악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잊어달라는 모습이 생각보다 귀엽길래 나도 모르게 ’그럼 한 번 만나볼까요?‘라 했는데, 눈을 반짝이면서 ’진짜지? 진짜다 너 무르기 없다.‘ 며 말하는 게 제법 진지해서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정대만이랑 연애가 시작됐다.

윈터컵까지 미친듯이 연습하고 연습 끝나면 정리하고 간다는 핑계로 둘만 남아서 얘기하고, 서로 집에 데려다 준다는 핑계로 농구 얘기하면서 손도 잡고. 윈터컵이 끝나고 형이 대학 추천 들어왔을 땐 내가 형 대학 보내준 거라고 나한테 잘하라고 하면 내가 잘해서 간건데 네가 왜 생색이냐고 뭐라하면서도 고맙다고 밥 사주고. 진짜 힘들었는데 진짜 매일이 재밌었다.

그게 비해 미국 생활은 너어어무 재미없다. 아니 솔직히 가끔 재밌긴 한데, 농구는 훈련은 한국에 있을 때보다 몇배로 힘들고 되도 않는 공부를 영어로 하게 생겼고 기숙사비에 학비 대려면 밤에 또 알바까지 해야했다. 체력만큼은 어디에서도 안 꿀린다 생각했는데 가끔 지쳤다.

”태섭아, 이거 네가 저번에 전화했을 때 먹고싶다고 한 거. 이 엉아가 다 기억해놨다 사왔지.“
”와, 형 어쩐지 캐리어 겁나 큰 거 들고왔다 했더니. 고마워요.“
”남자친구 좋다는 게 뭐냐. 이거 아라랑 어머니께서 전해달라고 하시더라.”

자주는 못 보지만 한 번씩 와서 이것저것 챙겨주는 형이 없었으면 포기했을 것 같은데, 또 이 사람만 오면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것 마냥 기분이 방방 뜨고 그래서 오면 몇 달은 버틸 수 있었다.

이제 꿈에 그리던 팀에도 들어가고 우승도 했고 집도 사고 형이랑 평생 함께 있을 생각 뿐이었는데.

”태섭아, 이제 너도 좋은 여자 만나서 결혼하고 애도 낳고 그래야지. 이때까지 고마웠어.”
“형, 우리 만나서 얘기해요. 제발.”
“미안해.”

’농구선수 정대만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은퇴‘

준호 선배는 ’대만이가 알려주지 말랬는데…‘ 하며 결국 제 고집을 꺽지 못하고 알려준 병실 앞에 섰다. 얼굴 보면 뭐라 말하지. 형, 나 이제 돈도 많고 아니 이건 너무 속물같나? 한숨을 쉬고 일단 노크부터 하려는데 문이 열리고 정대만이 있었다.

”태섭아, 너 울어?“
”형, 무르기 없다면서요. 나보고 무르기 없다 해놓고 왜 너는 마음대로 헤어지자 그래. 나 헤어지기 싫어요. 그냥 우리 같이 있으면 안 돼요?”

휠체어 탄 대만이 위로 무너지면서 우는 태섭이가 보고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