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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9 12:02
정대만 회귀 전에 이미 호열이랑 썸 타고 사귀고 키스에 스섹까지 다 트고 동거하는 10년차 사실혼 관계인데 어떤 호모 우주의 법칙에 의해 회귀해버림..
근데 농최날 전이 아니라 농최날 직후인..^^..




눈을 떴는데 일단 호열이와의 러브하우스가 아닌 원래 대만이의 집임
이제 막 잠에서 깬 대만이는 어리둥절 하겠지

내 말랑아기토끼는..? 분명히 어제 내 품에서 자고 있었는데..?
내가 어제 술을 먹었나..? 뭐지...?

대만이는 호열이한테 연락하기 위해 핸드폰을 찾아보지만 그것도 보이질 않음

뭐지.. 뭐지..?!

방을 뒤지던 대만이는 그제서야 뭔가가 달라졌다는 걸 느낌

내 아기두부 사진이 없잖아?!

비록 나가서 살게 되었지만 가끔 집에 오는 날도 있으니 분명히 호열이의 두번째로 귀여운 사진을 탁자 위에 올려뒀었단 말임 ㅠ
근데 그것도 감쪽같이 사라진거지

게다가 무심코 거울을 봤는데..
아니!! 얼굴이 너무 어려!!!


"뭐냐, 이거 진짜 뭐냐. 뭐냐고. 뭔데. 뭔데?!"


당황해서 얼굴만 만지작 거리고 있는 사이에


"정대만!!! 너 농구 다시 시작한다더니 첫 날부터 늦을 거야?!?!?"


엄마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니겠음?!?!


"어, 엄마. 나 좀 때려 봐... 악! 너무 세게 때렸잖아!"

"헛소리 하지 말고 학교 갈 준비나 해!!"


엄마의 매운 손맛으로 인해 등짝이 얼얼한 걸 보니 꿈은 아닌가 봄
내가 그냥 미친건가. 진짜..

어쨌든 엄마가 이번에는 주걱을 들고 쫓아오기 전에 얼른 교복을 입었음
농구를 다시 시작한다고 했으니까 '그 날' 이후인가 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둘러 신발을 신고 나왔는데 당연히 호열이는 집 앞에 없었음
원래는 학교 다닐 때도 거의 매일 집 앞에서 기다려 줬었는데...
정대만은 문득 외로워졌겠지

괜히 바닥에 있는 돌멩이들을 툭툭 차며 걷다보니 어느새 학교에 도착함
그런데..
저 앞에서 걷고 있는 쬐끄맣고 귀여운 뒷모습은? 양호열이다!
정대만은 반가운 마음에 와다다 달려가 "호열아!" 하며 뒤에서 끌어안으...

려고 했는데..!

퍽-! 소리와 함께


"악!!"


하는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겠지..


"저, 정대만?!"


해동중 일짱 출신은 갑자기 뒤에서 달려드는 거에 꽤나 민감했기 때문임
그래서.. 백호군단의 목소리도 아닌 누군가가 뒤에서 자길 부르며 달려드니까 반사적으로 팔꿈치를 휘두른 것 뿐이었음
그 바람에 정대만은 회귀 첫 날부터 쌍코피를 흘리게 됐겠지...
그래도 와중에 앞니는 안 맞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괜찮아요? 그러게 왜 뒤에서 달려들어가지고.."


정대만은 양호실 의자에 앉아서 양호열의 손길을 받고 있었음
어린 얼굴은 마지막 기억과는 달랐지만 걱정이 묻어있는 눈매만큼은 정대만의 기억과 똑같았음


"...반가워서 그랬지.."


그 말에 양호열은 표정이 좀 이상해짐
아마 우리가 그렇게까지 반가울 사이였나..? 어제까지 그렇게 치고받고 했는데..?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겠지
대만이는 당장 저 희고 말랑한 볼을 주물떡거리고 싶었지만 지금 양호열의 성격상 싸늘한 눈길로 손을 쳐낼 것이 분명해 꾹 참았음
한 대 맞지라도 않으면 다행이지..


"뭐.. 대만 선배 취향이 그렇다면야.. 존중할게요. 근데 난 빼줘요."

"누가 너한테 맞은 게 반갑다고 했냐!!"

"하하. 코피는 멎은 것 같은데. 더 있을 거예요?"

"아니.. 연습하러 가야지.. 오늘 첫 날인데.."

"그래요, 그럼."

"....가냐..?"


또 양호열의 표정이 이상해짐
보나마나 그럼? 내가 너랑 여기서 죽치고 있게? 이런 표정이겠지. 뻔하다 뻔해!


"..아냐. 잘가라."

"네. 연습 잘 하고요."


곧이어 문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정대만은 하! 참나! 허! 하며 혀를 참

그래, 양호열. 난 포기를 모르는 남자거든.
10년 동안 쌓아온 데이터가 얼만데 내가 널 모를까.
두고 봐라. 내가 꼭!! 꼭 다시 나랑 사귀게 만든다!!!!

그렇게 의지를 불태우는 정대만이었음



양호열 사용법 1. 선 넘지 말기

양호열은 겉으로야 유들유들 웃고 있지만 바운더리가 매우매우 좁고 그 안으로 들어가기도 무지하게 힘든 사람임
그리고 선을 넘으려는 사람한테도 가차 없고.
조바심 내서 까딱하다 잘못하면 그대로 아웃되겠지

하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양호열 사용법 1-1이 있다, 이거야.
양호열은 사람 챙김병이 있어서 어딘가 헐렁한 사람한테 무르거든
그래서 10년 전의 정대만이 여러 번 선을 넘었지만 다 봐줬겠지
뭐, 좋아해서 이런 이유는 아직 아니었고.. 그냥..
이런 말 하기 창피하지만.. 그때의 정대만은 양호열의 눈에는 좀 모자란 사람이었던지라...
덜 떨어진 사람한테 얄짤없이 아웃을 날릴만큼 양호열이 모질지 못했기 때문이었겠지.. 시발...

어쨌든!
정대만은 덜 떨어진 사람이 되든, 모자란 사람이 되든 어떻게든 양호열의 손이 한 번이라도 더 가게끔 만들어야겠지
그러면 일단 거슬리기 그지 없는 '대만 선배'라는 호칭부터 치워버려야겠음
선배라니.. 너무 멀잖아 ㅜㅜ

호칭 문제야 쉬웠음
백호가 대만군, 대만군 노래를 부르니까 백호군단도 따라서 대만군이라고 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양호열도 대만군이라고 부르고 있었음

그리고 대만이의 헐랭함 어필도 작전대로 잘 되어가고 있었고.

일단 시작은 파김치 모드를 보여주는 것부터였음
회귀 전에야 10년 동안 쌓아둔 체력으로 체력 고갈 문제는 다 해결되었으나, 지금 이 몸으로 그 때만큼 움직이려 하니 연습하는 동안에도 쉽게 지쳤겠지
그래서 일부러 양호열의 근처에 앉아 포카리 캔을 따는 시늉을 함

아니, 근데 이거.. 안 따지는 척만 하려고 했는데 진짜 안 따지잖아?!
내가 이 정도로 체력이 엉망이었다고?!?!

다시 한 번 10년 전의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감으로 낭패어린 표정이 된 대만이...
그 표정을 캔 하나 못 따는 자신을 자책하는 표정으로 오해한 호열이는 슬며시 옆으로 가서 대신 캔을 따주고 말을 걺


"..너무 조급해 하지 마요."

"어..?"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너무 조급해 하지 말라고요."

"어... 고맙다..?"


예쓰-!
역시 다정한 남자 양호열!
캔 대신 따주기 외에도 위로의 한 마디라는 수확을 건진 정대만은 신나기 그지 없었음
26세의 양호열이면 몰라도 16세의 양호열은 28세의 정대만한테는 껌이라구!!
하지만 여기서 신난 티를 내면 안 되니까 대만이는 표정을 갈무리 하고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다른 애들이 연습하는 걸 바라보겠지.

이 작전이 통했는지 그 이후로는 대만이가 지쳤을 때 캔을 따려고 하면 호열이가 슬며시 옆에 와서 대기하고 있었음
이런 모습에 대만이는 또 양호열한테 반했겠지
10년 전에 썸타기 전까지는 양호열의 이런 세심함을 몰랐거든

이제 헐랭한 모습은 어필을 했으니 선을 한 번 넘어주는 걸로 마무리를 해줄 때였음
뭐? 양호열 사용법 1이 선 넘지 말기였는데 왜 선을 넘냐고?
그래야!! 양호열이!! 헐랭하고 안쓰러운 정대만에서 눈치 더럽게 없고 분위기 파악 못하는 좀 모자란 정대만으로 인식을 하니까!!!
하.. 생각하다보니 좀 현타가 오는 정대만이었지만.. 이렇게 안 하면 양호열은 곁을 내주지 않을 게 뻔하니까.

흠.. 뭐가 좋을까. 그렇다고 또 너무 넘으면 안 된단 말이지. 적당히 한 3cm 정도만 넘고 싶은데...
아니지, 아니지. 한 3m 정도를 넘어야 양호열도 이 미친놈은 뭐지? 이런 심정이 되지.
너무 조금 넘으면 금방 정신을 차리고 정색할 거니까.
아예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어 줘야 화도 덜 낼 거야.
그러니까 적당히 '너무' 넘지만, 또 너무 '너무' 넘지는 않게.. 내가 뭔 소릴 하는 거야 대체;;

너무나 양호열잘알인 정대만은 크림빵 다섯개를 사들고 옥상으로 향함
운 좋게도 다른 애들은 없고 호열이 혼자만 누워서 낮잠을 자고 있었겠지
잠귀가 예민한 양호열인지라 옥상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마자 깼을 게 뻔함
대만이는 모르는 척 다가가 호열이를 보고 화들짝 놀라는 시늉을 함


"어?! 양호열? 너 여기서 자고 있었어?"

"네.. 뭐.."

"아. 내가 깨웠나? 미안."

"아뇨. 어차피 일어나려고 했어요."

"그래도 좀 미안한데.. 아. 이거 좀 먹을래? 배고파서 사긴 했는데 너무 많은 것 같아서.."

"..."


고민한다! 고민한다!!!!


"아니. 어차피 크림빵이라서 오래 보관도 못하고.. 혼자 먹기는 뻘쭘하기도 하고.. 같이 먹어주면 안 되냐?"

"뭐.. 그래요. 그럼."


호열이가 앞에 있는 크림빵을 집어들었음
이 때를 위해서 대만이는 제일 크림이 많이 든 빵으로 사왔겠지


"너 요즘도 알바해?"

"아뇨. 요즘은 안 해요. 근데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양호열의 눈이 순간 날카로워짐
흠. 이건 0.5cm 정도 넘었다 이건가. 하여튼 바운더리 좁은 양호열! 칼 같긴.


"강백호가 그러던데?"


그 말에 날카로웠던 눈이 다시 순하게 풀렸겠지

그리고! 드디어 대만이가 기다리는 순간이 다가옴
이 크림빵은 입가에 묻히지 않고 먹기가 정말 힘들단 말임!!
아니나 다를까. 아무리 단정하게 먹는 양호열이라도 입가에 크림을 묻힐 수 밖에 없었겠지.

그래서 정대만은


"어? 너 크림 묻었다!"


하고 자기 엄지손가락으로 양호열의 입가를 슥 쓸었음
그리고 입술을 살짝 스치는 것도 잊지 않았고.

양호열은 얼음상태가 됨

이거지! 이거지!!

이게 바로 정대만이 노리는 거였음
만약에 어깨동무를 했다 쳐봐. 이건 선 3cm임
양호열은 바로! 바로! 정신 차리고 정대만의 팔을 탁! 쳐내겠지.
근데 만약에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이건 시발 선 50m 넘은거임. 그날로 농최날2 된다구.
그러니까 딱! 적당히 양호열이 순간 넋이 나갈 정도인 이 정도가 적당했음


"뭐, 뭐 하는 거예요?!"


어. 양호열 정신차리려고 하네.
이 때 또 짓는 표정이 있거든. 양호열 마음 약하게 하는 표정.
눈꼬리를 한껏 끌어내리고 입술을 조금 내민 후에


"아.. 미안.. 난 그냥 입에 묻었길래.."


이렇게 풀 죽은 듯이 얘기하면 강강약약인 양호열은 한숨 한 번 쉬고 그냥 넘어가 준다구


"하.. 그냥 휴지만 줘도 됐잖아요."


봐. 내 말 맞지?


"아. 그렇지. 맞네. 자."


호열이는 대만이가 내민 휴지로 입을 닦았음
아까 너무 놀래서 그런지 두근거리는 심장이 진정이 안 됨
귀에는 열감도 좀 느껴지고..
정대만의 손에서 난 은은한 향수냄새가 아직도 코에서 나는 것 같기도 함

뭔 사람이 저렇게 퍼스널 스페이스가 없어?

한 번 더 경고를 해줄까 싶었지만 은근히 자기 눈치를 보는 게 또 마음에 걸리는 양호열..
좋은 의미로 한 것 같으니 그냥 넘어가주자 싶었겠지

정대만의 음흉한 속내도 모르고!




호댐 호열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