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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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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백호군단의 입에서 "뭐야? 왜 둘이 같이 와?"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둘이 같이 하교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음
그러면서 둘만의 소소한 추억도 조금씩 늘어갔겠지
이따금 대만이의 부활동이 없는 날에는 공터에서 농구를 하는 정대만을 관찰하기도 했고,
호열이의 알바가 없는 날에는 날씨가 좋다는 걸 빌미로 괜히 더 먼길로 돌아가기도 했음
그러는 사이 정대만의 입에서는 어느새 '양호열'이 아닌 '호열아'가 나오고 있었겠지

호열이는 그런 변화가 묘하게 기꺼웠음
뭔가.. 만인에게 다정한 정대만을 혼자 독점하는 듯한 그런.. 씹.. 하..
호열이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며 머리를 털어냄


"야-! 호열아! 오늘 저기 대로쪽에 햄버거집 새로 생겼다는데 갈래?"

"대만군이 사주는 거예요?"

"짜식이! 그럼 형아가 사주지, 당근!"

"형아는 무슨.. 타요."


이제는 호열이의 뒤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허리를 감싸오는 온기가 너무나 익숙하겠지
하지만 설레는 마음은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아서 호열이는 입술을 깨물었음


"대만군. 천천히 좀 먹어요. 체할라."

"이거 진짜 맛있는데? 먹어볼래? 아. 먹던 건 좀 더럽나?"

"..줘 봐요."

"맛있지?!"

"뭐... 나쁘지 않네요."

"넌 참 솔직하지 못하구나."

"대만군은 속이 다 들여다 보여서 참 좋으시겠어?"

"내가 좀 그렇지?"


뭐 좋은 소리를 들었다고 저렇게 씨익 웃어대는 거야..
북산에 정대만 솔직한 거 모르는 사람 없을 걸.
그러니까.. 흠.. 만약에 좋아하는 사람이 앞에 있으면..
정대만은...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웃지 않겠지..

씨발! 내가 또 무슨 생각을..!!!


"양호열? 왜 그래?"

"아뇨.. 아무 것도 아니에요."


호열이가 머리를 존나게 털어대자 대만이는 미친놈 보듯이 보겠지
그 표정이 왠지 얄미웠던 호열이는 벌떡 일어나서


"다 먹었음 가요."


하며 괜히 심술을 부림
대만이는 "야! 같이 가!" 하고는 후다닥 정리하고 따라감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고..

모처럼 백호군단도 없이 호열이 혼자 옥상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음
그런데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남
불청객은 구석에서 자고 있던 호열이를 발견을 못했는지


"계.. 계속 널 좋아했어!!"


하며 고백을 함
호열이는 또 장난스러운 눈이 되어 재밌겠다 싶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음
흠. 내가 오늘 꽃가루를 들고 왔던가?
아. 여자애라서 모른 척을 해줘야 하나.

하는 그 때!


"어.. 그.. 마음은 고마운데.. 내가 요즘 농구하느라 바빠서 그럴 여유가 없어. 미안하다."


정대만?

급격하게 기분이 더러워진 호열이였음
물론 대만이가 거절하긴 했지만.. 뭔데. 농구가 아니었음 받아줬다는 거야 뭐야.
저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 뭔데. 재수없어.


"그, 그렇지..? 갑자기 부담줘서 미안해. 그래도.. 계속 인사는.. 했음 좋겠어.. 미안해! 나 갈게!"

"어?? 자, 잘 가라..?"


대만이한테 고백한 여학생은 부끄러웠는지 후다닥 뛰쳐나감
대만이는 그냥 머리나 긁적긁적하고 있었음
저 인간.. 그렇게 아무한테나 웃어주고 잘 해주니까 그렇지!!
배알이 너무나 꼴렸던 호열이는 참을 수가 없어서


"좋으시겠어?"


하고 비꼬며 튀어나감
그 와중에 민망한듯이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고 있던 대만이가 호열이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는 걸 보니 또 심장이 두근 거리는 호열이였음
호열이는 그것마저도 재수없게 느껴졌겠지


"야, 양호열?! 너 다 봤냐?!"

"봤으면?"

"뭐.. 봤으면 본거지 뭐.."

"좋아?"

"너 평소보다 말이 좀 짧다?"

"좋냐고."

"뭐.. 그냥 놀랐지 좋을 게 뭐가 있어."

"아~? 그러니까 고백 같은 건 하도 많이 받아서 별로 좋을 것도 없다, 이 말씀이신가?"


호열이는 여기서 아차 싶었지만 도무지 이 날 선 말을 멈출 수가 없었음
내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게 다 정대만 때문에!!


"누가 그렇대? 너 왜 이렇게 화를 내냐?"

"내가? 화를? 언제."

"지금 내고 있잖아."

"아닌데?"

"아니긴.. 말도 반말이나 틱틱 해대고. 쳇.. ..귀엽지도 않고."


여기서 대만이가 꿍시렁거리며 내뱉는 말에 양호열은 브레이크가 걸림
이 인간이 뭐라는 거야, 진짜. 미쳤나.


"...뭐?"

"...아니, 실수. 실수."

"내가 귀여워?"

"뭐.. 귀.. 엽지..?"

"..얼마나?"

"뭐.. 요즘은.. 자주..?"

"...대만군. 눈이 아주 삐었구나."

"내가 널 어떻게 생각하든 내 마음이야!"

"그래요. 그건 뭐.. 대만군 마음이죠."

"어? 너 이제 화 다 풀린 거야?"

"화 낸 적 없는데요."

"냈는데."

"없다고요."


여기서 더 추궁하면 좋아진 양호열의 기분이 분명히 다시 곤두박질 칠 게 뻔했기 때문에 대만이는 조용히 말을 삼킴


"밥은 먹었어?"

"아뇨."

"나 매점 갈 건데 같이 갈래?"

"그래요."


그러고는 대만이가 호열이의 어깨에 팔을 얹음
호열이는 힐끗 대만이의 팔을 쳐다봤지만 자신에게 기대오는 대만이의 무게가 나쁘지 않아 아무말도 하지 않았겠지
아까 받은 고백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자신에게만 말하고, 자신만을 바라보는 그 시선도..
모두 나쁘지 않았음
그 날은 그렇게 넘어갔겠지


하지만.. 문제는 역시나 정대만이었음


"호열아. 미안한데 오늘은 내가 약속이 좀 있어서 먼저 가라."

"약속? 뭔데요?"

"오늘 우리 반에 누가 여자친구 선물 사는데 좀 같이 가달라고 해서."

"친해요?"

"아니.. 뭐.. 친한 건 아닌데.."

"그런데?"

"뭐 오늘 약속도 없으니까 그냥 같이 가겠다 한 거지.."

"약속이 없어?"

"없..지..?"

"그럼 난?"

"...어?"

"나랑 같이 가는 건 약속 아니야? 그리고 대만군은 여자친구도 없으면서 무슨 도움이 된다고?"

"사실이긴 한데.. 말이 좀 심하네.."

"대만군은 나한테 안 심해요?"

"미안..하다..?"


사실 대만이는 자기가 왜 사과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음
물론 호열이랑 암묵적으로 거의 매일 같이 하교를 하고 있지만.. '거의' 매일인거지 진짜 매일은 아니었음
호열이가 알바가 있는 날도 있었고, 부활동이 늦게 마친 적도 있었고, 상대팀 분석으로 치수나 준호네 집에 가는 날엔 같이 못 갔단 말임
그래서 갑자기 호열이가 이렇게 화를 내니까 영문을 모르겠지
눈치 없는 정대만..


"그럼 나도 같이 가요."

"어..? 진짜..?"

"내가 대만군 보다는 더 도움될 걸."

"하.. 참나."

"사실이잖아. 고맙다고 안 해요?"

"고맙다..?"

"별말씀을."


이렇게 호열이가 대만이의 약속에 동참을 하게 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대만이가 약속 상대한테 친한 동생이랑 같이 가도 되냐고 물었을 때 대만이의 뒤에서 호열이가 튀어나오니까 기겁을 하고 괜찮다고, 혼자가도 된다고 줄행랑을 쳐버렸겠지
그러자 호열이의 기분은 또 단숨에 좋아짐


"이걸 어쩐다. 혼자가도 된다고 하네? 도와주려고 했는데. 아쉽다."

"너.. 에휴.. 가자, 가."


오늘은 스쿠터를 가져오지 않았던지라 대만이랑 호열이는 나란히 걸어감
호열이는 은은한 미소를 띄며 이렇게 걸어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음

그러다 문득 대만이가 멈춰섬


"저기.. 이게 사실이 아니라면 날 때려도 좋은데.. 아니! 너무 세게는 말고."

"뭔데요."

"너.. 혹시.."

"혹시 뭐요."

"혹시.. 나 좋아하냐?"

"..."

"아니, 난 혹시 그런가 해서! 뭐. 요즘 니가 유별나긴 했잖아?"

"..."

"아씨. 미안하다!! 그만 째려봐라, 좀! 그래. 때려라, 때려. 대신 살살 때려야 돼. 알지?"


그러고 눈 꼭 감고 얼굴을 내미는 대만이겠지.
호열이는 이 인간이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건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니까 그런 것도 같음
햄버거집에서도.. 옥상에서도!! 오늘도!!!!!! 이 인간이 거슬리기 짝이 없었는데... 만약에 그게 질투가 맞다면?
자기가 정대만을 좋아하는 게 맞다면..? 하.. 미치겠네..

마른 세수 한 번 하는 호열이.
자기를 좋아하냐고 물어봐놓고 때리라고 얼굴 내밀고 있는 꼬라지를 보니까 또 짜증이 확 치밀어 오르겠지.
내가 아직도 아무나 때리는 놈으로 보이나 싶고..
이걸 죽여, 살려 싶은데 갑자기 언젠가 "상대방을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으면 키스를 해보면 된대." 라며 반 여자애들이 떠들었던 걸 들은 기억이 남
그래서 정대만의 부들부들 떨리는 속눈썹을 보다가 멱살을 잡아당겨 키스를 하는 건 불가피했을 듯

호열이의 주먹이 날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언제쯤 눈을 떠도 되려나 각만 재고 있던 정대만..
갑자기 멱살을 잡아 채이고 입술에 말캉 따뜻한 것이 닿으니 소스라치게 놀라겠지.
너무 놀라서 양호열! 하고 이름을 부르려던 그 순간을 해동중 쌈짱 출신 일진은 놓치지 않았을 듯

입술이 맞닿는 걸 넘어서 이제 혀까지 들어오니까 대만이의 머리 속이 하얘짐
이게 미쳤나? 갑자기 키스를? 진짜 날 좋아하나? 아닌가? 신종 괴롭힘인가? 때리는 건 성에 안 차서? 아닌가? 그건 내가 너무 갔나?
별별 생각이 다 들겠지
그게 또 마음에 안 드는 호열이는 집중하라는 듯 대만이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본격적으로 혀를 움직임

이 자식.. 너무 잘 하잖아?!

양키가 되는 조건에는 키스를 잘 하는 것도 있을까. 그래서 난 진정한 양키가 될 수 없었구나..
급 자아성찰하는 정대만이었음
그 와중에 실눈을 슬쩍 떠 호열이의 얼굴을 보는데 생각보다 호열이의 표정이 여유롭지 못하겠지.
양호열의 비밀스런 모습을 알게되니까 뭔가 마음이 간질간질하기도 함
그래. 상대가 이렇게 키스를 열중해서 하는데 딴 생각을 하는 건 예의가 아니야.
하남자다운 생각을 하며 대만이도 이제 키스에 집중하기 시작함

우선 허공에 떠 있는 손부터 호열이의 얼굴과 허리에 갖다댐
그러자 호열이는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혀를 더 깊이 밀어넣어 대만이 입안을 싹싹 발라먹고는 입술을 뗌
둘 다 살짝 부어오른 입술을 하고.. 얼굴에는 짙은 홍조가 피어올라 와있겠지


"하아.. 이거.. 이거 뭐냐..?"

"..좋아하는 것 맞는 것 같아요. 아니. 좋아해."

"나, 나를..?"

"대만군을."


호열이는 이제서야 두려워졌겠지.
사실 이때까지 "차일까봐 무서워서 고백을 못하겠어~" 하는 녀석들은 늘 한심해보였는데 그게 무슨 마음인지 똑똑히 깨달아버림
대만군은 나를 좋아하는 내색이 없었는데.. 거절당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아무리 표정관리를 하려고 해도 긴장을 감출 수 없어 대만이 눈만 노려봄


"그, 그럼.."


드디어 대만이의 입이 열리고... 마른 침을 꿀꺽 삼키는 호열이..

제발.. 제발..!!


"우리 이제 사.. 사귀나..?"


대만이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는 호열이였음


"대만군.. 나 좋아해요?"

"그.. 렇지..?"

"그런데 왜 이때까지 아무 내색이 없었어요?"

"그거야.. 니가 날 좋아하는지 확신도 없었고.. 티 냈는데 너랑 어색해지면 어떡해."

"대만군.. 솔직하다더니 거짓말이었네요."

"그, 그래도!! 난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표현 다 했다?? 너 생각을 해봐!! 니가 나 고백받은 날에 그렇게 뜬금없이 화 내는 거 받아주고! 오늘도! 친구랑 만나는 거 훼방 놓고! 그런 거 내가 다 봐줬잖아! 야! 채치수가 그랬으면 벌써 싸웠어!!"

"...그래요..?"

"그래.. 그, 그리고.. 내가.. 너.. 귀엽다고.. 했잖아.."


마지막 말은 거의 안 들렸겠지
하지만 호열이의 미소는 점점 짙어짐
대만이가 못마땅했던 마음은 씻은듯이 사라지고 이제는 입술을 슬쩍 내밀고 꿍시렁거리는 모습이 귀엽기 그지 없었음
한 번 깨달으니 그 때 느꼈던 질투들이 모두 말랑말랑 둥실둥실한 애정으로 탈바꿈했겠지

이 다정한 사람이 귀엽고, 좋다.


"그럼.. 앞으로 대만군 방과후 시간은 내 거예요."

"응.."

"나한테만 다정해야 돼요."

"응.."

"귀엽다는 말도 나한테만 해야 돼."

"당연하지.. 내가 너 아니면 누굴.. 하.. 존나 부끄럽네.."


비록 대만이의 얼굴은 새빨개졌지만 환하게 웃고 있는 호열이의 모습을 보니 말을 꺼내길 잘했다고 생각한 대만이였음
역시..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


"나 또 키스하고 싶어요."

"응.."

"손도 잡고 싶어."

"그래..."


그렇게 손 잡고 키스하는 호댐이었겠지.
아까와는 달리 풋풋하게.


호댐 드디어 사귄다!!


호댐 호열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