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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4 21:39
그것도 타인에 의한 거라면....?



호열이 매일 담배 피우는 거 옆에서 보기만 했던 대만이가 그날따라 자기 한 개비만 줘 보라는 거. 독한 거 피니까 순한 거 사다주겠다는데도 부득불 호열이가 피우는 거 피고싶다며 우기겠지. 결국 한 개비 주고 불까지 붙여서 주는데 입에 대자마자 헛숨 들이켜서 콜록거리고 난리쳤을듯. 그리고는 많이 독했는지 눈물까지 흘리면서 "어우, 역시 안 되네." 이러는데 이게 왠지 느낌이 이상해서 대만이한테 무슨 뜻이냐고 묻는데 엉성하게 잡은 담배 너머로 쾌남미소 지으면서 "짜식, 아무 것도 아냐." 이랬겠지.

그리고 다음날 호열이가 가게 마무리하고 오면 대만이 온데간데 없을 듯. 호열이 눈 뒤집혀서 집 밖으로 뛰쳐나오는데 그때 마침 잘 빠진 검은 세단에서 대만이가 누구 손 붙잡고 내리고 있겠지. 호열이가 가까이 다가가니까 보디가드인지 가까이 못 가게 막고. 그래서 말로나마 "대만군! 이게 다 무슨 상황이에요?" 라고 묻는데 그 표정 많던 대만이가 무표정으로 호열이에게 상처될 말만 줄줄 늘어놓겠지.

"저 싸구려집 질렸어. 좁고 환기도 잘 안 되고. 나랑 살려면 농구 코트 정도는 집에 있어야 할 거 아냐. 요리도 하는 녀석이 구질구질하게 담배나 피고 말이야. 냄새난다고. 그리고 줄 수 있는 거라곤 고작 애정따위인 너한테 질렸어. 눈에 보이지도 않는 거, 뭐가 좋다고 받아?"

그리고 입을 딱 다무는데 눈동자가 막 일렁일듯. 대만이 오래 본 호열이는 저 눈이 상처받은 눈이란 걸 눈치챘음. 호열이 생각처럼 집안압력이든 의문의 조직이 협박했든 대만이의 의지는 1도 없이 발생한 일일거임. 자기도 모르게 흐르고 있던 눈물 거칠게 닦아내고서는 대만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주먹 꽉 쥐고는 뚫어져라 보면서 다짐하듯이 말하겠지.

"내가 데리러 갈 때까지 건강해요, 꼭."

대만이 그 말 듣고는 눈도 못 마주치고 나지막히 "지랄하네." 라고말하는데 이미 목소리는 다 떨리고 있음.
그렇게 대만이가 가버리고 호열이는 그 자리에 서서 차 사라질 때까지 바라만 보다 감정 추스르고 집 안에 들어가겠지. 꼭 누가 보라는 듯이 다 헤집어진 집에는 대만이 물건은 하나도 없었음. 그래서 침실 안의 베게커버를 벗겼겠지. 둘 다 장난치길 좋아하는 바람에 집안 곳곳에 쪽지를 숨기곤 하던 위치가 몇 군데 있었음. 베게 커버가 그중 하나였겠지. 급하게 썼는지 글씨도 날라가고 쪽지도 구겨져있어서 더 조심스럽게 폈음. '호열아미안'이라는 고작 다섯 글자였지만 그 다섯 글자 쓴다고 도망갈 수도 있었을 시간을 버린 거니까 눈물이 다시 흘렀겠지.

그리고 카나가와를 제패하고 대만이 데리고 간 그 집단 잘근잘근 밟은 다음에 대만이가 가장 좋아하던 옷, 향수, 꽃다발 준비해서 피칠갑된 복도를 지나 가장 안쪽에 있는 방을 똑똑 두들기겠지.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음. 고요한 순간을 조금 즐기다가 조용히 문을 열면 숨만 간신히 쉬고 있는 대만이가 있었겠지. 그런데 호열이 보자마자 너무 예쁘게 웃어서 호열이가 울면서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데리러 왔다고 하겠지...

그래 행복해라 새끼들아!!!
아니 행복한거 맞나....?



슬램덩크 슬덩 호열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