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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0 11:24
그렇게 못하는 거 알잖아요⋯⋯ 제발, 형 내가 겁주려는 게 아니에요. 정말 맹세코⋯⋯. 말해줘요. 내가, 아빠 맞잖아. 우리 아기잖아


이명헌이 생전 처음 보는 정우성 표정.

너 지금 네가 얼마나 무서운 표정인지 모르지.

눈물 그득 맺힌 붉게 충혈된 눈, 파르르 떨리는 숨과 목울대, 억지로 끌어올린 입초리까지.


이명헌, 지금 이 순간을 그려보지 않았다면 거짓말.

⋯빼앗아 올까. 빼앗아 오면 이명헌은 분명히 돌아와. 하지만, 하지만 그건 최후의 수단이지 지금은 아니다. 이명헌이 아직도 나를 사랑하니까. 내 이명헌이 여전히 날 사랑하니까.

그러나 정우성은 그런 마음 꾹꾹 눌러 삼키고. 지금 제 표정이 어떤지도 모르고 한껏, 억지로라도 미소를 덧그려. 이명헌이 사랑했던 그 웃음을 온힘껏.


제발요, 형. 내가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내가, 내가 사랑하는 거 알잖아요⋯⋯ 사랑해요


미동 없는 두 사람에 현관 센서 불빛이 서서히 어두워지고, 이명헌은 말을 가다듬고, 정우성은 마음을 가다듬고.

한 발자국만.

이명헌이 빗금쳐 놓은 마음속, 요새이자 둥지이자 아기요람.


우성아. 아니야.

아직 나 사랑하잖아요. 형도 그렇잖아. 형 제발⋯⋯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명헌이 손을 들어 우성의 볼을 매만져. 거칠고 건조한 손에선 베이비 파우더 냄새가 베어있음. 정우성은 빗금을 넘어가 이명헌을 끌어안고 한편으론 그 품에 몸을 옹송그리듯 안겨들어.


아기가, 널 너무 많이 닮았어 정우성


이명헌은 둑 무너지듯 울음을 토해내.

정우성 최후의, 최악의 상황을 그려봤음. 이명헌은 정우성보다 더 오래 최후의 최악의 상황을 그려보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이명헌이 그린 경우의 수에는 없었는데⋯⋯ 사랑 앞에 작아지고 망설이고 겁내는 헛똑똑이



우성명헌 정우성 광공 버튼 달칵달칵하다가 사랑의 힘으로 다행히 잠재워짐. 둘이 결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