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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0 09:09
뭐?
그 말 하려고 여기까지 왔어요?

응 뭐 온 김에 미국 여행이나 좀 할까 싶어서뿅

...



내가 그렇게 보고 싶다고 노래를 노래를 불렀을 땐 한 번을 안 와주더니
그 .. 그런 말 하려고 단숨에 날아오네

헤어진 마당에 그냥 하안참 뒤에 알게 편지나 띡 보내지 그랬어요?
형 잘 하는 거 있잖아

...
왜 마음대로 지워
낳아서 나한테 버리고 가던가
누가 보면 지 혼자 만든 줄 알겠어

...
간다뿅

진짜 끝까지 지 혼자 잘났어...

현관에 덩그러니 남겨진 정우성은 울었고
현관 밖을 나선 이명헌도 울었다

정우성은 알까 지금 이명헌이 경기를 왜 쉬고 있는지
이 겨울에 왜 아랫배가 조금 나와있는지

아가 이제 ... 진짜 아빠랑 둘이서만 사는 거야


-

몸이 떨어져도 마음 하나면 될줄 알았다
아직 몸도 마음도 덜 여문 소년들은 각자의 환경에서 남자가 되었고
그들이 몸과 마음을 맞댔던 시간은 너무 짧았다

매일 얼굴 보고 사는 부부도 안 맞는다는데 그 긴 시간을 떨어져 있던 두 사람은 너무나도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고 서로를 이해하기엔 너무 바빴다

속으로만 했던 생각이 입 밖에 내뱉어지고 화를 내고 싸우고 손에 잡히는 걸 집어던지고
정우성이 던진 컵이 이명헌 머리에 맞고
한숨 한번 크게 쉰 이명헌이 걸어와 뺨을 내려치고
멱살을 잡고 죽이니 살리니 노려보다

눈을 뜨면 침대
...

이게 사랑이니

탄탄한 몸에 가득한 제 잇자국

헛웃음만 나온다

우성아
우리 그만하자

정우성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옷을 입고 이명헌을 한번 쳐다본 다음 밖으로 나갔다

조용하다

부엌으로 와 냉장고를 열어보니 우성이 온다고 사 놓은 채소랑 고기가 가득하다

밥 먹고 가라 할 걸
...

어제 해줄 걸

너무 멀리 왔네

거실에 가득 들어오는 햇살이 그 아이 같아 너무 버겁다




-

쎄하다
딱히 몸에 별 증상은 없었지만 이건 본능이다.

그걸 사 왔다

...

병원에... 가 보자

아이가 생겼다

... 한 작년쯤에 생겼으면 우리 사이는 달라졌을까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다
그래서 어떡할지 더 모르겠다

일단 경기에는 계속 출전하자...

3개월이 지났고 누굴 닮았는지 아이는 건강했다

그래 낳자

경기 참여를 줄였다
명목은 신예 포인트 가드의 경험을 늘이기 위해
좋은 명목이다.


정우성에게 말하면 뭐가 달라질까?
헤어진 마당에 짐이 늘겠지

미국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마음속에로 몇천 번을 되뇌었다
니 애 지웠어...

낳을 애니까 언젠간 마주칠 수 있으니까
선수치는 거다

목이 멘다

그 말을 뱉어버렸다

3개월 전에 저 아이도 이 현관문 앞에서 울었을까




-

우리 아가는 날 좀 더 닮은 거 같다
다행일까
내 품 안에서 꼬물거리는 ... 이 쪼끄만 아기

정우성의 실력엔 변함이 없었지만 사람이 변했다
그 잘하던 팬 서비스도 인터뷰도
텅 빈 눈으로 그냥 지나쳐가는 게 다반사

악의적인 기사도 많이 올라온다



더 잘해야지

왜...

그리고 얼마 뒤 국내로 들어온다는 기사가 떴다.


내가 기어코 이 아이의 날개를 끊었나...
왜 ...

술자리엔 나가지 않았다.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서

나를 향해 빵긋 웃고 있는 아기를 안았다
따뜻하다

서울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좁다.

아니 나도
그 아이도

같은 곳을 맴돌고 있으니 좁은 것이다.



우성아
...
기사 봤어

잘 해봐



결혼 얘기는 못들었는데

정우성의 눈에 힘이 들어간다.

나 일부러 형 구단 들어왔는데 형이 없어

설명하라는 듯의 고갯짓 그 아이 시선 밑에 웃고 있는 아기

너와 나의
아이

니 애 아니야

너무 오래 나와있어서
들어가 볼게

그 아이의 큰 손이 내 손목을 휘어잡는다
순간 아파서 찡그려지자 그 아이가 손을 놓는다

미안해요

...
오랜만에 들어보는 사과다

형 나 한번만...한 번만 봐주면 안 돼요?
나... 진짜 이제 ... 잘할게 형 아프게 안 할게요 응?
나 한 번만... 진짜 한 번만....

그 아이가 운다
다 큰 남자가 ... 이제는 아저씨가 된 아이가 내 앞에서 운다
어느 순간 이 아이에 눈물에 더 이상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눈물을 닦아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울지 마...
왜 나 때문에 울어 니가...

형 때문에 울지마 우성아
형... 좋은 사람 아니야 그러니까 이제 형 같은 사람한테 마음 쓰지 마
한국 온 김에.... 여기서 열심히 하고

형 갈게 이제

형 나 울잖아요
... 형 신경 쓰이잖아요 나한테에!

나 우니까 마음 아프잖아
형 지금 나 달래주잖아...

가지 마
아니 같이 가

천하의 정우성이 내 앞에서 세 살배기 애 마냥 떼를 쓴다
발을 동동 구르며 내 손목을 잡고 가지 말라고 운다




집에 와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아이 물건 가득한 거실에 정우성이 덩그러니 앉아있다

내 집 쇼파에 앉아서 강낭콩 같은 아기 발가락을 콕콕 찔러보고 있다.
이게 내가 꿈꿨던 우리의 미래였는데

커피.
고마워요

난 마시지 않는 저 달디 단 커피캡슐
찬장엔 아직 저 커피캡슐이 한가득 있다.

형 나 여기서 살래요
... 본가 있잖아

싫어

저 막무가내로 떼쓰는 게 왜 밉지 않을까

형 우리 다시 만나요
아니다 사귀지 말고 결혼해요

...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하마터면 좋아라고 대답할 뻔했다

아니
우리 만나면서 좋았던 기억 보다... 힘든 기억이 더 많아
너도 나도

그럼 다시 시작해요 처음부터
아니 1달만 만나봐요 ...

어찌할 것도 없이 커피잔을 내려놓고 입을 맞췄다

급하게 떼긴 했으나

...

밥...먹을까뿅

주방으로 도망쳐 왔다 내줄게 별로 없어서 급하게 몇 있는 채소를 다지고 저 애가 좋아하는 폭신한 계란말이를 했다

오랜만에 밥 먹는데... 겨우 볶음밥이네

내가 좋아하는 거잖아요

아기 발가락을 콕콕 찌르고 있던 아이는

나 애기 안아봐도 돼요? 하고 물어왔다

응...

낯도 안 가리는지 첨 보는 남자가 제 발가락을 콕콕 찔러도 어색한 자세로 불편하게 안아도 울지도 않는다

지 애비는 알아보는 건가

우성이가 아기를 안자 저 어색한 자세에도
너무 ... 모든 게 제 자리를 찾은 것 같았다

아기를 보며 웃는다

형 미안해요
고생 많았죠

... 니 애 아니라니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주저앉아 울었다

형...형....

우성이가 아기를 급하게 눕혀놓고 나에게 달려왔다

형... 미안해요.... 내가.... 내가 미안해요

우성이를 붙잡고 내가... 내가 더 미안하다고 울었다

서로 한 발자국만 다가오면 됐는데
마음을 한 치만 더 내주면 됐는데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서른 넘은 아저씨 둘이서 대낮에 부엌 식탁 옆에 쭈그리고 앉아 부둥켜안고 운다
저 뺘뺘 거리는 아가만 웃네

밥 먹어... 배고프겠다


눈물 젖은 볶음밥

애... 이름 뭔지 안 궁금해뿅?

뭔데요?

...

정우주

야 울다가 웃으면 똥구멍에 털 난다
형 거 넣을 거 아니니까 괜찮아요

...

내 애 아니라매
입을 삐죽이며 툴툴

아니야

아아아 진짜아아

니 애 아니면 누구애겠냐...뿅

그러니까 누가 미국까지 와서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하고 가래요...

나 한국 들어온 건 ... 원래 이쯤 돼서 들어올 계획이었으니까 너무 맘 쓰지 마요

... 형 밥 먹고 원온원 할래요?
형 복귀 언제 할 건데에

... 할 생각 없었는데뿅
아니 해야 돼 내가 왔는데 해야지

무릎 아픈데... 허리도 아픈데... 손목도...
들리지도 않는지 밥 가득 떠서 와암 먹는다

밥 먹고 애 유모차에 태우고

...
농구 코트

형 하나도 안 죽었네요
이게 바로 폼은 일시적 어쩌구...그건가

사실 팀 경기 안 나가고도 매일 밤에 나와서 울면서 혼자 슛을 넣었다
그거라도 안 하면 진짜 죽을 거 같아서

배 한참 부른 임산부가 농구공 튀기고 점프슛 넣고
애 낳고서도 신생아 꽁꽁 싸매고 데리고 나와 혼자 또 농구하고
가끔 신현철 최동오 불러내서 농구하고

그래야 숨 쉴 수 있을 거 같아서
농구도 안 하면 하루 종일 정우성 생각만 하다 우는데

물론 씻을 때 아 정우성이었다면 그때 돌파를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며 울기는 한다


복귀를 안 한다는 말도 뻥이다
정우성 우리 구단 온다는 소식 듣고 구단주한테 직접 전화해서 나 복귀 계약 절대 알리지 말라고 빌었다
...

다음 달이라 오래 숨길 순 없었겠지만

형.
나 하는 거 보고
혼인신고해 줘요

너도
나 하는 거 잘 봐라뿅


진짜 오랜만에 하는 말인데요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으아아ㅏ애애ㅐ애애애앵아으애앵애애

아니 이 타이밍에 잰 왜 울어!!!!!!!!!!!!!!!!!!
어 아빠 가용!!!!!!!!!!!!!

아빠도 가요~




어찌됐든 다시 하나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