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52105451
view 1972
2023.07.07 01:47
[여우냐? 나 강백호... 너는 지금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있겠지. 그리고 프린스를 재생했을거야. 그런데 이 천재의 목소리가 나와서 놀랐겠지? 사실 너의 프린스 테이프는 내가 가지고 있어. 네가 우리집 열쇠를 가지고 미국으로 간 것처럼 네가 오래 아낀 뭔가를 나도 갖고 싶어서... 새 프린스 테이프는 더플백 속지퍼에 넣었다. 그리고... 네가 워크맨을 꺼내 재생을 누르면 내 목소리가... 이건 내가 만만쓰의 본가에 놀러왔다가 부탁한거야. 만만쓰가 너 환송회 해준다고 뿅뿅이랑 동동이 데리고 본가 와 있잖아. 다들 녹음을 도와주는 고급인력이니까 고마워해라.

(딸깍)

전국대회 우승하고 나서 여우 네가 그랬지? 같이 미국 가자고. 나는 그럼 무슨 꿈같은 소리냐고 화를 내고. 너희 부모님이, 안선생님이 같이 보내주겠다고 했을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 갚을 수 있을까? 내 마음의 외상장부에 빚이 또 느는 건데. 갚을 수 없는 은혜는 받는게 아니라는게 내 생활신발..(생활신조뿅...) 아, 생활신조야? 어, 그건데 그걸 내가 갚을 수 있을까 생각했어. 어... 나는 생각이 너무 많고, 너는 그런 나를 용납 못해서 엄청 싸우고... 그러다가 너랑 죽을듯이 싸우고 혼자 잠들었던 날 펑펑 울었나, 내가 자면서도 울었는데 네가 와 있었어. 우는 날 깨워서 물을 먹여주면서 그랬지.

"멍청이 너는 내 농구의 파트너고, 인생의 파트너다. 네가 날 쫓아오는 걸 평생 할 수 있게 난 갈거다. 기다릴거다. 빚이 아니라, 너는 널 보내는 사람의 빛이 되면 된다."

내 여우가 그렇게 말을 많이 하는걸 아무도 안 믿는게 억울하다. 그래서 나도 결심할 수 있었다. 빚이 아니라 빛이 되어 뛰기로. 진짜 열심히하면 장학금도 받을 거라고 섭섭쓰가 계속 절차를 알려줬어. 그래서 나도 가기로 했다. 널 보내고 곧.

(딸깍)

...어, 이제 괜찮아. 만만쓰가 왜 울어? 이거 잘라줘야해. 나 우는 거랑 만만쓰 우는 소리 다 편집해줘. 뿅뿅주장, 부탁해. 어... 나 조금만 울고 다시 녹음할게... 여우는 나 우는거 몰랐으면 좋겠... 흐윽... 흐어어어어어...

(딸깍)

...너는 오늘 내가 집으로 가라고 강요해서 엄청 언짢은 얼굴로 우리집을 나섰지. 어, 너와 나의 집이었던 우리집. 친척어른들께 미국가기 전에 인사하라고 엉덩이를 차서 쫓아내고 만만쓰네로 와서 나도 실컷 울었... 흐윽... 이거 잘라줘...

(딸깍)

여우야, 같이 못가서 미안해. 널 애타게 해서 미안해. 이런 나여서, 그건 미안해하지 않을게. 네가 나보다 더 날 아끼는 걸 아니까 나도 이제 이런 나를 더 아껴볼게. 잘 아껴서, 서태웅 주장의 에이스였던 강백호답게 팔팔하고 쓸만한 모습으로 너에게 데려갈게. 기다려. 우리집이 이제 네가 있는 그곳에 자리잡을 수 있게 나도 간다.

(프린스를 허밍으로 부르는 백호의 소리. 울음소리. 옆에서 들리는 대만이의 울음을 삼키는 소리)

(딸깍)

태웅, 안녕. 뿅뿅이다뿅. 청대의 막내들인 태웅이랑 백호는 이제 국대의 애기들일게 당첨이니까 그냥 애기라고 부를게요. 우리 빨간 애기가 우는 건 모두 빼고 편집해달랬는데 만만이랑 동동이의 의견은 가볍게 무시하고 나는 넣기로 했어요. 미국애기 태웅도 알았으면 해서. 애기가 많이 울었어요. 태웅이 애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면 애기 마음도 그래요. 애타는 마음은 여기 애기도 마찬가지에요. 국대에서 니들이 내 애기에이스일거니까 이 녹음테이프의 운영은 내가 맡는다뿅. 애기가 많이 울겠지만 그만큼 미국애기, 태웅을 사랑해서인걸 아니까 니들은 꼭 다시 만나서 염병천병 백년해로나 해버려요. 솔직하지 않으면 오해를 풀 기회도 없이 힘들거예요. 그러니까 미국애기는 애기의 눈물을 기억하고 있다가 미국에서 만나면 닦아주도록 해요. (동오야, 백호는 잠들었어? 대만이도? 걔네 탈수 올지도 모르니까 30분 뒤에 포카리 먹이자) 태웅, 천년같이 기다려용. 그리고 다시 만나서 만년같이 사랑하면 된다뿅. 니들이 대만이의 자랑인 애기들이고, 우리 현필이처럼 국대의 소중한 애기들이니까, 잘 지내는걸 보는게 선배들의 역할이라면 나는 애기의 눈물도 녹음해서 보내는게 맞다고 결정했어요. 태웅, 소중한 애기는 우리가 잠시 맡아서 키우다가 보낼게요. 태웅도 태섭이랑 우성이한테가서 울고 싶을땐 어깨를 빌려달래도 되용. 선배는 그러라고 있는 거니까. 기다려요. 애기가 애기를 만나서 행복하게 울고웃는 걸 카나가와와 아키타와 전국의 선배들이 이뤄주고 말거니까. 니들은 행복할 자격이 있다뿅.



















태웅이 비행기에서 내렸을때 태섭이랑 우성이가 마중을 나와있었지. 얼굴이 다 젖어서 비틀거리면서 나온 태웅을 붙잡고 태섭이 놀라서 물었지.

"태웅아, 왜 그래? 어디 안좋아?"
"...두고 와서."
"뭘? 중요한 거면 보내달라고 하자."
"멍청이를, 내 인생을 두고 왔어요."











태웅이 두고온 인생이 태웅에게 닿았을때 백호는 프린스의 노래를 완벽하게 부를 수 있었지. 태웅이의 프린스 테이프를 매일 들었으니까. 늘어질까봐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가 대신 불러서 수상할 정도로 프린스를 잘 부르는 빨간 머리가 되어 태웅에게 도달한, 태웅이 잠시 일본에 두고 갔던 인생의 붉은 빛이 그렇게 태웅에게 닿았지. 종생토록 꺼지지 않을 빛이 되어.








루하나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