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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7 00:50
황제 태섭이는 황후 소생의 황자였는데 황자일때부터 다른 후궁의 소생을 황제로 옹립하려던 가문에서 보낸 암살자때문에 황위계승서열 1위였던 형을 잃은 적이 있었겠지
그때 궁밖으로 도망친 어린 태섭이를 하룻밤 숨겨준 소년이 있었는데 자신도 어리면서 형이랍시고 허세를 부리더니 무릎에 화살을 맞아가면서까지 태섭을 구했음
자신을 구하느라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고 놀라서 우는 태섭을 계속해서 괜찮다고 달래주었던 소년은 태섭이의 생명의 은인이자 첫사랑이었지만 두번다시 만나지 못했겠지

그 후 태섭은 온갖 고난을 뚫고 황제가 되었지만 신하들의 의견을 따라 강제로 그 가문의 장남인 음인을 황후로 맞이해야했지
혼례를 마치고 신방에 들어서야만 황후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절차가 있었지만 태섭이는 그 끔찍한 황후의 얼굴조차 보지 않고 처소에도 일절 발걸음을 하지 않았음

물론 이건 태대무순이니까
태섭이의 첫사랑=황후=대만이임

대만이는 정실부인 소생의 장남이지만 무릎을 다친뒤로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못했음
설상가상으로 음인으로 발현한 후로는 방계 출신의 소생이 후계자가 됐고 대만은 어린 황제의 황후로 팔려가듯이 결혼했음
그래도 부모님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알았기에 어떻게든 황후로서 잘해보려고했지만 황제는 자신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음 대만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음 그래서 황제의 얼굴조차 제대로 본 적이 없었지 황제도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그 사건이 생겼을거임

대만은 집에서 입었던 편한 옷을 입고 황후궁에 있는 후원에서 산책하다가 조금 바깥의 경치를 구경하고 싶어했고 태섭이는 나랏일을 하다 지쳐서 산책을 하러 나왔음
그러다 태섭이가 대만을 보는순간 알아차렸겠지 저 사람이 자기 첫사랑이라는걸 얼굴도 얼굴이지만 왼쪽 무릎도 살짝 절고 있었음
대만에게 바로 다가가서 번쩍 안아든 다음 자기 처소로 데리고갔는데 처음엔 무슨 짓이냐고 펄쩍 뛰던 대만이도 태섭이 향하는 방향을 보곤 한번도 얼굴을 본적 없었던 황제라는것을 깨닫고 얌전해졌음
태섭이는 대만에게 승은을 내려주겠다며 옷을 벗겼음 대만이 자신의 황후인줄 몰랐기때문에 대만과 자고 그를 후궁으로 앉힐 생각이었지
대만은 당연히 황제가 드디어 자신과 동침하고 싶어서 데려왔나보다 정도로 생각했고...

그날 태섭은 아주 소중하게 대만을 안았음 그래서 대만은 이제 황제가 조금쯤은 날 받아들여주는구나 안심했고 행복했겠지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행복한 기분으로 일어난 대만은 태섭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됨

황후는 곧 냉궁으로 보내고 후궁을 들일거라고

그리고 대만에게 자신은 정무를 보러 가겠다고 얘기한 다음에 나가버렸지 앞으로는 황궁 생활이 조금은 덜 외로워질거라고 기대했던 대만은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한참동안 앉아있다가 그럴줄 알았다며 담담한 표정으로 일어나 조용히 처소로 돌아갔음

태섭이 하루일과를 마치고 처소로 왔을땐 대만은 이미 나가고 없었지 당황해서 여기에 낮선 음인이 오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다들 모른다고 했음 대만은 황후였으니까 다들 대만을 찾는다고 생각하질 못했던거지
혹시 누군가 대만을 해치려고 한게 아닐까 걱정됐던 태섭이 오늘 이곳에 온 사람이 있었냐고 묻자 당연히 황후가 왔었다는 얘기가 나왔고 태섭은 큰 오해를 하게됨

황후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받을까봐 대만을 빼돌렸다고 생각한 태섭은 그날부터 천천히 몇달의 시간을 들여 대만의 가문을 역적으로 몰아서 가족들을 고문하고 대만을 냉궁으로 보내버리겠지

그무렵 대만은 그날의 일로 자신이 임신한 것을 알았어 하지만 집안이 역적으로 몰리고 냉궁으로 보내지자 자신이 임신한 것이 절대 밝혀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동시에 엄청난 공포에 사로잡혔음 내가 이 아이를 지킬 수 있을까 이 아이가 태어난다면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등등...
임신때문에 한창 감정기복이 커질 시기에 큰일을 겪게 되자 생각은 계속 부정적인 사고방식으로 흐르게됨 어쩌면 이 아이는 태어나기 전에 죽는게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한편 태섭은 대만의 아버지를 고문하고 있었음 당신이 빼돌린 음인을 내놓으라고 혹독한 문초를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뿐이었어 그런 대만의 아버지를 보며 대만의 어머니는 묶여서 울부짖을 뿐이었지
시끄러운 울음소리에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태섭이는 순간 멈칫했음
서글프게 우는 여인의 얼굴이 어딘가 익숙해보였거든 홀린듯이 대만의 어머니 앞에 다가가서 찬찬히 살펴보자 대만의 이목구비를 많이 닮았다는걸 알 수 있었지
태섭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갔음

우선 자신은 가족을 죽인 집안의 자식인 황후를 증오해서 얼굴을 한번도 본적이 없어 그리고 첫사랑은 갑자기 황궁 안에 나타났지 그리고 첫사랑은 황후를 냉궁으로 보낼거라는 얘기를 듣고난뒤에 사라졌고 신하들 말로는 그날 황제의 처소에 나타났던건 황후 뿐이라고 했지 결정적으로 황후의 어머니라는 자는 첫사랑과 매우 닮았어

태섭은 떨리는 손으로 일단 오늘은 문초를 그만두고 죄인들을 옥으로 돌려보내라고 명령했어 그리고 냉궁으로 향했지 처음에는 걷다가 이제는 뛰기 시작했어

그리고 냉궁을 열어서 처음 마주한건 천을 풀어서 목을 맨 첫사랑의 모습이었음

다행이 목을 맨지는 얼마 되지 않아서 숨은 붙어있다고 했어 그렇지만 회임을 한 상태라서 몸이 약해지는바람에 깨어나지 못하는거라고 했지
신하들 사이에서는 역적의 자식이니 황후도 죽여야한다고 주장하는 얘기가 나왔고 황후와는 딱 한번 합궁했었으니 저게 황제의 아이라는 보증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왔음

태섭은 선택을 해야했어
가족의 원수를 갚을지 아니면 사랑을 선택할지
그리고 대만은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어

차마 결정을 할 수 없었던 태섭은 모든 판결은 아이가 태어난 다음 하겠다며 차일피일 시간을 미뤘지
그리고 증거인멸을 위해 대만의 가문이 몰락하길 바라는 쪽에서는 그걸 기다리지 못했고 암살자를 보냈어
깨어나지 않는 황후를 살려두는건 뱃속에 있는 황제의 핏줄 때문이고 황후가 죽어버리면 바로 숙청이 시작될거라고 믿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그들이 예상하지 못했던건 태섭이 황후를 사랑해서 엄중한 경비를 붙여두었다는 점이었음
그리고 암살자는 붙잡혀서 배후를 다 불어버려서 모든것이 만천하에 드러나버리게 됨

알고보니 진짜 머리는 따로 있었음 대만의 가문은 부유하긴 했지만 실권은 별로 없었는데 진짜 실권을 쥐고 있는건 다른 가문이었음
건국공신이었던 그 가문이 대만의 가문을 비롯한 여러 가문들에게 나누어서 온갖 일들을 지시했고 겉으로는 어느정도 권력을 쥔 것 같이 보이는 대만의 가문도 실상은 황후를 배출했다는게 고작일뿐인 결국 일개 수족에 불과했다는걸 알았겠지

그다음은 일사천리였음 건국 당시부터 배후에서 다른 가문들을 지휘하던 가문을 치고 나머지 가문들을 휘어잡으면서 기강을 바로잡았음
덕분에 대만의 가문도 누명을 벗었지만 대만의 아버지만은 귀양을 가야했음

그리고 그 모든 일이 벌어진 뒤에도 대만은 깨어나지 않았지

산달이 다가오고 출산일에 산모가 의식이 없으면 위험할거라는 얘기가 나왔어 어의는 반드시 아이만은 살리겠다고 얘기했지만 태섭은 예상과 다르게 아이는 상관없으니 반드시 황후를 살리라고 이야기하겠지

어의는 태섭의 의중을 판단할 수 없어 혼란스러워했지만 우선은 명을 따를 수 밖에 없었음

태섭은 깨어나지 않는 대만을 생각하며 매일밤 후회하고 또 후회했겠지 그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궁에서 하루하루를 버텼으며 무슨 생각으로 처소에 와서 동침을 했을지, 그 말을 듣고 무슨 생각을 하며 혼자 황후궁으로 돌아갔을지, 냉궁에 갔을때 무슨 생각을 하면서 버티다가 결국 목을 맬 생각을 했을지
그사람을 혼자 둔 자신이 너무 미워서 참을 수 없이 슬펐어

결국 아이는 어머니가 깨어나지 않은채 태어났어

아무리 대만을 최우선으로 여기라고 했지만 황실의 혈통을 중요시하는 어의는 본분을 다했고 그 과정에서 출혈이 많이 발생하는 바람에 대만의 몸은 많이 약해졌지

태어난 아이는 두상부터 발끝까지 누가봐도 태섭의 아이라는것을 알 수 있었고 모두가 황자의 탄생에 기뻐했지만 단 한사람 황제만은 기뻐할 수 없었지
깨어나지 않는 대만을 황후궁에서 황제의 처소로 옮긴채 매일 한시간씩 어린 황자를 대만의 품에 안겨주었음
어린 것을 생각해서라도 눈을 뜨길 바라는 마음이었어

그런 태섭의 마음이 닿았는지 어느날 대만은 황자의 꼬물거리는 손을 마주잡으며 눈을 떴어 그리고 태섭과 눈이 마주쳤지
태섭은 감격에 차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데 대만이 죽은 눈을 하고 조용히 말했어 저는 사약을 받게 될까요 아니면 참형을 당하게 될까요
당황한 태섭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이어서 그래도 이 아이만은 황실의 핏줄이 확실하니 살려주었으면 한다고 말하겠지
태섭이 그렇지 않다고 진짜 역모의 배후를 잡았고 황후의 가문은 건재하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대만은 다행이네요 하고 대답을 할뿐 여전히 생기가 하나도 없었어
태섭은 그런 대만을 얼른 회복시키고 싶어서 나는 이제 당신을 미워하지 않는다고 말해주기도 하고 산책을 시키기도 하고 황자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대만은 여전히 죽은 눈을 하고 있었겠지

그러다 어느날 태섭이 처소에 돌아왔을때 죽은 눈으로 자신의 목에 칼을 대고있는 대만을 마주치게됨 당황한 태섭이 떨리는 손을 감추며 일단 그 칼을 내려놓으라고 이야기했지만 대만은 고개를 저었지
그리고 태섭에게 자신이 죽는게 나을거라고 이야기할거임
대만은 그날 도망친 소년이 누군지는 정확히 몰랐음 그냥 아버지가 의뢰를 받고 죽이려던 사람중 하나라고 생각했지 뛰어난 무가였기때문에 비슷한 의뢰가 많이 들어왔었거든 그리고 아직 죽기에는 너무 어린 소년을 발견하고 숨겨준거였음
그렇게 아버지 몰래 숨겨준 아이들이 종종 있었지만 그날은 유독 추적이 끈질겼고 결국 대만은 다치게 됐어
그 후 대만이 종종 어린 아이들을 도망치게 했다는걸 알게된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날 이후 대만은 밖에 나갈 수 없었음
가문에서는 아들에게 벌을 주는거라고 했지만 대만은 아버지의 다정함을 이해했겠지
어차피 무릎을 다쳐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바람에 별로 남들 눈에 띄고 싶지 않았거든
음인으로 발현해 황후로 팔려가듯이 결혼한것도 주변에서는 다리도 못쓰는게 음인으로라도 발현해서 다행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대만의 아버지는 언젠가 황제가 칼을 빼들었을때 혹시라도 그날의 일을 기억한다면 딱 한명 대만이만은 살려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쉽게 죽이지는 않을 위치에 앉혀준거겠지
대만은 가문이 역적으로 몰렸을때 황제가 이제 우리를 숙청하려고 하는구나 깨달았고 그 후 자신이 의식이 없었을때 진짜 일을 지시한 사람이 밝혀졌다곤 해도 결국 자기 집안이 황족을 직접 죽인 셈이니 태섭이 다른 사람을 황후로 앉히고 싶을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 일로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 후 태섭이 사랑하는 사람을 황후 자리에 앉히려면
차라리 황자를 낳은 황후라서 나중에 태섭에게 걸림돌이 될 자신을 죽이는게 최선일거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겠지

그리고 그때까지 아무렇지 않은 척하던 태섭은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대만에게 매달리게 될거임
당신이 화살을 맞아가면서까지 날 구해준 그날을 당신도 기억하고 있으면서 어떻게 나에게 그런 당신을 죽이라고 할수가 있냐면서 눈물을 흘리겠지
그러면 대만도 떨리는 목소리로 원수의 자식인 자신을 원망하지 않느냐고, 그래서 혼례날 이후에도 계속 자신을 찾지 않았던거 아니냐고 묻다가 이런 내가 당신 옆에 계속 있어도 되는거냐고 말하면서 같이 울기 시작할거임

그렇게 집안의 갈등과 궁안 세력다툼 등으로 인해 계속 겉돌기만 하던 태섭과 대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오래도록 함께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