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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4 10:58
농구는 고등학교때까지만 하고 정해진 수순처럼 의대 진학하는 권준호.
의대 진학해서도 농구 좋아하는 건 여전해서 대학리그도 다 찾아가서 보고 바쁜 중에도 북산고 친구들 만나러 다님 그러다가 대학리그 뛰는 산왕 애들이랑도 다 안면트고 그러겠지.

강백호 재활훈련한 병원장이 준호 큰아버지임 3대가 의사하는 의료 명문 집안에서 조용히 반항하며 큰 권준호. 집안 남자들 죄다 가던 사립 학교 대신에 공립학교 다니며 농구부 하는 반항은 고등학교까지만이었음.

백호 재활 끝나고 안선생님이랑 의논해서 백호 미국 보낼때 준호가 치수랑 같이 장학금이랑 이런거 저런거 다 알아다봐줌

미국가서 우성태섭 태웅백호 넷이서 부대끼며 사는데 당연히 첨가보는 미국에서 넷 다 허둥거리겠지 그 와중에 아픈데 생기면 일단 안경선배부터 찾는 끼끼 강백호

백호든 태웅이든 태섭이든 전화하면 그게 새벽이든 한밤중이든 준호는 무조건 일어나서 받아줌. 애들 아프다 그러면 무조건 그 자리에서 전화 끊고 바로 미국에서 의사생활하는 친척들이나 펠로우 연수중인 형 누나들한테 전화 돌려서 어떻게든 해결책 찾아주겠지. 병원갈 정도 아니면 자기 집안 의사들 중에서 정형이랑 재활쪽 아는 어른들께 물어서 진즉에 약이랑 처치법 다 배워서 애들한테 알려주는 권준호.

이쯤되면 거의 미국조 애들 주치의겸 제2의 보호자임 거기다 북산 3인방에 같이 사는 우성이까지 자연스레 끼워짐.

거기에 같은 대학 체교과 농구부 이명헌과 최동오가 얹어짐 그리고 대만이는 그 둘과 함께 자취하고 있겠지.

미국보낸 우성이가 걱정도 되고 신경도 쓰여서 때마다 전화하고 편지 주고 받는 이명헌 최동오에 역시나 미국보낸 바보트리오가 신경쓰이는 정대만. 그 사이에서 충실하게 좋은 선배겸 예비 주치의겸 제2의 보호자 역할하는 권준호.

방학 되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미국 가는 비지니스석 잡아타고 애들 줄 약이랑 편지랑 선물 반찬 바리바리 챙겨서 비행기 타는 권준호 
비행기 타기 전에 미리 애들집에 전화 걸고 정중하게 인사드리고 방문해서 조곤조곤 설명하는 권준호 
카오루상은 당연히 태섭이한테 어떤 선배인지 너무 잘 아니까 자기 대신에 미국 가서 안부 전해주고 엄마 반찬도 부쳐주고 선물도 보내주는 준호한테 늘 고마워함. 태섭이네 갈 때마다 양 손 가득 태섭이 짐과 함께 카오루상이 주는 선물까지 들고 나오게 되는 권준호.

태웅이네는 여유롭지만 태웅이네는 태웅이 성격 잘 알아서 부모님이 자주 찾아가거나 하는 편은 아님. 대신 사회인이 된 누나가 출장길이나 휴가철에 한번씩 들르겠지. 부모님이 갈 여력이 되는 거 충분히 알지만 그래도 인사 드리고 미국 가기전에 말씀드리고 대신 짐 받아오는 권준호. 

백호는 집안 어른이 안계셔서 안선생님 댁에 찾아감. 안선생님 사모님이 주시는 반찬이랑 옷가지랑 아버지 병원 가서 영양제 진통제 상비약 탈탈 털어 짐 챙기는 권준호. 그 와중에 백호꺼는 늘 따로 챙김. 날씨 안 좋거나 무리하면 등에 한번씩 통증 오는 거 알고 있거든. 근데 백호가 들키는 거 싫어해서 알면서도 따로 빼내서 챙겨줌. 

그리고 곧 다가올 여름 방학을 앞두고, 가는 김에 우성이네도 들러보는 게 어떨까 생각하는 준호. 같이 사는데 혼자 챙김 못 받는 것도 서럽고 무엇보다 우리 애들이 저렇게 좋아하는 애고 개인적으로 우성이 플레이도 좋아해서 챙겨주고 싶은 준호. 그런데 자기는 산왕 선배도 아니다 보니 무턱대고 연락할 수 없겠지. 잠깐 고민하다 동댐뿅네 자취집 찾아가는 준호. 방학이라서 전훈 가기전에 잠깐 여유 시간 있을 때임. 


"권준호가 날 다 찾고 무슨 일이냐뿅."

"이번에 나 미국 갈려고 그러거든. 가는 길에 애들 집에 들려서 전달하시고 싶은 물건들이랑 이런 저런 것들 챙겨서 가는 중이야. 그래서 가는 김에 우성이것도 챙겨갈까 싶어서."

"마침 잘 됐다 뿅. 나도 미국 갈 예정 뿅."

"아, 그럼 내가 안 가도-"

"같이 가자 뿅."

"내가 거길?"

"당연하다 뿅. 우성이 발목 염좌 왔을 때 누가 약 챙겨주고 전화 돌렸는데뿅. 우성이네 부모님이 안그래도 얼굴 보고 싶어하신다뿅."

"하하, 그럼 같이 갈까?"



그래서 광철 미사씨네에 함께 가게 된 준호랑 명헌이. 딱뚝콱 백빡빡이 주장 뿅키치 이명헌도 거대문짝벤츠 새우꺾기 달인 신현철도 아기 밤톨 머리 북북하던 이목구비 딱뚝콱 아키타 원빈 최동오 등등등 하도 다양한 몇백빡빡이들을 봐왔지만 이런 타입은 네가 처음이야-싶은 광철 미사 부부.

무슨 아는 후배네 부모님 뵈러 오는데 흰 셔츠에 린넨 재킷에 슬랙스에 머리까지 단정한 누가봐도 나 좋은 집에서 잘 자랐어요 하는 안경남 의대생이라 이런 타입은 좀 낯선 광철 미사 부부. 권준호가 인사차 사온 교토의 이백년된 노포의 과자 포장 풀면서 선물 받은 다기 부랴부랴 꺼내는 광철 미사 부부. 자기는 커피도 좋다해서 단골집 원두 그라인딩 해서 커피 내리는 광철과 호탕하게 웃으면서 우성이 얘기하는 미사씨. 그 옆에서 재밌다는 듯 뿅뿅 삐뇽 베시 거리는 우성이의 영원한 주장이자 포가 이명헌. 

그래서 처음 보는 자리인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광철씨가 해주는 밥까지 얻어먹고 양손가득 짐 챙겨서 대문 나서는 권준호와 이명헌. 



"발권 다 했냐 뿅."

"응, 다음 주 월요일 10시 비행기."


"무거운 건 미리 국제특송 부치고 공항에선 가볍게 보자뿅."


그리고 혼자 가던 열 네시간 비지니스석에 친구 생겨서 모처럼 자거나 영화 보는 대신 같이 기내식 품평하고 영화보고 조곤조곤 수다도 떨면서 가는 준호랑 명헌이. 그렇게 미국조 녀석들 집에서 열렬한 환대 받고 일주일 동안 미국 대학 경기장도 보고 오프시즌 길거리 농구도 뛰어보고 하면서 어느 새 귀국길에도 같이 오르겠지. 그렇게 방학 때마다 같이 비행기 타고 태평양 건너고 대학리그 시즌에는 자연스레 대만이뿐만 아니라 명헌이도 챙겨주게 되고 그렇게 스며들듯이 친해져가고 익숙해져가는 준호랑 명헌이. 

그렇게 미국조 우성태섭 태웅백호 투닥투닥 우당탕탕 챙겨주고 전화 받고 국내에서는 동댐뿅 챙겨주고 의대생활 하며 살다가 권준호도 당연스레 연애라는 걸 하게 됨. 애초에 권준호 정도 되는 애를 누가 그냥 두겠음. 동댐뿅이랑 같이 대학리그 뛰는 타대학 연상이었고 동댐뿅 집에 들렀다 여상하게 내뱉은 근황에 정대만은 왁왁 거리고 최동오는 잠깐 놀란 표정으로 이명헌 한 번 쳐다보았다가 점잖게 축하를 건네고 이명헌은 잠깐 삐요옹 거리다 이내 권준호도 연애를 하는구냐뿅 이러고 넘어감.

근데 그 연애라는 게 순탄치 않게 굴러가기 시작함. 

바빠죽겠는 의대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이란 건 한정되어 있음. 권준호는 처음 사귈 때부터 자기 워낙 바빠서 그렇게 시간 많이 내고 데이트 할 수 없다고 선 그었는데도 좋다고 만난거. 왜냐하면 준호 남친도 경기 보러 갔다가 우연찮게 뒤풀이자리서 함께 본 준호랑 말섞고 챙겨주는 거에 홀라당 넘어가서 사귀게 되었거든. 어차피 자기도 바쁘니까 그 정도는 익스큐즈 할 수 있다고 생각한거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권준호는 농구선수 애인으로 최고였거든. 선수 생활의 압박감을 잘 이해하면서도 몸도 잘 챙겨주고 누구보다 농구 좋아하고 바쁜 루틴 알아서 바쁠 때는 절대 연락 안 하고 예민한 시기는 알아서 조심해주고 식단할 때면 데이트 코스도 알아서 거기 맞춰 잡아주는. 누구보다 좋은 애인일거임.

단 하나만 빼고.

권준호가 처음 연애 시작하면서 못 박는 것은 다른 건 몰라도 미국조 녀석들한테 전화오는 건 꼭 받아야 한다는 거. 특히나 태웅이나 태섭이, 우성이 전화는 못 받고 넘어갈 때도 있지만 강백호 전화는 세상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받았음. 그게 한밤중이든 새벽이든 심지어 데이트 중이든간에. 미리 다 설명하고 시작했고 머리는 이해하지만 그게 계속되면 이해가 오해가 되고 불만이 되겠지. 결국 새벽에 등 아파서 전화온 백호 조곤 조곤 달래는 목소리에 남친이 크게 화내게 되고 준호는 헤어지게 됨. 그 이후로 몇 번이나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겠지. 주로 대학리그 뛰는 선수들이 먼저 다가오거나 같은 의대 내에서 플러팅이 오게 되고 으레 그렇듯이 모두 같은 이후로 싸우고 헤어지게 됨.

그 와중에도 미국가는 비행기는 방학 때마다 타고 있음. 이명헌과 함께.



"얼굴이 왜 그래용?"
 

"그렇게 쳐다보니 좀 무섭다, 명헌아. 별 거 아냐. 그냥 좀 싸우다-"

"그렇다고 얼굴에 손을 대용?"

"잘한 짓은 아니지만 내 책임도 없진 않지."

"그럴거면 그냥 집어치워용. 권준호 뭐하러 그런 놈이랑 만나냐용."


권준호 손댈 데가 어디 있다고 손을 올리냐뿅. 이 자식이 사람 아까운 줄 모르고 제 주제도 모르는 놈들이 꼭 이런다뿅.
다음번 경기 때 그냥 코트에서 발목을 자근자근-아 이러면 권준호 또 걱정해서 안된다뿅.
아주 자근자근 스코어를 밟아주겠어용.

공항 라운지에서 얼음팩을 대주는 이명헌의 눈빛이 무시무시해서 명헌아, 인상 쓰면 미간에 주름져-하며 검지로 꾹꾹 미간 눌려펴주는 권준호겠지.



슬램덩크 준호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