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웅이랑 농구부로 먼저 알았고 안경끼고 가쿠란 단추 목까지 채우고 있는 너드태웅이를 나중에 알게된거면 좋겠다
오늘 연습 앞당겨졌는데 자기보고 재수없는 여우자식한테도 전해라고 해서 투덜거리며 태웅이 반 갔더니 태웅이는 안보이고 비슷하게 생긴 애가 자고 있던거지
첨엔 태웅인줄 알고 뒷통수 퍽 쳤는데 뭐야.. 하는 목소리가 방금 일어나서 갈라지고 뒤집혀서 평소 서태웅이랑 달랐고 머리도 더 부스스함 무엇보다 두꺼운 안경 때문에 완전히 딴사람같았음 백호 앗차 해서 미안미안 서태웅녀석이랑 착각했다! 하는데 태웅이는 자기가 서태웅이라고 말하기도 귀찮아서 걍 있었을듯 덕분에 백호는 둘이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너드태웅한테 서태웅한테 부활동 시간 앞당겨졌다고 전해줘라! 하겠지 그날 태웅은 정시에 부활동에 나왔고 백호는 오 그 안경이 제대로 전해줬나보네 했을듯
그러다 다음날 흠... 그 안경 어디서 봤더라... 하는데 딱 점심시간 옥상 올라가니 또 자고 있는거지 아 그래 종종 옥상에서 봤던 녀석이었구나! 하는 백호임 발로 툭툭 차서 얌마 일어나봐 하는데 또 하품하며 밍기적밍기적 일어남 백호군단 한동안 교무실청소 벌청소 한다고 혼자 밥먹게 생겼는데 잘됐다싶어 점심동무 멋대로 삼아버리겠지 어제 서태웅한테 말 전해줘서 고맙다 하면서 자기가 뭘 주지는 못할 망정 도시락 반찬 막 뺏어먹음 너드태웅은 그걸 또 보고만 있겠지 너도 키 꽤 크다 서태웅만 한가? 하면서 소세지를 덥석덥석 집어먹다가 도시락이 바닥을 보일쯤에야 머쓱해짐 그렇지만 너드태웅은 백호한테 괜찮다고 하겠지 너 이자식 좋은 녀석이구나! 백호가 으항항 웃으면서 태웅의 목을 팔로 감아 조르면 좋겠다
둘이 우연인지 인연인지 종종 만나겠지 한번은 주말에 양아치들한테 삥 뜯기려던 너드태웅을 백호가 구해준적도 있었음 백호가 너 또 저런 녀석이 시비 걸면 말해! 하는데 너드태웅이 운동부니까 싸움에 엮이면 안되는거 아니냐고 하면 헉 그렇네.. 하는 백호겠지 어쩌다 공원까지 같이 와서 백호가 농구 하는 걸 보게 됐는데 너드태웅이 다리 좀 더 벌려 팔꿈치 붙여 하고 조언 해주면 좋겠다 강백호 부활동 중에 서태웅 말은 안들으면서 너드태웅이 말하는건 또 듣겠지 슉 들어가는 공 보고 너 굉장하잖아! 하고 손 마주잡고 좋아하고 웃을거 같다 너드태웅 그런 백호 가만 바라보겠지
그렇지만 북산 연습중엔 얄짤 없음 머리 살짝 넘기고 렌즈 끼고 근육선 다 드러나는 유니폼 입은 선수 서태웅은 강백호가 제일 미워하는 녀석일뿐임 태웅이 골 넣으면 헹 또 잘난척은! 하고 공을 터뜨릴듯 쥐기만 하고 있을거 같다 백호는 자기도 모르게 태웅의 플레이를 쫓다가 동글뱅이 안경을 낀 너드태웅을 떠올리겠지 그녀석 역시 서태웅 만큼 키가 컸지...? 하다가 고개를 붕붕 휘젓고 혼자 얼굴을 붉힘 뭐... 좋은 녀석이긴 하니까... 그리고 태웅은 자기도 모르게 백호한테 또 조언하고 말걸었다가 으르렁 컹컹 소리만 들었으면 좋겠다 대체 왜이렇게 태도가 다른줄 모르겠음
타학교랑 현내 시합일정이 잡히고 관계자용 티켓을 배부받은 백호는 너드태웅을 먼저 생각함 연습하는거 봐주기도 했고... 오면 좋아하지 않을까.. 하고 경기 티켓을 주려고 했는데 말이 턱 막히고 얼굴이 빨개지면 좋겠다 너드태웅이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백호가 어버버 할뿐임 이깟 티켓 주는게 뭐라고... 이게 뭐라고... 이건 마치... 고백할때의 심정 같았음
백호는 그제야 깨닫겠지 내가 얘 좋아하는구나 함 요즘들어 연습중에 얘랑 닮은 서태웅한테 시선이 가는것도, 계송 생각나는것도 그거때문이구나 하긴 자신은 예전부터 다정하고 눈매가 순하고 조용조용한 사람이 취향이었음 백호는 몇 번의 시도 끝에 너드태웅한테 티켓을 쥐어주겠지 꼭 와달라고 하고 후다닥 도망쳤어 경기에서 엠브이피를 딴 다음에 고백해야지
반면 태웅은.. 꼭 가긴 해야하긴함 자신이 출전하는 경기니까
자기 앞에서 우물쭈물 거리는 백호가 귀엽고 재밌게 느껴져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볼걸 알면서도 몇 번씩 불려나가 봤던건데 설마 경기 티켓을 줄줄은 몰랐지 태웅은 좀 어떡하나 싶어짐


백호는 경기를 뛰며 계속 관객석들 두리번 거리겠지 경기 시작 전에는 아직 안왔나... 했고 중반에는 내가 못 본 사이 왔다가 나갔나.. 했고 후반 땐 설마 아예 안온건 아니겠지...? 함 나중에 백호군단에게 물어보니 안경낀 더벅머리 남자애? 키가 너만했으면 당연히 눈에 띄었겠지 그런 사람 안왔어 라는 말을 듣고 절망하겠지 시합은 이겼지만(특히 서태웅의 활약으로) 백호는 그 어느때보다 우울했음 못 오면 못 온다고 말이라도 하지... 가장 마지막에 락커룸을 나서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어이 하고 부름 백호가 기대에 가득 차서 휙 뒤돌아보니... 서태웅이 서있겠지 실망도 이런 실망이 없음
너였냐 오늘은 건드리지마라 기분 안좋다 하고 다시 발을 떼려는데 태웅이 잡으면 좋겠다 아 하지 마라고! 팔을 거칠게 뿌리치려는데 그 전에 보인건 티켓이겠지 자신이 안경너드한테 줬던 티켓 태웅이 티켓을 흔들면서 오긴 왔다 니 티켓을 써서 들어 온건 아니지만... 이럴거같다 백호 입이 벌어져 멍하니 굳겠지 서태웅과 비슷한 키, 같은 반, 유난히 잘 알던 농구 기본자세들과 팁들...

백호가 굳은 동안 태웅도 티가 안날뿐이지 심장이 쿵쾅거렸음 한동안 자신을 몰라보고 치대던 강백호는 꽤나 개 같았고 귀엽고.. 또 귀여웠으니까 저번 연습때 무심결에 하이파이브를 하다가 그런 생각도 했음 지금 안경을 쓰고 머리를 내리고 있었으면 저녀석한테 키스도 가능했을텐데.. 라고 말이야 오늘 경기도 그래서 더 죽어라고 뜀 강백호도 저와 비슷한 마음이란걸 확인했으니 이젠 그 애가 나라고 나서도 될거 같았음 그럴거면 압도적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지

태웅이 백호한테 한걸음 더 다가갔음 할 얘기가 뭔데? 해봐 하고 턱을 까딱이면 좋겠다 무슨 얘기일지는 대충 알지만 강백호 입으로 듣고싶었음 아니 말하는 도중 키스하고 싶어지면 어쩌지 해도 되나? 그런 생각이나 하는데
백호가 시뻘개진 눈으로 죽일듯이 노려보는게 보고싶다
좋냐? 재밌었냐? 사람 하나 바보 만드는게 쉽지? 백호의 턱이 달달 떨렸음 태웅은 이런 상황까진 예상 못했지만 눈을 살짝 굴리다가 그런거 아닌데, 라고 솔직하게 말함 백호가 들을 턱이 없지만
그러면 뭔데? 내가 바보처럼 사람 구분도 못 할때 왜 말을 안했는데?
아 이건 태웅도 할 말이 없었음 처음엔 귀찮아서 였지만 옥상에서 만났을때도 태웅은 자신이 서태웅이 아닌척 했음 그러면서 강백호랑 밥을 먹고 오후 햇살을 받으며 누워있고 공원에서 농구 코치를 해줬지 태웅은 속이 울렁거림을 느낌 생각보다 강백호를 좋아한게 오래된건가?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도 알지 못하겠지 계속 예의 뚱한 표정을 짓고 턱을 쓸었으면 좋겠다
(너랑 같이 있는게) 재밌어서..? 그 말은 진심이었지만 백호를 화나게 하기엔 충분했고 쾅! 이마 박치기를 정면으로 받겠지
비틀거리는 몸을 겨우 가누고 고개를 붕붕 젓고 나서 앞을 봤을 때 백호는 저만치 뛰어간 뒤였음

부끄러워하는 강백호의 얼굴이나 키스라던가 하나도 건지지 못한 태웅은 할 수 업지 내일 안경 쓴 모습으로 찾아가야지 하며 본인도 체육관을 나서겠지 그리고 갑자기 우뚝 발걸음을 멈춤 아.. 이젠 내가 그 안경너드라는걸 알잖아.. 그럼 안경 쓴 모습으로 찾아가도 안 만나 주는건가...?
항상 뭘 생각하는지 모를 무표정한 얼굴에 식은땀이 주륵 흐르면 좋겠다








태웅백호
루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