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댐 정대만이 먼저 태웅이한테 들이대서 사귀게 되었는데 태웅이 미국에서 농구하는 동안 매번 정대만이 아기깜고 태웅이 보러 미국갔었는데, 그 동안 무릎 아픈 거 하나도 티 안내는 정대만이 보고싶다. 서태웅 뇌진탕 오고도 다음 날 경기 나가는 금강불괴에다가 무심한 면이 있어서 13시간 비행기 타고 오고가는 동안 무릎 아플거라는거 생각 못하고. 언제 인터뷰에서 서선수 고향이 아주 먼데, 고향 갈 때 비행기에서 무릎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이런 이야기 듣고 잠시 정대만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따로 정대만한테 얘기할 정도로 인상 깊지도 않아서 곧 잊었을거임. 정대만도 굳이 미국에 오는게 부담이라거나, 무릎이 아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음.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좋은 얘기만 하기도 시간이 모자라니까. 이런 얘기들을 하기에 우린 너무 멀리 떨어져있고,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적으니까. 미국 대학은 바쁘니까, 드래프트는 치열하니까.... 이런 이유들로.



서태웅이 나쁜 남자친구는 아니었음. 말 수가 없어도 매번 앞뒤로 꽉꽉 채운 편지를 보내왔고, 정대만이 아플 때는 귀신같이 알고는 전화를 해왔음. 롱디의 서러움에 둘이서 전화기를 붙잡고 엉엉 울었던 날로 부터 몇 주 후, 훈련을 마치고 집에 도착했을 때 집 앞에 있던 거대한 택배 박스에는 까만색 고양이 인형이 있었지. 서태웅은 나름의 방식으로 정대만을 사랑했고 태웅대만 둘 다 그걸 모르거나, 부정하지는 않아. 다만 정대만이 원하는 정도로 다정하지 않고, 정대만이 원할 때 정대만의 옆에 없었을 뿐이지.


그러다 서태웅이 한창 주가를 올리던 25세, 정대만은 27세라는 나이에 시즌 중 부상으로 세 번째 무릎 수술을 하고 은퇴하게 됨. 시즌 중이라 서태웅은 한국에 들어올 수 없다는 걸 뻔히 아는데, 그렇게 사랑하던 농구를 놓고 사랑하는 사람 품에 안겨 울고 싶을 때조차 13시간을 달려 미국에 가야 한다는 사실에 현타 맞고 이별하는 정대만이 보고싶다.



정대만은 몇 분의 전화로, 몇 줄의 편지로 이별할 남자가 아니라 결국 13시간을 달려가서 서태웅한테 이별을 전하고 다시 13시간을 달려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정대만은 26시간 동안 울며 모든 마음을 태웠는데 그제야 정대만이 가는 동안 무릎이 아프지 않았을까... 하고 궁금해하는 서태웅이 보고싶다.





연인은 연락도 없이 태웅이네 구단으로 찾아왔음. 몇 시간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게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는 매니저의 말에 달려나간 자리에는 싸구려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정대만이 목발을 달랑거리면서 인사했지. 어쩐 일이냐고 물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이상한 통보였지.


"태웅아, 형 무릎이 너무 아프다. 이제 못와."
"......."
"잘 지내라."


정대만은 그렇게 말하고는 목발을 짚고서 절뚝거리며 서태웅을 지나쳐가는데, 서태웅은 처음에 이게 뭔지 모르겠어서 잡지도 못했을거다. 그냥 본능적으로 이렇게 보내면 안 된다는 생각만 가득해서 따라가서 집 열쇠를 쥐어주겠지.


"집 열쇠에요. 들어가있어요."
"태웅아."
"아니에요. 같이 가요."
"태웅아."
"아프다면서요. 업어줄게요."
"태웅아, 서태웅아."
"......"


정대만은 기어코 집 열쇠를 서태웅 손에 쥐어주고는 택시를 타고 가버렸을거임. 정대만의 손에 짐 가방 하나 없다는 걸 그제서야 깨닫고는 서태웅 길거리에서 못 박힌 듯 멍하니 서 있는게 보고싶다. 그렇게 이별하고, 둘 다 서로에게 아무 연락 안하던 시간이 또 5년. 그 동안 한국에 가끔 들릴 때마다 비행기에서 너무 무릎이 아파서, 13시간 중 10시간은 우는 서태웅이 보고싶다.... 소리도 안내고 주룩주룩 우는데 비지니스 석, 퍼스트 클래스라도 사람 눈과 귀는 있기 마련이라 비행기 탈 때마다 서태웅 공황장애설, 은퇴설, 결별설, 가족상 등등 루머가 가득하겠지. 서태웅이 비행기만 타면 운다는건 유명한 특징처럼 굳어졌고, 팀닥터는 비행기가 힘들면 수면제를 먹고 타라고 조언하지만 사실 태웅이는 비행기를 타면 아플 만큼 정대만이 생생하게 생각나서 비행기 타는거 좋아했으면 좋겠다....




정대만은 서태웅이랑 이별한 뒤로 서태웅과 관련된 모든 걸 멀리하고 살았는데, 어느 날 "정코치, 서태웅 진짜 공황장애야?" 하고 묻는 모브 말에 놀라서 서태웅 비행기 루머 찾아봤다가 태웅이가 비행기 타면 운다는 거 알고 또 울었으면 좋겠다... 무슨 마음인지, 헤어진지 5년, 연락하지 않은지 5년이 지나고 태웅이에 대한 소식 하나 찾지 않아서 얼굴과 목소리가 조금은 희미해졌는데도 저 애가 무슨 마음일지 알거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