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50937691
view 1875
2023.06.30 16:44
미운 오리 새끼
딱 어울린다

단 한 번도 아버지의 사랑은 받아본 적이 없다
엄마를 두고 늘 밖으로 나돌았던 그 남자
그런 남자가 뭐가 좋다고...

엄마는 나 보다 그 남자가 더 우선이었다
내가 중학교 올라가던 해 그 남자는 나보다 8살 많은 여자를 만나고 있었다

그리곤 엄마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엄마는 거절했다
그러자 나보다 겨우 8살 많은 그 여자를 데려왔고
엄마는 결국 떠났다

갈 거면 나도 좀 데려가지

아니다 나는 ... 엄마처럼 살다가 죽기는 싫다... 그래...

그래서 난 농구에 매달렸다
유일하게 나를 필요로 하는 곳

상대가 나를 싫어하든 좋아하는 내 공을 받아야만 골을 넣을 수 있다
나는 에이스라고 불렸고 모두 나를 필요로 했다

아버지는 내가 중학교 2학년이 되자 주변에 자랑할 아들이 필요했는지 나를 긁었다
성적이 이게 뭐냐 대학은 안가냐

전 농구할 건데요

대답도 기억 안 난다 아마 맞았던 거 같기도 하고

그 여자는 임신한 상태였다
얼마 안 가 유산했대지만...
그리고 나에게 꽤나 잘해줬다
아마 나랑 상속분쟁을 머리 아프게 하긴 싫은가 보지

그 여자가 싫기보단 그 여자 때문에 엄마가 죽은 게 싫었다 그래서 살갑게 굴어주진 못하겠다

그 여자랑 잠깐의 언쟁이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도 맞았던 거 같다
그 여자가 말리긴 했는데 표정은 기억이 안 난다

솔직히 맞고만 있지 않을 순 있다 내가 키도 덩치도 더 크니까
근데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다

중학교 3학년이 되고 산왕공업고등학교에 스카웃이 되었다
스카웃으로 입학하면 3년 장학이라니 나에겐 잘된 일이다

예의상 아버지한테도 말씀드렸다
다른 애들은 공부 잘해서 외고나 과고를 간다는데 인문계도 아니고 공고?
또 화를 내셨다
그 여자가 이 학교가 그래도 농구로 젤 유명한 학교라고 거들어주자 그것도 마음에 안 드는지 방으로 들어가 버리셨다

명헌아 가서 농구 재밌게 해...
필요한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하고



산왕에 입학했다 여기서도 모두 나를 필요로 했다
다행이다

집엔 한 번도 안 갔다
나 빼고 행복하겠지

아 그 여자가 아이를 낳았다고 했다
그리고 나한텐 한달에 50만 원씩 송금해 준다

내가 불쌍해서일까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일까
아무래도 상관없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정우성을 만났다
처음으로 농구를 빼고 타인으로 인해 살아있는 게 즐겁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태양 같다 그 아이는

2학년 인터하이가 끝나고 우성이의 부모님이 나를 찾으셨다

우성이랑 어울리지 말라고 하면 어쩌지...
우성이 앞길 막지 말라고 하면 어쩌지...

명헌 학생!!!!
이거 우리 우성이한텐 비밀인데요~
우리 애가 전화할 때마다 우리 명헌이 형 명헌이 형 지 얘기보단 명헌 학생 얘기를 더 많이 한다니까요 하며 웃으시는 어머님

그래서 내적 친밀감이 엄청나서 생일 선물이라도 챙겨주고 싶어서 불렀어요 부담 갖지 말고!!! 아버님이 꽤나 큰 쇼핑봉투를 건네주셨다

네이비색 조던 운동화였다
사이즈도 딱 맞는

감사합니다. 베시

ㅋㅋㅋㅋㅋㅋㅋㅋㅋ베시!! 드디어 실제로 들어보네

아...

그리고 이건 우성이랑 맛있는 거 사 먹어요
하고 주머니에 봉투도 찔러 넣어주시고 가신다

안녕히 가세요

우와...


형 신발 샀어요!?
응 선물 받았다베시
누구한테??? 설마 애인은 아니죠...

음... 장인어른?

으에???!!!!!??

그날 밤

형!!!!!! 광철이 형 선물로 신발 사줬다는데???
이거??? 장인어른....?!

니가 사귀자며요
내가 인터하이 끝나고 말해주겠다 했잖아베시

우와...

사귄 지 1일 되는 날 키스함
진도 너무 빠른거 아닌가베시

3학년. 주장이 되니까 품위유지비 명목으로 지원금이 조금 나온다
그 여자한테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서 이제 돈 안 보내셔도 된다 전했다
그래도 받아 달라고 하시네
아버지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됐어요...

애기 생일 때 한번 오겠냐 하신다

제가 가서 뭘 해요
애한테 생일 축하한다고 전해주세요

애는 잘못 없으니까...

아 외롭다뿅

우성이 보러 가야지

우성이가 근데 이제 미국에 간다네...
잘 가 나의 태양

우성이가 미국에 가고 우성이 부모님은 내게 전화를 자주 하셨다
아무래도 내가 가족이랑 왕래를 안 한다는 걸 아셨나 보다

추석엔 우성이네 집에 초대도 받았다
가족이 생긴 것 같다

가족
가아조옥...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가 되나

가족...


내가 명문대에 가고 대학리그에서 이름값이 높아지니 나를 찾으신다

전화를 받을 생각은 없다

난 나를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곳에서 숨 쉬고 싶다

나의 태양이 날 늘 비춰주고 있으니까
이제 외롭지 않다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