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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30 02:03
이미 너무 늦어버린걸 번개치듯 깨달아서 방금 전까지 눈 감고 포근하게 자고 있던 침대에서 발작하듯 일어나는 정우성.


새벽3시에 불킬 생각도 못해서 어두운데 우당탕 넘어지면서 전화기 찾으려 협탁 더듬거리는 정우성...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번호 누르는데 잘못 눌러서 몇번이고 지우고 심호흡하고 자꾸 떠는 자기 오른손 쾅쾅 주먹으로 벌레죽이듯 내리치면서 제발!!! 좀!!! 제발!!!!! 제발!!!!!!!!! 아아악!!!!


소리 지르다가 전화 수신호 뚜르르르... 가는소리 들으면서 입술 떠져라 짓씹고 이 악무는 정우성 한번 수신호가 가고 정적이 들릴때마다 흐으윽..... 흑... 흐느끼면서 무릎 꿇고 있지도 않을 신에게 비는 정우성. 결국 1년같던 1분이 지나고.. 지금 전화를 받을수 없사오니- 뜨자마자 핸드폰 던지고 비명 지르고 바닥에 머리 박으면서 미친사람처럼 흐느낌


자기전 문득 떠오른 편지 내용이 이상하다는걸 2주 전부터 느꼈을거고 물론 정우성도 알았겠지. 뜨문뜨문 보내와도 3일에 한번은 오던 편지가 끊겼으니, 물음표가 남았겠지.


너무 바빠서. 라는 핑계로 답장을 미룬지가 4주가 넘었던거임


정말 간단하게 까먹어서. 다음에 답장해야지. 지금은 너무 바쁘고 형도 중요한 시기니까. 생각해서 하루 미루던게 이틀,삼일, 지금와서 대충 세어봐도 한달.


명헌이형이 십자인대 파열이라 재활해야된다고..
시간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와달라는 얘기였는데.


침대에 누워 자던 도중, 너무 자연스럽게도 꿈에 명헌이형이 나와서 응.. 명헌이형이구나.... 근데 편지는?

편지는????

편지? 내가 편지를 써야했나?



아.


아아... 아 어떡... 어떡해.. 이거 형... 아니... 아아아.....


결승전 트로피와 맞바꾼 첫사랑이었겠지.
그리고 이명헌은 정우성이 일부러 안보내는게 아니라. 정말 실수로, 까먹어서 못보낸다는걸 알고도 고쳐주지 않았던거임. 그 편지를 마지막으로 전화도 문자도 편지도 다른지인을 통해서라도 전혀 절대 알려주지 않은거임.


포기한거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간 정우성은 그냥... 이쯤되니 그걸 까먹은 자기가 너무 어이없고 웃겨서 허탈하게 텅 빈 웃음만 허파에 구멍뚫린놈처럼 실실 웃었을거임.



그날 4시에 잠들었음에도 다음날 6시에 정확히 일어난 자기 자신이 신기하면서도 우스운 정우성


현철이형한테 전화를 걸었음.
받자마자 바쁘다며 짜증내는 형한테


"왜 말 안했어요?"


....


좀 알려주지



수화기 너머로 한숨이 들리더니 끊는다- 라는 말이 들려왔음
잠깐만요. 잠시만요. 형 제가 잘못했어요 형!!!


"... 솔직히 너도 명헌이도 이해간다. 그래 그럴.... 하아.....
아니... 사실 둘다 이해 안가."


"명헌이형은-........ 어떻, .... 어떻게 됐는데요....."


말 끝이 형편없이 떨렸음
목이 턱 막히는 느낌과 함께 우성의 눈시울이 다시 한번 뜨거워졌음. 자꾸 울지 않으려해도 추하게 콧물도 흘러내려 축축했음. 현철이형한테 묻는 정우성은 지금 이명헌의 남자친구라고 불려도 되는걸까. 아직. 늦지 않았을까. 혹시라도 말이니까..


"명헌이 농구 그만뒀어."


.....


"너 잘못 아니다. 걔 원래 지도자과정 밟으려던 애였어. 시기를 좀 더 앞당겼을 뿐이고."


"지..금... 어디있어요?"


숨이 막이다 못해 폐가 딱딱하게 굳는 느낌. 심장에 돌이 틀어박히는 통증. 정우성이 숨을 쉬지 못하고 무너져내리는게 여실히 느껴졌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철이는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음. 자기가 봐도 이명헌은 180도 변해버렸거든


이명헌은 정우성을 도려낸듯이 살고 있었음.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오히려 병을 앓고있었다는듯이 병상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선을 보고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해버리고. 퇴원과 함께 결혼식을 올리고. 남들이 전부 수군거릴만큼 빠른 결혼임에도 보란듯이 단란하게 살아가고있었음.


이성애자였던 현철이 보기엔

오히려 이쪽이 '정상'이었겠지..


둘 사이를 알고 있던 누군가 이명헌에게 정우성과의 관계를 물어도. 이명헌은 담담하게 가라앉은 얼굴로 하룻방 장난이었다는듯, 어깨를 들었다 내려놓으며 모른다. 답했음



"기억이 안나."


정말로





기억나는게 없는걸 어떡해.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