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날 있잖아
이상하게 하는 일마다 다 꼬이고 가는 데마다 시비 털리는 날

그날은 아침부터 좀 이상한 날이었던 거지
늘 멋지게 세팅되던 리젠트머리도 잘 안되서 몇 시간 끝에 겨우겨우 제대로 세팅하고
그러다 늦어서 지각하는데 뭐 우리 단단두부 호여리는
양키니까 지각이 뭐임 별 신경은 안썼겠지
근데 늦게라도 학교는 가야겠다 싶어서 슬슬 걸어가는데
예전에 싸웠던 양키 무리랑 마주쳐서 또 시비 털리고
해동중 일진짱 불주먹 호열이지만 아무래도 5대 1은 버거워서
좀 많이 맞았겠지(그래도 이김!)
그래도 학교는 가는 모범양키 호여리....
하필 학교에서 제일가는 꼰대랑 마주쳐서 아직도 싸움질이나
하고 다니냐고 경멸어린 시선과 함께 출석부로 머리도 몇 대 맞고
방과 후에 백호 농구하는 거 구경하러 갔다가 여느때랑 다름없이 백호 놀리는데 그날따라 컨디션 안좋았던 배코가 장난을
좀 예민하게 받아들여서 싸우고ㅠ
좀 우울해져서 터덜터덜 알바하러 갔는데 이상한 손님이 와서
가게에서 진상피우고 하필 알바 끝날때쯤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서 비 맞으면서 오늘 하루종일 일진 x같네... 하고 집에 오는 축축두부 호열이.....

비맞아서 리젠트 다 풀리고 옷도 축축하고 오늘따라 일이란 일은 다 꼬여서 어쩐지 엉엉 울고 싶은 호열이
아무리 해동중일진짱광견출신 상남자 호열이라도
온갖 거지같은 일 겪고 아무도 없는 자취방에 혼자 들어가기 싫다 진짜 인생 거지같네... 뭐 이런 생각 할 수 있잖아 그래도 어떡해 자기가 쉴 수 있는 곳은 집 뿐인데ㅠ

아무튼 그런 비맞은 처량한 아기강아지같은 모습으로 터덜터덜집까지 왔는데 집 앞에서 대만이가 쪼그려앉아서 호열이를 기다리고 있는거야

대만이랑 호열이는 좀 간질간질한 썸타는 관계? 정도였는데 대만이는 농구연습으로 바쁘고 호열이는 방과후에는 알바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호열이가 농구부 연습 보러 올때나 제대로 볼수 있었는데
근데 오늘은 호열이가 백호랑 싸워서 금방 가버리고 애가 좀 우울해보여서 신경쓰이기도 하고 조금만 더 보고싶어서 백호군단한테 뭔 말도 안되는 핑계대고 주소 물어봐서 온거였음

대만이는 호열이 보자마자 야! 넌 왜 오늘은 연습도 쪼끔만 보고 가버리냐...하고 괜히 씅내려다가 호열이 아침에 양키무리랑 싸워서 멍든 얼굴 보고 헉 호여라!!ㅜㅜㅜㅜㅜㅜㅜ하고 얼굴 붙잡고 너...너어... 누가 너 때렸어하고 자기가 더 서러운 얼굴로 흐아앙 울고ㅜㅜㅜㅜㅜ
누군가가 자기를 위해서 저렇게 서럽게 울어주는 걸 처음 봐서, 오늘 하루종일 x같았던 일들이 대만이 때문에 갑자기 사르르 녹아버리는.... 갑자기 마음 속에 따뜻한 물이 번져나가는 거 같은 그런 처음 느껴보는 감정 때문에 같이 울어버리는 호열이 보고 싶다....



호열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