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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9 17:50
집안 사정으로 태어날 때부터 남장하고 살아온 대만녀
뼈대는 있지만 한미한 가문이라 좀 크고부터 좋은 집에 가정교사 자리를 구해서 일하기 시작함

그렇게 돌보게 된 게 꼬마 태섭이여라

정대만 첫 제자에게 얼마나 애착이 가는지 성심성의껏 가르쳐 길렀겠지. 태섭이는 낯을 가려서 살가운 아이는 아니었지만 아직 애는 애라서 아닌 척해도 점점 맘을 여는 게 보여서 더없이 귀여웠을 거임.

같이 앉아 글을 읽고 풍경을 보고 때로는 공 하나를 들고 이리저리 뛰며 놀기도 하고...둘은 어느새 태섭이가 단단한 체격의 소년이 될 때까지 형제처럼 정답게 지냈음.
태섭이는 제 선생이 정말 좋았겠지. 헐렁한 듯 하면서도 결정적인 부분에서 어른스럽고, 학식이 깊은 주제에 솔직해서 가끔은 바보 같고, 곧잘 인상을 구기면서 웃을 때는 꽃피는 듯하고...그래서 어느 날은 둘이서 달밤에 술잔을 나누다가 취해

"잃어버린 형 같은 이는 다시 없을 줄 알았더니...그래도 스승이 있어 다행이야.고마워요."

하고 솔직하게 말해 보는 날도 있었음. 태섭이는 속이 깊지만 그런 만큼 까탈스럽고 제 얘기를 안 하는 성격이어서 태섭이의 이런 고백은 정대만에게 더없는 신뢰의 표현이었음.

그래서 더더욱 배신감이 들었겠지.
태어날 때부터 남아로 키워져 여자인 몸을 꽁꽁 감추며 살아왔기에 들킨 것도 눈물을 참기 힘든 수치인데, 한평생 맡아 가르치며 형제로까지 인정받은 아이가 그전과는 다른 눈으로 보는 게 느껴졌을 때 서럽고 우스워 화가 날 거임.
그래서 머뭇머뭇 뻗어오는 손을 힘껏 뿌리치고 소리를 질렀음

왜,이제는 스승이 네 소유의 여종 같으냐?

뭐라고 말해볼 틈도 없이 매무새를 추스려 뛰쳐나간 스승은 이후로 두문불출하며 완고하게 얼굴 보기를 거부했음. 때문에 송태섭은 한 마디도 전하지 못했겠지. 사실은 아주 오래 전부터 품고 있던 연심을. 어렴풋하던 어린 시절부터, 같은 남자인 가정교사를 좋아한다고 인정하기까지 수없이 뒤척이며 밤 새운 날들...

전하지 못하는 고백에 고통스러운 것은 차치하고 송태섭은 들떴음. 남자인 정대만을 사랑하는 것도 전부 각오했는데 사실은 여자였다면 어려울 게 없어졌으니까.

늘어지니까 zip해서

둘의 마음은 크기도 이름도 달라서 끝없이 엇갈리기만 하다가, 정대만이 나는 사내의 마음이라 평생 혼인할 뜻이 없고 이제는 이 집을 떠나겠다고 준비하기 시작했을 때
소년 송태섭의 쓰고 달던 첫사랑은 끝없는 매몰찬 거절에 다쳐 악에 받친 집착이 되고 기어이 인내심은 끊어져

정대만 제가 말한 대로 혼인하지도 못한 채 부부 침실에 갇혀 울면서 범해지는 거 보고싶다
환경 탓인지 월경하지 않았었는데 밤낮으로 씨물 받아내다가 초경도 하기 전에 임신해 버리고 충격에 정신이 무너져서 나는 사내인데 임신할 리 없다고 무섭다고 엉엉 울고, 젖몸살에 단단해진 가슴 주물러져 젖 짜지는 것도 끔찍해하는 거
정신이 나가버린 작은 마님 어르고 달래 아기 젖 물리게 해야 하는 하인들만 고역이겠지.

가끔 울다가 정신이 맑아지면 눈물 젖은 얼굴로

나는 네 형제가 되고 싶었어.

하는데 송태섭 눈가에 미처 못 흐른 눈물 닦아 주면서

되세요. 내 형, 내 스승, 내 부인, 내 아이의 어머니까지요.

하고 절망하는 울음을 삼키듯이 깊게 입이나 맞춰라






뭘 쓴거냐.......
태섭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