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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5 00:42
동오 일 마무리하고 어느 가게 뒤편 골목에서 담배 피우고 있는데 쩨깐한 여자애 하나 들어오더니
대충 옆에 벽에 기대서 담배에 불 틱틱
아이...
불 잘 안 붙는지 가방 뒤적거리다가 옆에 담배 피우고 있는 최동오 띡 보고

아저씨
불 좀 빌려줄래요?

동오 말없이 라이터 켜서 담배에 대 주는데
불 오니까 쫍 빠는 게 한두 번 펴본 건 아닌 거 같네

많아 봤자... 스무살은 됐으려나
너 몇 살이냐 묻고 싶은 거 겨우 참고
엄청 귀엽게 생겼네 이 말도 꾹 참고

근데 걔가 불 붙이고 한숨 뱉으면서 동오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녀
아저씨
아저씨이?
여자친구 있어요?

...
어?????????

없으면 번호 알려주면 안 돼요?
완전 잘생겼는데...

참..낰ㅋㅋㅋㅋ 아저씨라매 니가
아저씨도 괜찮어?
뭐.. 그럼 뭐라 해요

오빠
아... 됐어요 안 해

야 너 몇 살인데
몇 살 같아요?

너 고등학생이지

...
티 나여?

낙수 입에 문 담배 뺏고
이건 압수
이건 선물
지 번호 딱 박힌 명함 낙수 셔츠 앞 포켓에 끼워 넣는 최동오
아씨... 그거 돛댄데...

담에 피우는 거 걸리면 그땐 혼난다~

깡패 새끼 주제에 잔소리는 많은 최동오 실장님 되시겠다

동오 그렇게 먼저 나오고 낙수 주머니에 명함 꺼내보는데
산왕물산 이사 최동오

오... 이사님... 젊어 보였는데 진짜 아저씬가... 이사면 높은 거 아냐?
그대로 그 번호로 전화 걸고

아저씨
난 김낙수

오냐

너 산왕여상 다니니?

내일 몇시에 마쳐
4시반

오냐


...응? 뭐야

뭐긴 뭐야 담날 학교 마치면 교문 앞에 씨꺼먼 외제차 한대 떡 하니 기다리고 있는 거지 뭐
눈알 빠지게 교문 쳐다보고 있다가 쩨맨한 애 지나간다 싶으면 문 슬쩍 열어보고 한 세 번 허탕치고

안뇽
우와 이거 아저씨 차에요?
응 낙수 태우려고 아침에 세차도 했지
이사님이라더니.... 안 바빠여?
낙수랑 놀 시간 정돈 있어
배 많이 고파 지금?
아니.. 뭐 그냥 그래요

그럼 바람이나 쐬자

하고 애 하나 정도는 뻑갈 경치 골라서 드라이브 한판 갈겨주시는 최 실장님
우와아 가까운데 이런 길 있는지 몰랐어요
차 뚜껑도 한번 쎄리 열어주시고
우왕!!!!!!!!!!!!!!!!!!!!!!

그 핑계로 머리 한번 쓰다듬어 보고
드라이브 끝에 조용하고 분위기 괜찮은 식당에서 결정타 박아주신다

어때 맛있어?
네!

낙수는 어디 살어~ 뭐 좋아해 공부는 잘하니 커서 뭐 할 거야 등등
뭐 할만한 얘기는 대충 다 나누고
내일 또 데리러 와도 되냐니까
얼굴 살짝 빨개지면서 끄덕 거리는 애
오랜만에 간질거리는 느낌이 어색한 동오

재밌네 이것도

집 앞까지 가준다니까 됐다며 근처라고 그냥 학교 앞에 내려달라는데
이 은근한 고집을 만난 지 얼마 됐다고 꺾긴 싫어서 그래 조심히 가~ 집 도착하면 연락해 하고 돌아가겠지

동오도 집에 도착하고 메시지 확인해 보니
나 집에 왔어요 오늘 재밌었어요!
아 귀엽다...

내일도 그다음 날도 주말에도 만나서 애랑 밥 먹는데 주변 둘러보면 다들 반팔에 반바지 심지어 나시도
근데 낙수는...?
교복 위엔 가디건
사복은 긴 팔
덥지도 않은지 긴 머리 치렁치렁

낙수는 추위 많이 타? 안 더워?
아... 네 좀.. 별로 안 더워요
그렇구나...

그렇게 오늘도 건전한 데이트하고 낙수 집에 보낸 다음에 오랜만에 애들이랑 회식하는데 술집 거리 저 구석
아 저쪽에도 집 많네 저긴 눈 오면 어떻게 올라가냐... 빽빽이 쌓인 달동네

어...?
멀리서 뛰어나오는 애 한 명
...
어 ...

자기를 보더니 더 놀라며 눈 피하고 앞질러 뛰어가려는데
동오가 손목 잡아채니까
아...
놀란 소리가 아니라 아픈 신음

가로등 불빛 아래 낙수의 모습은 밑바닥 험하게 구르던 최동오 눈에도 안쓰러울 지경이었겠지
헐렁한 반팔 티 아래 삐쩍 마른 팔은 온통 멍에 손자국이고 아까 동오가 쥐었던 손목도 마찬가지
반바지 아래로 다리는 또 어떻고 낡은 슬리퍼 하나 대충 신고 뛰어나왔는지 발도 다 까져있고

누가 이랬어
...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긴

나한테 왜 말 안 했어 이때까지 같이 밥 먹고 드라이브하고 한 건 아무것도 아니야? 이렇게 될 때까지 왜...

쪽팔리잖아요
처음으로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생겼는데
나 이렇게 사는 거 어떻게 말해요

쪽은 뭐가
누가 이랬어 아빠? 엄마?

오빠요

아...

어차피 그 새끼 곧 군대가요 그러면 제대하기 전에 나 학교 졸업할 거고 그럼.. 그때 도망칠 거예요...

집에 가지 마

아저씨 집에 가자
아저씨 집 넓어
너 하나 정돈 데리고 살어

안돼요
늦게.. 들어오면 또 맞아요...

이 꼴 봤는데 다시 집에 들여보내줄 거 같니?
하나만 묻자
아저씨가 알아서 처리해 주면 너 그냥 얌전히 아저씨 집 갈래?

왜 오빠 소리 하기 죽어라 싫어했는지 알 거 같은 최동오 씨발 깡패 새끼 성질머리 겨우 참고 양복 입고 펜대 굴리며 살았는데 오늘 오랜만에 몸 좀 풀어볼까 싶겠지

아저씨한테.. 피해 주기 싫어요
그런 거 아냐

어 명헌아 너 술 안 마셨지 나 지금 그 골목 뒤편인데 부탁 하나만 하자
차 끌고 온 명헌이가 낙수 데리고 가고
현철이 우성이랑 같이 달동네 저 위로 올라가는데

물리력과 자본을 적절히 섞어서 적당히 처리하고 온 최동오
일단 급한 불 껐고
제대할때 쯤엔.... 아예 보내 버릴 시나리오도 대충 떠올렸긴 한데... 이건 차차하는 걸로 하고


이명헌한테 전화 걸어 나 이제 출발한다 전하니
애한테 라면 끓여줬으니 라면 값은 명품 백으로 받는단다 참나 돈도 많은 놈이
낙수 집에서 대충 필요해 보이는 거 몇 개 쓸어 담아 오긴 했는데... 뭐 딴 건 내가 사주면 되고

늘 텅 비어있는 컴컴한 집안인데
오늘은 불도 환히 켜져 있고 쭈뼛거리며 오셨어요... 해주는 마누라... ㅋ도 있고
아 이래서 사람들이 결혼을 하나 보다

대충 몇 개 챙겨왔어
씻자 약 발라줄게

짐가방 건네받고 씻으러 가는 낙수 뒷모습이
오늘따라 더 작고 말라 보여 마음이 아린 동오

동오 집에서 입는 반팔 티랑 반바지 꺼내 줬는데 7부는 되어 보이는 핏에 깔깔 웃다가 낙수한테 한대 얻어맞아도 좋다고 허허실실
긴 머리도 살살 말려주고
애 죄다 터진 입술에 찢어진 눈가
작대기라도 휘둘렀는지 가는 다리에 죽죽 그인 매 자국 애를 그냥 연고통에다 담갔다 빼고 싶은 심정의 동오

아... 약 갖다 댈 때마다 터져 나오는 탄성에
미안해 살살할게 밖에 해줄 말이 없는 동오

아침에 학교는 여기서 태워다 줄게
버스론 너무 오래 걸려
아저씨 귀찮게 해서 어떡해요
하나도 안 귀찮아

그리고 걱정할까봐 말하는데
너네 오빠 제대해도 너 털끝 하나 못 건드리게 아저씨가 알아서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여기서 아저씨랑 살자
응?

그래도 ...
돼요?


되지

애 목덜미와 쇄골에 멍이 빠질 때쯤 자기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으니 삼만 원만 빌려달란다
왜 어떻게 갚게 빌려달래

아이...

오만 원 쥐여주고 까까도 사 먹어요~ 하고 학교 보냈는데
퇴근하고 집에 오니
어! ㅋㅋㅋㅋㅋㅋㅋ 머리 잘랐어?

턱 밑으로 떨어지는 똑단발로 헤헤 웃는 아이

잘 어울리네
진짜여? 안 이상해요?
응 이뻐
훤히 드러난 목 덜미 살살 쓰다듬으며 하.. 이게 사람 사는 거구나 싶은 동오

그렇게 동오와 함께하고 나서 우는 법을 까먹을 정도로 행복해진 낙수
매 맞고 뛰쳐나와 울던 밤거리 대신 아저씨랑 영화 보고 나와서 솜사탕 먹으면서 거니는 밤거리
칭칭 감아 겨우 어둠을 가리던 긴 옷 대신 아저씨한테 야 너 이게 옷이냐 손수건이지! 잔소리는 한참 들었지만 다리 훤히 들어내는 짧은 반바지도 입어보고
친구들이 시험끝나고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가자 해도 빈 주머니 꽉 쥐고 아냐... 나 일이 있어서 하고 터덜터덜 돌아오는 거 대신 친구들이랑 하하 호호 웃으면서 떡볶이도 먹고
이년 저년 소리 듣다가 아가. 낙수야 다정히 제 이름 불러주는 따뜻한 목소리
하루는 이름 불리는 이름 석 자에 후두둑 눈물 흘려서 동오 당황하게 한 적도 있었고

어이 김낙수 담배는 끊었지?
아이... 아저씨랑 하루 종일 있는데 언제 피워요
묘하게 싸한 냄새가 난다?
꼴초가 할 얘기는 아니시죠 아저씨 냄새에요

...

들키면 혼나려나
🚬(›´-`‹ ) 호옵- 🚬(›´0`‹ ) 후우-
집에 올 때 걸어와야겠다...
냄새 빼게


근데 얼마 안 가 우는 법 아저씨한테서 다시 배우겠지
아저씨 위에서 아... 아저씨 이상해여... 하며 눈물 뚝뚝 떨구데 그거 성수라도 되는 양 빨아먹으면서 이상한 거 아니고 좋은 거야 낮게 읊조리는 최동오

아 이렇게도 울 수가 있구나



동오낙수ts
산왕 느와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