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연하남이었던 과거가 있어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쇠정 중딩 때 매일 학교는 좀 어때, 농구는 좀 어때 하면 영혼 없는 얼굴로 다 지겨워 다 지긋지긋해 광철 나 인간이 싫어 이러던 아들이
고등학교 들어가더니 첫 여름방학 때 친구도 아니고 선!!!배!!!!!!를 집에 데려온대서 농구코트 싹 정비하고 바베큐 준비하고 온갖 준비 다 해놨다가
어째 저녁 먹기도 전에 안절부절 못하는 귀한 아들...농친놈이었던 내 아들이 농구고 뭐고 선배를 자꾸 주물대는 광경...
아...이거 뭔가 대충 삘이 온다 내가 다 거쳐갔던 바로 그 과정이다 감 좀 잡고 있을라치면 울상 짓고 슬쩍 다가와서
광철, 가서 미사미사랑 돈까스나 뭐 아무거나 좀 먹고 오면 안 돼? 아씽ㅠㅠ 우리학교 기숙사 벽이 너무 얇단 말이야...
나 지금 고추 터질 거 같애ㅠㅠ 하는 아들 보면서 햐, 우성아 너는 그렇게 할말 다 하고 살거면 돈까스 핑계는 뭐하러 대냐 싶은 마음 반.

어쨌거나 그래도, 어쨌-거나- 그래도-

그 동태눈으로 그냥 다 지겨워 그냥 다 재미없어 광철 나 고등학교 꼭 여기서 가야 돼? 하던 걔가 농구부 선배를 데려와서도 농구 코트엔 관심없이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에 그만...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못해 이름도 아직 다 못 외운 우성이네 학교 선배 걔가 못내 고마운 마음 반.
남자인 거 뭐 그거 알바인가 아직 둘 다 고딩인 거 그거 뭐 피차 같은 입장인데 서로 합의 했으면 어른이 끼어들 일은 아니지.
솔직히 고마운데 좀 미안해, 어른이 다 못해줬던 무언가를 우성이네 선배 걔가 제공을 해주고 치유를 해주고...하다못해 이제 막 일선을 넘게 생겼는데 그걸 솔직히 막아설 마음이 없어서.
진짜 마지막 양심으로 정우성 성교육 실태만 겨우 확인하는 무쇠정.

- 학교에서 피임법 배웠어?
- 아, 광철 뭐하자는 건데 진짜!!!! 으악!!!!!!
- 아빠 장난치는 거 아니야, 정우성. 배웠어?
- 아씨...배웠지, 배웠는데...그거 막 씌우고...근데 아씨...그런 걸 왜 물어 보는데.....이씨 쪽팔리게....가서 돈까스나 먹으라니까...
- 정우성, 이거 진지한 문제야. 너 제대로 할 수 있어? 상대한테 상처주고 싶은 거 아니잖아.
- 미쳤어? 나는 형한테 상처 안 줘.

나는,
절대로-
명헌이 형한테,
상처 안 줘.

선언하는 아들의 눈에 담긴 어떠한 단단함이, 무쇠정에게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대충 상황을 짐작하게 함.
덤덤하게 인사와 함께 포장과자를 건네면서도 이름 모를 아들의 그 선배네 담담한 눈에 담겨 있던 미묘한 체념의 정체.
엄마아빠 밖에 모르던 우리애가 유독 안절부절 그 선배를, 사랑하는 자기 가족에게서조차 거리를 떼어놓고 혼자 애지중지 보듬고 싶어하던 모습의 이유 같은 거.

고작 한 학년 위라던 그 형은 우리 애보다 성장이 빠른 애였나보다.
그래서 자각도 빨랐고, 치이는 것도 빨랐고, 상처 받는 것도 빨랐나 보다.
그럼 여기서 어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고작 그런 거 밖에는 없겠다.

- 남자끼리라고 피임 신경 안 써도 되는 거 아니야.
- 어, 어어? 왜..? 형은 임신 못하는데..?

아, 그래...아들 그쪽이었니; 쓸데없는 정보를 하나 얻어들은 무쇠정 아찔함을 감추면서 겨우 말을 이음.

- 번식이 다가 아니잖아. 실제 임신이 안 되더라도 받는 쪽은 몸이 상하니까, 항상 정중하게. 위험한 짓 하지 말고.
- 우씨...나 그런 거 안 하거든?
-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 하나.
- 어?
- 항상 사랑한다고 말해줘.

그 말에 투덜거리던 아들 표정이 대번에 진지해지는 걸 보면서 무쇠정, 부지불식간에 그래도 내가 아들 농사 하난 잘 지었구나 뿌듯함 조금 느껴.
항상 사랑한다고 말해줘, 너무 예쁘다고, 지금 너무 섹시하다고.
내가 얼마나 행운아인지 모르겠다고, 너무 황홀하고 행복하다고, 이런 행복을 내게 허락해줘서 고맙다고 꼭 표현해 줘.

- 별 거 아니네. 나 그거 되게 잘 해.
- 그럼 다행인데, 앞으로도 계속 잘해야 해. 이쯤이면 말 안 해도 알겠지, 넘겨짚지 말고.
- 당연한 거 아니야? 솔직히 형이 싫어해도 계속 말하고 싶다고, 나는!!
- 그래, 꼭 다 말해 줘. 싫어하는 척 해도, 계속.

하면서 활짝 웃는 광철을 찬찬히 똑바로 바라보는 광철 아들 우성.
공에 미끄러져 울던 걔가, 어린이용 골대가 시시하다고 한숨쉬던 걔가, 모든 게 다 시시하고 지겹다고 우울해하던 걔가.
-누나, 걔가 이런 표정을 지어요. 꼭 뭘 좀 알게 된 애처럼. 아무래도 뭘 좀 알게 됐나봐요. 사랑이 뭔지, 그 무게를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광철 갑자기 고등학생 아들이 있는 40대 중년 남성에서 자기 손 끝을 자꾸 빠져나가던 미사 누나 뒷꽁무니를 무진히 따라붙어가며 지치지도 않고 불태웠던,
그 때 그 눈물만 많고 요령은 없고 그나마 다행히 지구력 하나는 봐줄만 했던 스무 살 대학생 시절로 돌아가는 환상이 자꾸 눈 앞에 어른거려.

- 근데 진짜 돈까스 먹고 싶지 않아? 아, 쫌...ㅠㅠ 30분이면 되니까.
- 먹고 오는 건 어렵지 않은데, 아들. 30분은 좀 실망인데. 내 아들 맞아?
- 아 진짜!!! 변태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이씨...처, 처음이란 말야....나도 몰라, 30분이고 뭐고 솔직히 어떻게 되긴 되는 건지도....형이 싫다면 어차피 안 할거니까...아, 그니까 일단 시간 달라고!!!!
하고 눈썹 잔뜩 새치름히 처져서도 길길이 날뛰는 정우성 보면서 그냥 웃는 무쇠정.
싫진 않을텐데, 그 속내를 끄집어 내는데엔 고생 좀 하겠지만. 이건 인생 선배의 조언으로 어떻게 되는 게 아니니까.

그냥 아들 어깨 툭툭 두드려 주고 차에 시동 걸어.
돈까스, 누나는 등심보다 안심 좋아하는데. 바싹 튀긴 돈까스보단 소스나 카레로 녹녹히 부드러워진 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애가 태어난 이후론, 심지어 그 애가 어쩌면 일본 농구의 역사를 뒤바꿀 수도 있을 천재란 걸 알아버린 이후론- 튀김 같은 거 집에서 편안하게 먹어본 적이 없었지.

잘 짜여진 식단, 농구, 그리고 식단, 그리고 농구- 그렇게 안절부절 따라붙었어도 모든 게 다 지겹단 표정을 하던 애가. 이제 돈까스를 먹고 오래.

광철 핸드 브레이크 당기다말고 문득 울컥해, 손짓으로 아들 불러내는데
아 제발 쫌!!! 빨리 둘만 놔뒀으면 싶어 인내심 한계에 도달하기 직전인 정우성 차창앞에 다가서는 거 보고 조금 눈물 남.

- 아빠 농담한 거 아니다. 피임, 남자끼리여도 제대로 해.

준비한 거 없으면 꺼내 쓰라고, ㅋㄷ 넣어둔 안방 서랍 위치 알려주자 정말 알고 싶지 않았던 정보를 알았다는 듯 썩어가는 정우성 표정 보고도 웃기지만은 않은 아빠 마음...
도 모르고 아빠 차 마당을 빠져나가자마자 헐레벌떡 그 형이 먼저 들어가 씻고 있는 욕탕 앞에서
안절부절 뭐 마려운 갱얼쥐처럼 끙끙거리면서 형, 혀엉, 우리 아빠 나갔는데...ㅜㅜ 징징거리는 아기 에이스....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