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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1 10:33
짐을 싸서 나간 것도 아니고 정말 이명헌 한 사람만
누가 지우개로 박박 지운 듯이 이명헌이 사라졌다.

얘 진짜 우성이 보고싶어서 미국 간 거 아냐?
바다 건너 우성이한테 전화 해 봤지만
... 명헌이형이 없어져요?
왜요...?

차라리 미국에 간 거면 좋았을텐데 싶던 3학년 친구들은 착잡했고
학교의 모든 사람들이 당황했다.

산왕의 주장 1학년때부터 대학 스카우터들이 눈독 들이던 인재
국내 최고의 농구팀을 가지고 있는 대학에 입학예정이였던
앞길 창창한 열아홉 이명헌이 사라졌다.

그제서야 친구들은 이명헌이 혈혈단신 천애고아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유일하게 명헌이와 연결되어 있는 법정대리인에게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리고 3학년 친구들이 대학 입학하기 일주일 전 오랜만에 우성이가 입국해서 형들을 만나러 왔는데
뜻밖에도 습관적으로 하루에 한번씩 눌러보던 명헌이의 번호에 낯선 목소리가 응답 했다

앳되고 살짝 어눌한 목소리의 남자가
저... 계속 전화가 와서 폰을 계속 켜 두긴 했는데....
그... 이 번호 쓰시는 분 죽었으니까 찾지 마세요 하더니 뚝 끊어버린다

뭐?
이명헌이 죽어?

졸업식 하루전 사라진 이명헌
대학 입학 일주일 전 죽었다는 소식 한 마디

이게 ...말이 되냐고

그 동안 수소문해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생활 기록부 다 뒤져서 적혀있던 주소지는 다 돌아봤는데 초.중 학교땐 보육원 고등학교땐 허름한 고시원 그곳에서도 명헌이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겠지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덧 대학교 1학년생들의 뜨거운 여름

야 우리 작년엔 인터하이 하고 있었는데 벌써 옛날 같다 인터하이~
작년에는 짧아서 그래 ㅋㅋㅋㅋ
우리 그때 울면서 바다 여행갔지 않냐? 아 그때 막 편지 쓰고 그랬는데

그날 밤 아이들의 본가에서 다 편지 하나가 왔다고 전화가 오는데

보내는이 이명헌
1년뒤에 도착하는 편지라고 재밌겠다고 썼던 그 편지가 도착 했다

[이명헌 뿅
인터하이 우승 하고 싶었는데
아쉽다뿅

계속 농구 재밌게 해서 티비에도 나오고 그래라뿅 보고싶을 꺼니까]

똑같은 내용의 편지들


...이때부터 떠날 마음이 있었던 건가 명헌이는
설마... 자...살은 아니겠지...
근데 진짜 얜 어디서 뭘 어쩐거야

그리고 조금 다른 편지 하나

[우성아
할말이 너무 많아서 할말이 없네

많이 좋아했어
많이 사랑했고
많이 그리울 거야
미안하다

이 편지는 너한테만 쓰는 거니까 다른 애들한텐 비밀이다뿅

아프지 말고]


다들 마음 한 구석 작은 방에 농구공을 튕기던 명헌이를 조용히 넣어두고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겠지

대학 졸업하고 프로 지명을 받고 다같이 오랜만에 모여서 집에서 고기 굽고 소주 한잔 하는데

채널 좀 돌려봐라 우성아
이 시간에 요새 뭐해요? 하면서 휙휙 채널 돌리는데

야... 야 잠깐만!!
어느 기업의 회장 취임식 영상
산노 코퍼레이션? 야 그래그래 저기 요새 갑자기 막 뜬 회사라고 우리 형이 저 회사 주식산다고 공부 엄청 하드라
니네는 주식 안 하...

어?

허허 웃으면서 박수치고 있는 아저씨들 뒤에 어디서 많이 본 젊은 남자 한명

급하게 인터넷에 산노코퍼레이션 검색해서 그 연회장 다른 영상 없나 찾아보는데
아까 그 남자가 가까이서 찍힌 영상 하나 발견하고 볼륨 최대로 키워서 영상 돌려보는데 뒤에서 후카츠! 부르는 소리에 고개 홱 돌려 그 목소리 쪽으로 걸어가는 남자

터벅터벅 걷는 모습이
...

너무나도

이명헌
...

익숙한 그 걸음걸이
자기 부르는 소리에 한쪽 팔을 살짝 올리는
3년간 수없이 봤던 그 동작

이 사람 ... 너무....그냥
어.... 명헌이형.... 이잖아요....



후카츠 카즈나리
산노 코퍼레이션 이사

또는

이명헌





이라는 내용의 산왕 느와르를 보고싶다
약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