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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8 16:27
태섭한나 우성명헌 알오버스




이명헌이 초조하게 우물거렸다. 명헌 선배가 사과할 일이 아닌데. 으음. 이한나가 눈에 힘을 풀고 애써 웃었다.




미국에 보내놓은 정우성과 송태섭이 편지를 보내왔다. 보고 싶단다. 그립단다. 소식을 더 많이 보내달란다. 질투가 나니 산왕 주장과 너무 붙어 다니지는 말란다. 단정한 어휘로 격식을 차린 글맛 가운데에 그대 옆에서 같이 교양수업을 듣고 학식을 먹을 수 있다니 정우성 이 자식의 짝이 부럽다는 정직한 이야기가 있었다. 한나가 깔깔 웃으며 명헌에게 태섭의 편지 끄트머리를 보여주었다. 조심스럽게 귀퉁이를 붙잡고 다정한 글씨를 읽어낸 명헌이 옅게 웃었다.

“송태섭은 편지를 잘 쓰네용.”

곧이어 우성이는... 하고 눈을 내리깔지만 그도 제 애인이 보내온 편지를 읽으면서 양감 있는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미소를 숨기지 못한다. 이한나는 쉽게 그의 사랑을 느낀다.

편안하던 분위기가 흔들린 발단은 미국에 간 동갑내기 놈들이 함께 보내준 사진 가운데에 있었다. 작열하는 한낮의 태양 아래에서 정우성이 송태섭의 어깨에 팔을 깊게 두르고 볼까지 찌르며 장난치는 사진이 있었던 것이다. 사진 뭉텅이를 먼저 착착 넘겨보던 명헌이 짧게 아, 하고서 이한나의 눈치를 봤다. 알파는 오메가보다 짝에 대한 소유욕이 강했다. 이명헌이 조심스럽게 사진을 가렸다. 이한나는 아하하 웃으며 “사이가 좋아 보이네요.” 하고 말았지만 눈에 힘이 꽉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한나는 태섭의 편지를 마저 읽고 명헌이 건네준 순서대로 다른 사진부터 하나씩 살폈다. 태섭의 피부가 더 그을렸다. 보기 좋았다. 태양 아래에서 무작정 얼룩덜룩 태운 것이 아니라 제대로 멋을 낸 태닝이었다. 지금 태섭의 엉덩이를 까보면 잘 구운 빵처럼 보일 듯하다. 그렇게 놀리면 송태섭은 얼굴을 확 붉히고는 ‘한나야아!’ 하고 부끄러워할 것이다. 여름이라 그런가 민소매만 홀라당 걸치고 쫑쫑쫑 여기저기 쏘다니는 모습이 귀여웠다. 나시만 입고 다니는 습관은 미국에서 든 것 같다. 북산에서는, 최소한 한나 앞에서는 송태섭이 어깨까지 드러낼 일이 잘 없었다. 일단 교복 셔츠부터가 반팔이었고 태섭이의 사복도 주로......

가만히 태섭을 그리워하며 한 장씩 넘기다 보면 명헌이 아래쪽에 애써 숨겨놓은 사진이 나온다. 정우성과 송태섭이 서로의 땀이 입에 들어갈 만큼 가깝게 붙어 있다. 태섭의 그을린 목선과 그를 끌어안은 정우성의 희고 굵은 팔뚝이 대비된다. 태섭은 카메라를 보는데 우성은 태섭을 보며 활짝 웃고 있다. 그래서 이한나가 저도 모르게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들면, 우성의 편지를 더 읽기는커녕 제 눈치를 살살 보고 있는 이명헌이 있다.

한나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그가 선수를 치겠다는 양 “우성이는 내가 잘 타이를게용.” 하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한나가 소리내서 웃었다. 여기는 명헌 선배가 같이 소포를 뜯자고 초대해 준 자취방이다. 지금 빵빵하게 틀고 있는 에어컨도 명헌이 한나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틀어준 것이고, 지금 한나가 먹고 있는 포도도 명헌이 씻어준 것에, 한나가 오자마자 바닥에 누워 뒹굴 수 있도록 통통한 베개에 귀여운 담요까지 한 장 받았다. 선배 자취방 극락이다 하는 말은 방문할 때마다 해서 이제는 입이 아플 지경이었다. 항상 이렇게 신세를 지고 있는 게 누군데 이 사람은 이럴 때마다 혼자서만 일방적으로 난처해한다.

이한나와 이명헌은 대학에서 친해졌다. 그는 처음부터 자상한 구석이 있었다. 코트에서는 말수가 훨씬 적어지고 표정도 단단해지건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잘 웃고 달짝지근하게 굴었다. 명헌이 오메가인 것은 고등학교 시절에 산왕전을 준비하면서부터 숙지된 사실이었기 때문에 경계가 컸다. 세상에 이한나같은 피지컬에 성격에 얼굴에 알파-이런 조건을 갖춘 여성체는 정말이지 드물었고 따라서 그녀에게 달라붙는 남성체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고부터 받은 성적인 어프로치는 셀 수가 없다. 이명헌이 능숙하게 웃으면서 “뼈게이입니다용.”하고 강조하고 산왕 출신의 다른 선수들을 데려와 교차검증을 마친 후에야 이한나는 한숨을 쉬며 그가 그녀의 가방을 들어주는 것을 허락했다.

그러나 이명헌이 오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이한나에게 여태 입안의 혀처럼 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한나의 시원시원함 중 절반은 타고난 성격이고 절반은 인생이 주는 스트레스에 꺾이고 싶지 않은 심지가 만들어 낸 것이다. 이명헌이 산왕공고 주장이었다는 경력은 오히려 보듬고 보살피는 역할보다는 지휘하고 통제하는 자질과 조응할 것이다. 그 자질이 녹슬기는커녕 스카웃된 현 대학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는 바는 이미 이한나부터 잘 아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아마 기숙사 생활? 거기서 피가 끓는 어린 남성체들을 대거 다스리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습득한 체질일 수도 있겠다. 이한나는 그렇게 짐작했다.

이한나는 다시 사진으로 신경을 돌렸다. 쩔쩔매면서도 자기한테 끊임없이 어필하고 조금씩 다가오던 송태섭이 기특했고, 그래서 많이 설렜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제 잘 안다. 그의 곧은 애정을 의심한 적이 없다. 타지에 보내면서도 걱정하고 속상했지만 불안하진 않았다. 둘 사이의 믿음은 굳건했다. 그리고 정우성 선수는 매력적인 알파였으나 경합의 대상이 송태섭이라면 이한나는 결코 질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면 송태섭도 이한나도 문제가 아니니 역시 정우성 선수가 문제로구나. 한나가 입술을 쭉 뺐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할 걸 알고 명헌 선배가 지금 내 눈치를 살피는 거였어. 으음... 정말 끔찍이 아끼네. 내가 정우성 선수를 정말로 미워한다고 해도 막상 정우성 선수는 아무 타격이 없을텐데.

“선배는 괜찮아요?”

한나가 엎드린 채로 턱을 괴었다. 송태섭은, 굳이 물어보진 않았지만 헤테로겠지. 강한 남성체가 많은 운동부 활동을 하면서도 딱히 다른 선수들한테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고 시합 전후로 타교의 누구라도 그런 의미로 말을 걸어 오면 불쾌한 내색을 숨기지 않고 대응했다. 바이 성향이 있다고 해도 티끌일 것이다. 하지만 정우성은 게이 아니면 적어도 바이잖아. 내 송태섭은 귀엽고 단단하고 쫀득말랑한 오메가고, 미국까지 가서 정우성이랑 어울리고 있잖아. 그걸 지켜보는 명헌 선배의 속생각은?

명헌의 반응은 생각과 달랐다. “우성이랑 송태섭이용?” 그러더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실내체육으로 창백한 낯을 가볍게 붉힌다. 순식간에 오싹해진 한나가 발을 팡팡 굴렀다. “아!” 뭐야, 방금 왜 빨개진 거예요!? 명헌은 다시 우물쭈물할 뿐이다. 그리고 포도를 한 알 따서 한나한테 먹이려 든다. 한나가 바닥을 탕 짚고 상체를 일으켰다. “선배, 이상한 상상 했지?!” 뭐야, 정우성 선수랑 선배랑 뭐 짰나?

이명헌은 눈썹을 팔자로 내리고 대단히 당황하며 난처해한다. 그런 거 아니고용, 나는 그냥. 한나가 좋아서. / 좋다구요?? / 아니 그니까, 그, 동오나 다른 알파가 붙어 있으면 우성이가 화도 내고 투정이 많아지는데... / 엥, 정우성 선수 농구는 그렇게 무섭게 하면서 완전 의외. / 그치용, 갭이 섹시해용. / 아니 이 오빠가 지금 무슨 말을... / 어... 원래 하려던 말이 뭐였지용...

“다른 알파.”

“아, 응.” 그러더니 또 살짝 눈치를 본다.

“한나는 여성체라서... 우성이가 너그러워용.”

대학교 1학년 시절에는 이명헌이 정우성 없이 대학동기들과 즐겁게 놀러 다니는 것에 다소간의 간섭이 있었는데, 이한나가 입학하고 그녀와 명헌이 찰싹 달라붙어 다니고서부터는 이명헌의 ‘뼈게이’성을 믿는 우성의 마음이 오히려 놓였다는 것이다. 명헌은 우성의 태도가 나긋해지고 그의 마음이 편안하다니 그것으로 만족하는 듯하다. 정말 충실한 오메가다. “물론! 나도 한나가 인간 대 인간으로서 좋아용, 우성 때문에 친해지려고 한 건 아니고용, 친해지고 나니 그랬다고용...” 덧붙이며 변명이 길어지는데 이한나는 맥락을 전부 이해한다.

아-하. 정우성 선수는 위기감이 없구나. 그래서 이럴 수 있구나. 우리 태섭이는 전전긍긍하며 귀여운 편지를 보내오는데.

정우성 선수 만만치 않네요. 이한나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약간 외통수다. 명헌 선배와의 평화롭고 안정적인 우정을 깨고 싶지 않을뿐더러 송태섭을 불안하게 하기 싫으니 이한나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다. 송태섭을 강인하게 믿는 것과 별개로 정우성 선수가 송태섭을 애매하게 만지작거리는 것에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명헌 선배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속을 까뒤집어 볼 수는 없지만 선배도 기분이 좋진 않을 텐데. 정말 어머니처럼 품어주는 아가페 정신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러고 보니까 산왕 시절에, 그 수많은 알파 베타 남성체 사이에서는 정우성이 명헌 선배를 어떻게 한 거지? 심지어 성격이 이렇게 물렁한데.

동오 선배랑 김낙수 선수한테 물어볼까.

한나가 쌩끗 웃었다. 최동오와는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옆 대학 김낙수 선수와는 오다가다 얼굴을 본 친분이 있었다.

불공평하잖아, 각자 오메가를 상대에게 맡기듯이 붙여두고. 태섭이도, 나도, 명헌 선배도 어떤 불안함이 있는데 정우성 선수만 룰루랄라하고 자기 좋을 대로 한다는 게. 한나는 알파의 눈으로 제 눈앞의 거대한 오메가를 보았다. 한나가 말없이 생각에 잠기자 명헌이 안심한 듯이 테이블에 엎드리더니 한나에게 안 들릴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폭- 작은 한숨을 쉬었다. 자신한테 별 성적인 관심이 없으면서도 어떤 체질과 타산의 결과로 자기 자각보다도 훨씬 부드럽고 달착지근하게 구는 남성체 오메가. 으음.

한나가 포도가 더 먹고 싶다고 말을 건네자마자 명헌이 벌떡 일어나서 한 송이를 더 씻으러 간다. 귀여운 송태섭이 타지에서 불안해하지 않고 농구에 집중할 수 있으면서도, 정우성 선수에게만 정확한 타격을 줄 방법을 기필코 찾아야겠다. 이한나는 찾아낼 것이다. 그녀는 그런 알파이므로.







사실 태섭한나 아니라 한나태섭임
알파 이한나 오메가 송태섭
우성명헌은 알파 정우성 오메가 이명헌
우성이는 딱히 한나를 긁을 의도나 사심이 있는게 아님 한나한테 형을 맡겨두고 마음이 좀 편할 뿐인... 즐.농해서 행복한 착한 어린이 벗 그의 존재 자체가 너무 핫해서 문제
이거 나랑 같이 해주면 안되냐 이들의 찐우정과 사랑이 의도치 않게 교차하는 가운데에 존나 흥분되는 피지컬들이 너무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