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중 일진짱이다보니 양호열 동경하는 양아치들 꽤 있는데 어느날부터 웬놈이 자꾸 호열형님한테 수작부리고있음
말이 수작이지 그냥 양호열만 보면 표정 환해지고 백호군단끼리 놀때 자기도 놀겠다고 쫒아다니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양호열이 너무 티가나게 싫어하니까 그 다툼이 자꾸 눈에 띄는거지
양아치들 보기에는 앙호열이 많이 참으면서 좋게좋게 나는 너 싫다 귀찮다 저리좀가라 몇번이나 얘기하는데 들어쳐먹질 않는 미친놈임
그래서 처음엔 쟤 뭐냐 뭘 모르는 샌님이냐 했는데 알거 다 아는 북산고 짱 출신인데 불량서클에서 혼자 빠져나가 농구한다고 호열형님 정학먹게한 배신자래
이러면 이제 동네 양아치들이 정대만 보는 눈길이 더 곱지 않음 자기가 먼저 떠나고선 웬 수작이야 언젠가 한번 손봐줘야한다고 생각함

그러다 어느날 일이 터져라
일요일에 혼자서 물건사러 나온 양호열이 정대만이랑 마주침
양호열 발견하자마자 좋아서 방긋 웃는걸 보고 와 저인간 웃는거 진짜 귀엽네 꼬시려고 작정했네... 싶었지만 아직 입덕부정기라 고운 말이 안나가는거지
그래서 재수없게 실실 웃지좀 말라고 핀잔을 주면 정대만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을거고 입덕부정기 열차에 타서 종착역에 다가가는중인 양호열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지는거임
그래서 괜히 더 아무렇지도 않은척 짜증내면서 당신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당신 오늘도 일부러 나 따라온거 아니냐 스토커냐 소리지르고 정대만 밀치고 가버림

월요일 되자마자 양호열 괜히 찜찜해지겠지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길 한복판에서 그렇게 싸웠으니 주변사람들 다 쳐다보고 웅성웅성했는데 또 어디 숨어서 혼자 질질 짜고있는거 아닌가 싶음
그인간 남들 앞에서 헤프게 울면 안되는데... 내 앞에서만 울어야하는데... 싶어서 아침부터 농구부 갔는데 정대만 없음 주변에 물어봐도 모른대
처음엔 이 선배 윈터컵이 얼마 남았다고 땡땡이냐고 화내던 새 주장 송태섭이 교무실에 불려갔다오더니 표정이 심각해져있음
교사의 말에 의하면 정대만이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는바람에 학교를 안나온거고 생명에 지장이 있는건 아닌데 당분간 등교하기는 힘들거래 근데 왜 다친건지는 안알려줬대
내심 정대만이 걱정된 양호열이 병문안도 할겸 병실에 방문하는데 다 죽은 눈으로 멍하니 이불덮고 앉아있는 정대만 보고 또 철렁해지는거지
그렇게 날 쫒아다녔으면서 모진 말 좀 들었다고 포기하는건가 싶어서 화가난 양호열이 괜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그러게 나 따라다니지 말았어야죠 그리고 멀쩡히 앉아있는거보니 크게 다치지도 않은거같은데 학교나 빠지고~ 끈기없는 대만군한테 실망했어요 하는데 정대만은 평소같은 반응없이 그냥 멍하니 앉이었음
양호열이 어 뭔가 이상하네 생각했을때 정대만이 양호열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한마디 하는거지 너는 진짜 내가 없어졌으면 좋겠어? 예상과는 다른 반응에 양호열이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데 정대만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래서 그랬구나... 알았어 이제 귀찮게 안할테니 가버려 하고 고개돌림
일단 나가라고 했으니 양호열도 얌전하게 병원에시 나오는데 나오면서도 기분 겁나 찜찜함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대만군 만나려 들어가려는데 병원 옆 화단에 뭔가가 떨어지면서 터지는 불길한 소리가 남
어 대만군 병실 5층인데... 설마... 하면서 천천히 고개돌렸는데 그 설마가 맞겠지

그렇게 정대만이 죽고나서... 앙호열이 알게된건 평소 양호열이 정대만을 싫어한다고 생각한 동네 일진들이 정대만을 혼내준다고 린치했다는거였음
운동 못하게 해준다고 다리를 집중구타했고 멀쩡했던 오른쪽 무릎을 다치게 됨 설상가상으로 무릎뼈 일부가 으스러져서 병원에서 회복하더라도 운동은 무리고 평생 다리를 절게 될거라는 진단을 받았음

양호열은 정대만이 왜 그런말을 했는지 깨달았겠지 정대만은 양호열이 걔들을 시켜서 자길 린치했다고 생각했고 그런 짓을 할 정도로 내가 미웠구나 싶어서 절망한거임
싫다는데도 자꾸 좋다고 다가오던 귀찮은 사람이 알아서 사라져줬는데도 양호열은 하나도 기쁘지 않아 오히려 정대만이 죽기 직전까지 그런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걸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텅 비어버린것처럼 아프겠지
그제서야 뒤늦게 입덕부정기를 끝내고 나도 대만군을 좋아하던거였구나 깨달았지만... 이제야 제 감정을 온전히 마주한 양호열이지만... 이제 정대만은 없어





근데 여기서 끝나면 호열이가 너무 불쌍하니깐...





그렇게 양호열 충격받고 쓰러졌는데 눈떠보니 딱 그 일요일 아침인거야 내가 지금 꿈을 꾸나? 싶은 생각으로 길가로 나가는데 살아있는 정대만과 마주침
마지막으로 만난 그날처럼 양호열을 보자마자 반가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겠지
양호열은 이거 꿈인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는데 또 화났다고 오해한 정대만이 어 호열아 난 그냥... 밖에서 보니까 반가워서... 다음에 또 봐~ 하고 도망치려는데 양호열에게 팔을 잡힘
생각지도 않았던 상황에 정대만이 깜짝 놀라는데 양호열은 이제 입덕부정기 이런거 없음 이사람 무조건 잡아야됨

제가 그동안 잘못 생각했어요

...뭐를?

전부 다요 대만군 저랑 결혼해줘요

양호열의 안좋은 점은 중간이 없다는거겠지 정대만은 양호열이 좋다고 따라다녔으면서 막상 대뜸 연애를 건너뛰고 결혼하자고 하니까 놀라서 도망치려고 할거같음ㅋㅋㅋ
그럼 이제 양호열이 정대만 자기 집으로 끌고가서 덜덜 떠는 정대만에게 오늘부터 1일이라고 무르는거 없다고 일단 도장부터 찍어두는거지

결국 그날 동네에 소문 다 나서 사실 양호열 형님도 정대만 좋아했다던데? 둘이 결혼한다던데? 뭐야 형수님 생김? 해서 정대만을 해코지하기는커녕 멀리서 지켜보다가 눈 마주치면 도망가버리고 누가 정대만한테 고백이라도 할라치면 겁줘서 쫒아내는거지 정대만이 기겁하든 말든 상관없음
얘들아... 요새 주변에 시커먼 놈들이 돌아다녀서 무섭다... 상담해도 아 선배가 뭐 잘못했겠네~ 안봐도 뻔하네~ 심드렁한 후배들땜에 속터지는 정대만이겠지만ㅋㅋㅋ
그래놓고선 연습 끝날때 양호열이 오토바이 타고와서 태워준다고 하면 진짜? 내가 타도 돼? 하면서 신난 얼굴로 달려가서 다들 저게 원인 아닌가... 하겠지



엇갈려서 불행해지는 호댐도 보고싶지만 역시 행복해지는 호댐이 마음의 고향이야

호열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