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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8 01:00
근데 좀 많이...많이 함.



프로농구선수 이명헌 교통사고났다는 기사를 봐버린 정우성... 정신없이 비행기 표 잡고 가방에 짐 대충 때려넣으면서 태평양 어깨에 전화기 끼운채로 형들한테 전화돌림. 당연히 처음은 이명헌임. 전화 안받으면 어떡하지 했는데 진짜 안받아서 다리 힘 풀릴뻔한 정우성.. 식탁의자 부여잡고 현철이형한테 전화함. 신호음 끊기고 연결되자마자 형!!!!! 하고 부르짖다시피 하는 우성이한테 대뜸 어 이명헌 괜찮다 하는 현철이..

진짜요?
어.
진짜 괜찮아요?
어.
형 전화 안받던데???
안받는다고? 뭐...자고있나?
진짜죠?
어. 한번만 더 물으면 끊는다.
나 형 진짜 믿어요?
(뚝.)

그러나 믿을 수 없는 정우성 동오한테 전화함.

어, 우성이 왜?
형 명헌이형 어때요?
아 명헌이-. 어어 괜찮아 별일없어. 괜히 기사부터 나서는,
진짜요?
어어 그럼. 야 안 괜찮으면 형들이 너한테 벌써 연락 했지.

거짓말. 안 괜찮을수록 더 숨길거면서. 우성은 더 말하다간 울것같아서 입을 삐죽 누르고는 알았어요 하고 전화 끊음. 이후로도 성구, 낙수, 현필이한테까지도 다 전화해봤는데 다들 괜찮대. 문제 없대. 우성이 더욱 울상됨. 이 사람들 벌써 다 말 맞춘거 봐, 얼마나 심각하면. 핸드폰을 집어넣고 짐가방을 드는 손이 급해졌지.

비행기 오르기 직전에 명헌과 겨우 연락이 닿았음. 응, 우성아. 하는 목소리가 꺼칠하기 그지없어서 억장 무너진 정우성 입에 주먹 묾. 형, 괜찮아요? 묻는 말에 잠시 조용하던 명헌이 대답함. 기사 봤구나. 네. 그러자 건너편에서 명헌이가 짧게 헛웃음을 뱉는듯 하더니 어어 괜찮아. 걱정하지 마. 하는데 전혀 안 괜찮은 것 같은거임. 내가 형을 어떻게 걱정을 안해요...! 그러나 우성이는 이제 어른스러운 어른이기 때문에 형에게 징징거리지 않기로 함. 알겠어요. 쉬어요. 손에 들린 여권을 꾹 쥐고 차오르는 울음을 꾹꾹 누르며 전화를 끊은 우성이었음. 형, 조금만 기다려요. 내가 갈게요.

그리고 비행기로 바다 건너 도착한 우성이 다시 형들한테 전화함. 아 이새끼 또 왜.

형, 명헌이 형 병원 어디예요?
뭐, 뭔 병원. 병원은 왜 뭐하려ㄱ, 야 너 설마 한국이냐?
시간 없어요. 명헌이 형 병원 어디냐구요.
야 임마 명헌이가 지 집에 있지 왜 병원에 있어
집에 있다구요?

거짓말. 도대체 얼마나 다쳤으면 나한테 병원도 안 알려주는거지. 이미 정우성 머리에는 몸 여기저기 붕대 감은 명헌이 모습만 떠다녀서 죽을맛임. 결국 우성이 입술만 꾹꾹 씹다가 결국 알았어요, 하고 전화 끊겠지. 그리고 바로 다시 동오한테 전화 걺. 근데 동오라고 순순히 알려주겠음? 명헌이 집에 있다는 말만 반복하는거지. 아 형 진짜 다들 짰어요? 왜 나한테 안 알려주는건데..! 얌마 짠게 아니라 진짜 집에 있다니까 그 튼튼한 애가 고작 그걸로 왜 병원에 있겠냐. 전화기 너머 동오도 묘하게 속이 터지는 것 같았지만 우성이한테는 안 들림.

그럼 나 명헌이형 집 가요.
어.
진짜 가.
어.
명헌이 형 거기 없으면 나 진짜 형들 안 봐요.
그래 우성아 우리 평생 보자.

힝 하면서 통화 종료된 전화기 들여다보던 우성이 굳은 결심으로 택시 잡아 타고 명헌이 집으로 향함.

명헌이 집 앞에 도착한 우성이 차마 도어락을 못 열겠지. 진짜 형 없으면 어떡해? 병원에 입원한거면 어떡해? 혼자 최악의 상황을 다 돌려보며 또 울것같아진 정우성 굳건히 마음 다잡고 마침내 도어락에 손 올림. 와중에 손 떨려서 한번 틀렸음.

문 왈칵 열고 들어온 우성이 조용한 집 분위기에 가슴이 내려앉겠지.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조용할 수가 있을까 싶은거. 거실 쳐다보고 형, 부르고 부엌 들어가서 형, 부르는 목소리가 점점 울음에 잠겨듦. 안방 문을 열며 형! 하고 부를때는 거의 우는 소리였겠지. 근데 침대 위에 뭔가 있다...?

형.

가까이 다가갔더니 둘둘 싸맨 이불 위로 그토록 보고싶던 명헌이형 얼굴만 쏙 나와있음. 세상 모르고 잠든 얼굴엔 다행히 상처같은건 보이지 않았지. 근데 또 모르지. 이불 아래에는... 제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 풀릴 정우성.... 형이 둘둘 싸맨 이불 벗겨냄. 그제서야 으, 하는 소리 내면서 깬 명헌이 잠 덜깬 눈으로 우성이 쳐다보고 뭐야, 우성....? 하는데 제 몸에 감긴 이불 잡아채는 정우성때문에 침대 위에 도르륵 굴러감.

너 지금 뭐....! 명헌이 정신없는 와중에 우성이 명헌이 옷자락 죽죽 걷어보고 팔다리등허리 멀쩡한거 다 확인하고는 허, 하면서 힘 쭉 빠져선 자리에 주저앉겠지. 우성아. 뭐 재회의 애틋함을 느낄 새도 없이 격한 신체적 접촉부터 한 이명헌... 몸 일으켜서 바닥에 주저앉은 우성이 쳐다봄. 정우성. 명헌의 부름에 우성이 눈물 팡 터짐. ...나는, 형, 다친 줄 알고, 애가 갑자기 들이닥치더니 이제는 우니까...명헌이 좀 당황해서 침대에서 내려와 애 얼굴부터 감싸고 눈물 닦아주겠지.

우성아, 저번에 전화로 괜찮다고 했잖아.
목소리가 하나도 안 괜찮던데요...!

당연함 이명헌 그때 자다가 깨서 전화받은거였음. 중간에 다시 잠들뻔한거 겨우겨우 정신붙들고 통화한거임. 사실 교통사고도 그냥 뒤에서 조금 박은 경미한 수준이었고 병원에서도 별다른 증상은 없었음. 다만 구단에서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좀 쉬다 오라고 한 것이었고 명헌은 이참에 밀린 잠이나 실컷 자야지 싶어서 집에 내내 틀어박혀있던거였음. 그 기사는 재수없게 사고현장에 있던 기자 때문에 나간 거였고.... 조금만 주의깊게 읽으면 알맹이는 없고 과장과 왜곡으로 점철되어있다는게 보였겠지만 '이명헌, 교통사고' 이 말만 보고 이미 판단력을 잃은 우성이한테는 보이지 않았을테지.

명헌은 울면서 저를 끌어안는 우성에 잠시 가만히 있다가 이내 팔을 뻗어 마주안아주었음. 기사를 보고, 여기 와서, 저를 마주하기까지 내내 불안에 떨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좀 짠했음. 자기는 진짜 괜찮았기 때문에 전화통화도 별 생각 없이 했었는데 우성이가 전화 너머 자기 목소리까지 신경을 쓸 줄은 몰랐던것임. 아...얘를 진짜 어떻게 하지. 명헌은 실없이 터지려는 웃음을 꾹 눌렀음.

나중에 진정된 우성이 띵띵 부은 눈을 하고 명헌에게 그랬음.

형. 그럴 일은 없겠지만...만약에, 만약에, 진짜 만에 하나 무슨 일 생기면 꼭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줘야 해요.
...그래.
숨기기 없기야.
응.
약속했어요.

대답 대신 천천히 제 손을 잡아들어 새끼손가락을 걸고는 살짝 흔들어보이는 명헌에 우성은 그제서야 헤헤, 하고 소리내어 웃었겠지.





명헌이 형에 한해서는 앞뒤 안 가리는 우성이가 좋다....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