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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3 22:38
전편 - https://hygall.com/547845222



태섭도 명헌도 아직 어렸을 때 태섭은 매일 저녁 명헌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대문 앞에 서서 명헌을 기다리곤 했었음. 서 있다가 다리가 아프면 쭈그려 앉아 있다가 해가 지고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져 하인이 자그마한 초롱을 가져다 줄 때까지. 그러다가 명헌이 오면 오랫동안 기다린 것치고는 꽤나 수줍음을 타는지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오셨어여...라고 하곤 했음. 명헌은 그런 태섭을 건성으로 보고는 고개를 까닥하고 지나쳐버리곤 했지만.

지금 명헌은 일이 끝나기가 무섭게 집으로 돌아와 가방을 아무렇게나 팽개치고 태섭을 먼저 만나러 감. 태섭의 모습은 보통 셋 중 하나였음. 잠들어 있거나 멍하니 앉아 허공을 응시하고 있거나...아니면 우성과 얽혀 흐트러져 있거나. 명헌은 어느 때던지 태섭의 머리를 부드럽게 손으로 빗어 쓸어주고 이마에 입을 맞춰줌.

"다녀왔어뿅."

몇 년 전 변덕으로 붙여봤다가 태섭의 웃음을 이끌어낸 말어미에도 태섭은 아무 반응 없이 숨만 색색 내쉬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헌은 다시 한 번 태섭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음.

"오늘도 잘 있었구나뿅. 보고 싶었어뿅."

우스운 말버릇은 기도였음. 다시 한 번 네가 웃어준다면.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에 쥘 수 있었던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건 늘 이상하게도 그걸 영영 잃어버리고 난 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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