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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3 02:25
그 날따라 유난히 힘들었던 재활치료를 마치고 바닷가에 앉아서 노을 보던 백호 옆에 주저앉는 남자가 있어 보니 윤대협이겠지
한 마리도 못 낚은 윤대협을 조롱하다가 어찌 대화가 소연이로 넘어왔는지 백호는 기억이 안 남
윤대협이 농구 어떻게 시작했냐고 물어봤나보지
정신차려보면 소연이가 얼마나 멋있고 노력파고 귀엽고 예쁜지, 레이업 슛을 가르쳐준 것도 소연이고 공부도 잘하고...
그렇게 예쁘고 완벽한데 어떻게 고릴라 동생인지 모르겠다는 마무리 멘트에 채치수 동생이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깜짝 놀라는 리액션이 꽤 백호 마음에 들었을거임
백호가 설명하는 중간중간 그래? 정말 멋진 애네. 동조해주는 것도 좋았음
생각해보니 소연이에 대해 이렇게 구구절절 덕심을 토로해본적은 없는거같아 백호군단녀석들은 놀리기나하고 호열이한텐 50회나 되는 짝사랑 얘기로 질리게 한 전적이 있어서 반응이 그리 신선하지 않거든...

윤대협이 채치수 동생이면 못해도 170은 되려나? 중얼거리는 소리에 소연이는 고릴라랑 안 닮았다니까!! 얼굴로만 놓고보면 오히려 너랑 남매같아.
뭐 이런 얘기들 하겠지
이미 천재에게 농구를 소개해준 은인 소연이의 멋있고 대단한 점을 중점적으로 얘기한 후라 백호가 아무리 작고 귀엽다고 말해도 윤대협 머릿속엔 꽤 큰 키의 다부진 체격, 진한 눈썹을 가진 여성이 그려지고 있었음
매니저로 입부했다니까 다음 연습경기때 누군지 보면 되겠네. 그보단 누군가를 이 정도로 열렬히 좋아하는 백호가 더 신기했음
대협은 연애를 몇 번 해봤지만 전혀...
소연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계속 말하는 백호에게 누군가를 그렇게나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네가 더 대단한 것 같다고 한 건 진심이었음
백호는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는지 놀란 눈으로 잠시 대협을 바라봤음

너 진짜 그렇게 생각하냐?

그리 놀랄 말인가 싶어 대협은 살짝 눈에 힘을 빼며 웃어보이겠지

난 그래본 적이 없어서.
칫... 이래서 잘생긴 놈들은.

백호가 모래를 반웅큼 쥐어 대협의 발쪽에 뿌렸음
대협은 신고 있던 쪼리를 벗어 대충 던져두고 다리를 쭉 뻗어서 달랑거리며 씩 웃었음

너의 진짜 재능은 오히려 그 쪽인지도 모르겠다. 온 마음을 다 쏟을 수 있는...

백호는 가볍게 인상을 쓰며 앙?? 되물었음
백호가 그러거나 말거나 대협은 이제 아예 손깍지를 뒤통수에 받치고 드러누웠음
구구절절 설명하긴 싫고...

농구도 사랑도 진심이구나. 멋있는 남자다 강백호

백호는 그 말이 듣기 좋았는지 우쭐해졌다가 금방 어깨가 축 처져버렸음
뒤에서 보고있던 대협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겠지

왜그래 멋진남자! 어깨 펴야지

백호는 어디서 찾았는지 나뭇가지로 모래를 쑤시며 소연이는 여우놈을 좋아한다고 웅얼거림
소연씨가 다 좋은데 남자 보는 눈이 없으시네~ 대충 기분을 맞춰주려고 했지만 백호는 추욱 처져서 여우놈 잘생겼고... 농구도 잘하긴 해... 순순히 인정했음
그런 백호가 귀엽고 우습고 안쓰러워서 대협은 일어나 앉아 한 팔로 어깨를 당겨안고 머리도 맞댔음
백호는 이제 완전히 가드를 내렸는지 윤대협이 그러거나 말거나 얌전히 머리를 기댔음

사랑도 농구도 쉽지 않구나... 천재라도 말이야

백호는 대답없이 코만 몇 번 훌쩍이다 곧 온 얼굴을 찌푸리면서 울기 시작함 ㅋㅋㅋㅋㅋ 큰 손으로 눈물을 닦는 백호가 대협은 웃겨죽겠는데 마음이 정말 아프기도 해서 한 손은 어깨 토닥해주고 한 손은 머리 복복해주고 엄청 얼러줄듯
5살 애를 대하듯이 얼렀는데도 대협이 박치기를 당하지 않은건 어느새 해가 져서 어두워졌기 때문인지, 백호 마음속에서 대협이 완전히 백호편으로 분류되어서였는지 확실치 않았음

그 후로 대협을 마주치면 백호는 눈에 띄게 반가워하고 묻지도 않은 사소한 얘기를 많이하고, 남자를 좋아하는건 이상한건가? 대협에게 묻기도 함
누군가를 엄청 좋아한댔으면서 금방 다른사람을 좋아하게 된 친구가 줏대없어 보인다고 무려 기출변형을 시도하는 백호를 거쳐 사귀게 되겠지


아무생각없이 편하게 행동했는데 백호 가드 뚫고 벅뚜벅뚜 안채에 들어앉는 대협이

윤대협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