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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2 15:49
깡패 집안이다 야쿠자 후계자다 뒷소문 도는 게 보고 싶다

약 호열백호열

호열의 부모님?
어머니는 초등학교 입학식 다음날 집 나가서 어디갔는지 모르겠고 아버지는 어디서 일은 한다는데 일년에 몇번 들어오지도 않음. 때문에 단칸방인 집은 호열의 자취방스러운 분위기가 된 거고..
양호열이 중학교 입학식을 앞둔 시점, 웬일로 금방 집에 온 아버지는 호열을 데리고 시내에 가서 넉넉한 사이즈의 교복과 가방, 학생용 구두를 맞춰사주고는 색바랜 봉투를 쥐어주고 그대로 떠났음. 아버지 손이 바들바들 떨린 게 약하게나마 느껴진 것도 같아. 내 입학식도 보러 오지 않으려고요? 그래도 엄마는 식이라도 보고 갔는데. 호열은 시내 한복판에서 그렇게 아버지도 보내야했음.
봉투 안엔 약간의 돈과, 어린 호열이 이해하긴 어려운 서류 몇 장이 다였음. 며칠후 봉투에 있던 돈을 집세로 내고 나니 정말 뭣도 남지 않았지. 사흘을 내리굶은 호열은 자리에서 일어났음. 일해야겠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제 초등학교 졸업한 몸으론 받아준다는 곳도 거의 없었음. 나이를 속인대도 얼굴부터가 솜털남은 어린이 볼살인데ㅋㅋ... 결국 시간에 비해 돈을 제대로 못받는 부업이라도 시작했음. 상자접기, 볼펜 조립 등등. 부피가 작은 것들은 학교에 챙겨 가서 쉬는 시간에 사람없는 곳에 숨어서 하염없이 조립했음. 교실에서 하면 시비 걸려서 말하다가 쉬는 시간 다 쓰거든. 그러던 어느날 쉬는 시간, 어김없이 부업하러 가려던 호열의 팔이 반장에게 붙잡혔음. "너 맨날 그거 들고 뭐하러 가냐?" "이거 놔라." "양호열, 너 매일 체육창고 뒷구석에 가지? 솔직히 말해, 너 담배 피우냐?" 그 사람 없는 구석진 곳이 담배 스폿이 되는 곳인 건 맞았음. 그런데 호열이 아깝게 담배를 사겠냐고. 당장 오늘 점심도 고민고민하다 싼 빵으로 대충 때웠는데.. 담배스폿인만큼 사람이 잘 안 다니니까 이 점을 이용한 것 뿐임. 하지만 반장은 정의감에 사로잡히기라도 한 건지 봉투가 수상하다며 이 자리에서 열어보라고 했음. 이 안엔 조립 안 된 볼펜들만 가득 들어있었지. 호열은 부업품들을 보여주기 싫었음. 이걸 보여주면 왜 이런 걸 갖고 있냐, 돈 없냐, 가난하냐... 소리를 들을 게 뻔해서. 호열은 봉투를 감추곤 싫다며 뒤돌았음. 반장은 자리를 떠나려는 호열의 어깨를 붙들곤 더 수상하다며 봉투를 뺏어들려 함. 봉투가 붙들린 순간 화가 난 호열이 그를 밀치자 우당탕 소리와 함께 반장이 교실 바닥에 엎어졌음. 정적이 교실에 흩어지고, 호열은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을 견디지못하고 교실을 뛰쳐나왔음. 그날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음.
다음날 학교에 가자마자 교무실로 불려간 호열은 왜 학교를 멋대로 나갔냐며 체벌을 받았음. 얼얼해진 귀와 뺨을 쓸어내리며 교실에 들어갔더니 모두 자길 보고 수근거리며 피했지. 이제 불량아 취급은 피할 수 없겠구나, 호열은 생각하며 이른 사춘기를 맞이했음.
불량아로 낙인찍힌 이후는 의외로 순조로웠음. 호열은 자기 생각보다 패션에 관심이 많았었고, 몸 쓰는 일은 잘 맞았고, 왁스로 넘긴 머리는 아주 마음에 들어 왁스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음. 해동중 바보트리오라는 구식, 대남, 용팔 패거리와도 친분이 생기고, 덩치만 크고 힘만 세지 아직 순한 강아지에 불과한 백호를 주워(?) 직접 머리를 매만져주고 싸우는 법도 알려주며 자기편에 넣었음. 어느새 다섯이 된 이들은 백호군단이라고 불리며 주변 불량아들의 꼭대기까지 찍었지.
백호군단에게만은 마음을 연 호열이 자기 사정을 밝혔음. 그래도 맨정신엔 자존심에 싫어서 백호군단 아지트 삼은 자기 집에서 술판 깐 날 말함ㅋㅋㅋ. "야 여기 내 자취방 아니고 우리가족 다같이 살던 집이었다?ㅋㅋㅋ"이러면서... 다 불고 나니까 부끄러워져서 딴 곳이라도 보려니 다른 애들도 하나 둘 자기 개인사를 밝히기 시작해 호열은 고개를 돌려 친구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였음. 다들 내용만 다르지 이혼에 가정폭력에 콩가루집안에 별일을 다 겪었었겠지. 백호는 호열의 아버지의 부재를 공감하는 의사를 표했는데, 이때 호열은 같은 입장의 친구가 있다는 게 얼마나 위로되는가 느꼈음. 어느새 다들 자학개그에 가족욕에 할말 못할말도 시원하게 질러버리고 새벽 내내 웃고 떠들게 됨. 아무한테도 못할 얘기 하고 나니 얼마나 후련하겠음. 다음날 낮에 다섯이서 나란히 숙취로 고생하면서도 그날밤 일만은 잊지 못할 날이 되었겠지.
이후에 백호가 호열이네 집에 오는 횟수가 늘었을 것 같음. 일주일에 거의 출근도장 찍듯이 자러 오는 백호 때문에 호열의 집인데도 칫솔이며 옷이며 백호의 흔적이 점점 묻어나겠지ㅋㅋㅋ. 한번은 이게 내집인지 셰어하우슨지 어이가 없어진 호열이 "너나 나나 혼자 사는데 이럴 바에 차라리 같이 살면 돈도 굳겠다," 농담하는데 백호가 곧바로 "어 그럴까?!!"하며 그럼 평수도 더 큰 데서 살아도 되겠다며 좋아라하는 통에 농담이라고 해명할 기회를 날린 채 한동안 부동산 힐끔거리는 호열..

그렇게 놀고, 싸우고, 알바뛰고.. 3년을 훌륭할 정도로 성실하게 '알바뛰는 날라리' 타이틀을 지킨 호열은 백호군단과 함께 북산고로 입학함.

그런데 그렇게 넓다고 생각한 적도 없는 카나가와가 뭐 얼마나 넓었던건지, 새로 입학한 북산고 학생들 사이에서 '양호열이 사실은 야쿠자다'라는 소문이 갑자기 퍼지며 술렁이기 시작하는 게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