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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2 11:32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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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와 일곱 난쟁-, 아니 뿅뿅공주와 네명의 기사들.

처음 산삼즈가 명헌을 대하는 것을 보고 우성이 떠올린 문장이었음.

사실 우성 뿐만아 아니라 모든 산왕 농구부원들이 그렇게 생각하도 있었지. 그만큼 산삼즈는 명헌이에게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을 경계하며 그를 지키는데 혈안이 되어있었어.
이유를 물어도 대답해 주지 않고, 레귤러 였던 부원들만이 그럴만 하다며 고개를 끄덕였지.

그리고 그 해 어느 가을날 우성이도 명헌이를 지키는 다섯번째 기사가 됨.

미국에 다녀오고 나서 산왕 공고의 농구부는 의욕에 불타있었음. 기회만 되면 여기저기 출장하여 연습 경기를 뛰었어. 그 날도 같은 현에 위치한 대학교에서 경기를 뛰던 참이었지. 그렇게 경기를 마치고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흥분감에 왁자지껄 떠들며 락커룸에 들어간 우성과 산삼즈들은 명헌이 사물함 문을 여는 순간 곧 싸늘하게 식어버림.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더러운 것들이 명헌의 가방이며 옷가지들에 흩뿌려져 있었음. 선반 가운데에는 이번 인터하이 때의 명헌이 찍힌 사진이 놓여 있었지. 땀을 닦기위해 윗 옷을 걷어 올린 사진, 파울로 넘어질 때 말려 올라간 하의를 클로즈업 한 사진 등, 누가봐도 의도가 명백한 그런 사진들이었음.

하얗게 질려 굳은 명헌을 사물함에서 멀리 떼어내고서 산삼즈들은 능숙하게 사물함을 정리하기 시작했음. 현철은 요즘 우리가 너무 풀려있었다며 미안하다 사과했지. 우성이도 한참을 충격에 움직이지 못하다가 손을 거들었음.

이 미친 변태 이상성욕자들은 건장한 남고생을 보고 왜 이러는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어.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음. 명헌 본인도 얼마나 억울할까 하는 생각에 괜히 눈물이 나왔지. 나도 명헌이형 지켜줘야지... 우성은 명헌의 사물함을 치우며 그 생각 뿐이었음.

분명 어제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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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고의 파울.
전반부터 질 나빠 보이던 상대 선수 하나가 결국 일을 내고야 말았음.
팔꿈치로 명치를 강하게 맞은 명헌은 그대로 쓰려져 배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며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지.

결국 명헌은 곧바로 의무실에 실려가고 연습 경기는 그대로 중단. 명헌이 쓰러진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는 우성을 보고서 산삼즈들이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어. 명헌이는 괜찮을테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말이야.

그런데 우성은 명헌의 부상에 충격을 받은게 아니었으면 좋겠음.

방금 바닥에 쓰러진 채로 식은땀을 흘리며 고통에 신음하는 명헌을 보고 조금은 이해해 버렸거든.

그 이상성욕자들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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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명헌
명헌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