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받네......ㅋㅋㅋㅋㅋㅋㅋ 남자는 남자가 봐줘야된다는 말 자꾸 하면서 태섭이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지가 만나보더니 다 별로래. 걔는 인상이 별로라느니, 쟤는 널 보는 눈빛이 별로라느니, 얘는 말투가 별로라느니 하여간 다 마음에 안 든대. 그러면서 그딴 놈 만나지 말라고 들들 들볶는데 욕이 저절로 나옴. 고등학생 졸업식날 고백했을 때 정대만이 거절하면서 우리 이렇게 선후배 사이로 지내자고 해놓고 송태섭이 누구 만나는 꼴을 못 보니까 태섭이 존나 어이없을 듯. 대체 선배 맘에 드는 사람이 있긴 있어요? 한날은 태섭이가 짜증나서 물어보니까 대만이 잠깐 고민하더니 너? 이지랄....... 고딩 때라면 엄청 설렜겠지만 - 사실 좀 설레긴 했음 - 지금은 짜증부터 날 뿐임. 저도 이제 성인이고요. 선배 간섭 필요 없으니까 제가 알아서 만날게요. 그만 신경 써요, 나한테. 그래서 숨도 안 쉬고 쏟아내면 대만이 표정 진지하게 변하더니 너 아무나 만나는 꼴 못 봐. 이래서 태섭이 아 진짜아ㅏㅏ아ㅏ악!! 하고 빡 소리 지르겠지. 뭐하자는 건데요?! 누굴 만나도 이거 싫다 저거 싫다 어쩌라고요! 아니 내가 누굴 만나든 선배가 무슨 상관이야? 나 좀 내버려둬요! 그러면 대만이 얼굴 갑자기 진지하게 변해서 왜 상관이 없어? 이러는 거임. 상관 없죠! 선배가 우리 엄마에요? 우리 엄마도 이렇게는 안 해. 그러니까 그만하라구요. 씩씩대는 태섭이 앞으로 불쑥 다가오더니만 야 송태섭. 하고 낮게 부르겠지. 갑자기 목소리를 깔아버리니까 움찔해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난 태섭이를 대만이가 꽉 붙들고 놓아주질 않음. 왜, 왜 이래요....! 잔뜩 흔들리는 태섭이 눈과 가라앉은 눈으로 올곧게 쳐다보는 대만이 눈이 마주쳤을 때, 대만이 입이 열리겠지. 너 나 좋아하잖아. 왜 다른 새끼를 자꾸 만나. 송태섭 배알도 없이 심장 쿵쾅쿵쾅 뛰기 시작하겠지. 뭐하자는 거냐고 묻지도 못하고 정대만만 보는데 짙은 올리브색 눈동자는 마치 송태섭을 뚫을 것처럼 보고 있음. 숨 막히는 정적에 태섭이가 먼저 고개 돌리면서 입을 열려고 하는데 대만이가 먼저 가로채면서 그러겠지. 그러니까 다른 놈 만나지마. 진짜 어이없는 상황인 거 아는데도 송태섭은 정대만 말에는 거역할 수가 없어서 멍청하게 고개만 끄덕여버림. 사귀어준다는 말도 아닌데 그냥 정대만이 그 말을 해준 게 좋아서. 나중 되면 후회하겠지만 지금은 정대만이 해주는대로 해주고 싶은 마음 뿐이겠지.




대만태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