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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6 20:40
라고 생각하는 명헌이가 보고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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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분 나쁠 수도 있는 거 아는데, 하나만 물어봐도 돼? 진짜 대답 안 해줘도 되는데 궁금해서 그래.."

" 뭔데 뿅...?"

" 너희 둘이 사귀냐? "

아직 후덥지근한 기운이 만연한 초가을 날.
여느 때 처럼 형의 무릎에 누워 재잘거리는 우성과 그런 우성의 바싹 깎은 머리를 슬슬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듣고 있던 명헌에게 들어온 질문이었음.

"아니요?"
"그럴 리가 뿅"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둘의 입에서 대답이 튀어나왔지.

"그래..? 뭐 아님 됐고... 오해해서 미안."

멋쩍게 웃으며 떠나가는 부원의 말에 둘은 웃었지.

"별 오해를 다 받아보네 뿅 ㅋㅋㅋㅋ"

"그러게요. ㅋㅋㅋㅋ"

-

그렇게 웃어 넘긴게 몇 년 전. 

우성의 NBA에서의 활약상을 담은 특집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간만에 산왕 주전들이 모인 날이었지. 

우성이가 꼭 본방으로 같이 봐달라며 닦달한 탓에 모이게 된 거였어.

제목만 봤을 때는 우성이의 NBA 생활 다큐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인터뷰도 많이 담긴 데다가 산왕 때의 이야기가 정말 많이 언급됨.

당연스럽게 예전을 추억하다 보니 프로그램이 끝난 뒤로도 한참 동안 술잔을 기울이게 됐고 새벽이 되어서야 다들 집으로 돌아가게 됐지.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던 길, 명헌이 문득 그 때 우성과 했던 게 사랑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게 보고 싶음.

학년도 다르면서 굳이 같이 밥 먹으려고 급식실 문 앞에서 기다리던 일.

별거 아닌 상처인데도 눈에 밟혀서 약을 들고 기숙사 문을 두드렸던 일.

작은 말다툼이 있던 날, 자존심도 버리고 먼저 다가가 사과한 일.

처음 맛본 패배에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우성을 밤새 위로하다 함께 잠든 일.

그리곤 이제 얼굴도 흐릿한 부원 하나가 물었던 질문이 생각나겠지.

" 그러게, 지금 보니 사귀는 거였네 뿅..."

그렇게 집에 도착해 어스름한 새벽하늘을 보던 명헌의 휴대폰으로 갑자기 국제전화 번호가 하나 찍힘. 

명헌에게 올 국제 전화라면 보이스 피싱이 아니고서야 한 명밖에 없었지.

참 타이밍도 잘 맞춘다고 생각 하며 전화를 받음.

" 형... 저 우성인데요. 이른 새벽에 갑자기 전화해서 정말 미안해요. 그런데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요... 그 어제 저녁에 방송은 봤어요...? 그게,,, 제가 그 다큐 찍으면서 많이 생각해 봤는데요.
어,,, 그냥 과거에 그랬던 것 같다는 거니까 기분 나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 우성아. "

" ㄴ..네? 네, 형."

" 나 그때 널 좋아했던 것 같아. "

" ... 형..도요?"


같은게 보고싶음.

그리고 아직도 그 마음 여전한거 깨닫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