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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5 22:12
가장 충격받는건 정대만일거라는 생각...

이명헌이 상처받지 않는다는건 아님. 사람인데 당연히 상처받겠지. 근데 명헌이는 우성이가 미국을 가고 태섭이랑 같이 산다는 얘기 들으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있었을거라 충격은 좀 덜 받을거같음...그냥...올게왔구나...싶은 느낌. 항상 새로운 자극을 찾는 우성이에게 먼 타지에서 의지할 수 있고 같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가 바로 옆에 있는거니까 언젠간 일이 터지겠다 싶었지.

근데 대만이는 바람?그걸 왜 해 어떻게 해 같은 느낌. 깔끔하게 헤어지고 만나든가 해야지 마음따로 몸 따로가 어디있어 같은 생각을 갖고있어서 정대만의 사전에는 바람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을 듯. 자기가 사랑하는건 인생 바칠만큼 끝까지 갖고가는 사람이라 당연히 상대도 그럴거라 믿는 바보.

실제로 우성이도 태섭이도 자기 애인들에게 정말 최선을 다했음. 식비 아껴가며 전화하고 힘든 일 있어도 적당히 필터링해서 말하고 매일 사랑한다 보고싶다 말했겠지. 그런데 하루하루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유학생활에서 술 먹고 실수로 한 번, 인생이 좆같아서 또 한 번, 자기 애인이랑 싸웠을때 위로해주다가 또 한 번.

처음에는 죄책감에 미친새끼또라이새끼개새끼하며 자기 스스로 저주하고 연상들한테 미안하고 제 발 저려서 통화도 오래 못하고했는데 이제는 몸섞는게 그냥 해프닝도 아니게 되어버림. 마음과 정신으로는 자기 애인 너무 사랑하는데 만날 수 없으니까 이건 감정없이 그냥 성욕해소다 라고 자기합리화하면서 이 미친 상황을 이어갔겠지.


그리고 이 상황을 눈치챈건 명헌이밖에 없음. 묘하게 말이 다른 우성이와 태섭이의 스케쥴. 전화하면서 떠듬거리던 우성이의 목소리. 송태섭 얘기에 당황하고 급하게 말을 돌리는 모습까지. 전혀 숨기지 못해서 오히려 피식 자조적인 웃음이 나왔음. 그리고 고민하겠지. 우성이랑 헤어질지가 아니라 이걸 정대만한테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를.

명헌이는 이미 정대만이 너무 소중한 사람이거든. 성애적으로든 그냥 우정이든지 상관없음. 자기 옆에서 재잘거리며 송태섭 얘기를 하는데 그 얼굴이 바보같이 맑아서. 너무 멍청하고 사랑스러워서, 상처받을게 뻔했으니까. 이걸 말하면 너는 모른척 넘어갈 수 있는데 왜 말했냐고 나를 원망할까.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숨기냐고 배신이라고 화를 낼까 따위를 생각하면 속이 갑갑했지. 그래서 우성이랑 송태섭이 원망스러웠음. 그냥 아무나 붙잡고 원나잇을 하지. 아예 모르는 사람이랑 그랬어야지. 왜 하필...


그러다 넷이 오랜만에 같이 모인 자리에서 연하들 말실수로 지금까지의 거짓말이 다 들통나고 결국 사실대로 실토하는 날이 와버렸음. 태섭이랑 우성이 무릎 꿇고 외로워서 그랬다 우리가 진짜 미친놈이고 개새끼다 하지만 감정은 없었다 사랑하는건 당신뿐이다 라는 아주 뻔한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에 명헌이는 그냥 재미없는 드라마를 보는듯한 심정임. 어쩜 이렇게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니, 우성아

하지만 정대만은 달랐음. 지금 이게 무슨 소리지? 태섭이랑? 우성이랑? 뭐를 해? 왜? 날 사랑한다고 했으면서 왜? 머리가 어지럽고 지금 상황을 이해하기가 힘듦. 대만이한테 태섭이는 자기 인생, 목숨도 아깝지 않은 소중한 연인이고 우성이는 처음에는 그저 산왕 걔, 그 다음에는 내 친구 명헌이의 애인이자 태섭이의 룸메, 그 다음에는 시끄럽지만 귀여운 동생이었는데. 그 둘이 한꺼번에 자기를 배신했다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는 힘들겠지. 멍한 눈으로 태섭이를 바라보고 우성이를 쳐다보는데 둘이 고개만 푹 숙이고 있음.

아무말 없이 망부석처럼 앉아있는 대만이에게 태섭이가 무릎꿇고 기어가서 형, 형 진짜 잘못했어요 다신 안그럴게요. 한번만, 이번 한번만 용서해줘요, 제발. 나 형 없이는 못살아요 하면서 엉엉 우는데 현실감이 없음. 결국 대만이 눈물을 후두둑 흘리더니 소리치지도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그냥 울기만 함. 그 모습에 송태섭 자기가 무슨 미친짓을 저질렀는지 실감하겠지. 차라리 욕을 하고 자기를 때리라고 대만이한테 빌어도 대만이 끅끅거리며 저리...저리 가...하고 태섭이를 밀어내는게 고작임.

보다못한 명헌이가 대만이 진정시키고 다시 얘기하자고 대만이 데리고 방으로 들어감. 자기를 침대에 앉히고 물을 챙겨주기까지하는 초연한 명헌이에 ...너는 알고 있었어..? 묻는 대만이. 명헌이는 잠시 뜸을 들이다 응 알고있었어 얘기하겠지. 왜...왜 나한테는 말 안해줬어...?울먹이며 묻는 대만이에 여기까지도 예상범위지 생각하는 명헌이었지만. 그 뒷말은 전혀 달랐음. 왜 너 혼자 힘들어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확 들었음. 자기를 와락 끌어안고 왜 혼자 삼키고있었냐고 엉엉 우는 대만이를 얼떨떨하게 마주 안아주면서 그래...너는 이런 사람이지.. 생각함과 동시에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확 밀고올라오면서 대만이 어깨에 얼굴 묻고 떨리는 한숨만 내뱉는 명헌이.


그리고 한명분의 울음소리밖에 안 들리는,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고있는 연하들






명헌대만이 나중에 사귈지말지 연하들 용서해줄지말지는 붕들의 상상에 맡김ㅎㅎ 알아서 빌어라 연하들아. 롱디조 쓰까먹기 그만 좋아해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