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


동댐뿅도 같이…(실전편)

첫번째: https://hygall.com/537040867 (시작편)

두번째: https://hygall.com/538090985 (교육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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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왔고, 이명헌의 지시하에 카페컨셉, 디저트 디자인, 나름의 인테리어가 모두 끝났다.

북산의 1학년들은 처음에 본인들이 잘못 들은줄 알고 메이드 카페??? 메이즈(미로)카페를 잘못 말한건가요? 주장??? 을 외쳤다.

당연한 반응이겠지. 태섭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

“지금 북산은 위기다. 알다시피 너희 선배 두명이.. 림을 부숴버리는 바람에 며칠째, 연습도 다른학교에서 하고 있고.”

지금으로선 가장 돈이 잘되는걸 할 수 밖에 없다.
그 말을 끝으로 다들 말은 안했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시커먼 남성들로만 이뤄진 메이드카페가 돈이된다고?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감히 주장에게 되묻는 깜냥은 없었기에 닥치고 제 역할에 임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입는 사람이 주장과 부주장.. 그리고 태웅선배와 백호선배뿐이니 다행이라 해야지.

‘나만 아니면 된다.’

북산의 1학년들도 북산이기에 본인만 아니면 된다는 신조로 일사분란하게 몸을 움직였다.

**********

“아악!!! 나 안해!!안한다고!!에바잖아!!”

정대만이 떼를 쓰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명헌의 미간에 내천자가 세겨졌고, 동오는 멍한 꼴로 자신의 처지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왜? 그것도 산왕도 아닌 북산 후배들의 메이드카페를?

“그럼, 동오만 보낸다고?양심이 있어?뿅?”
“아아니! 난 교육 제대로 했고! 태웅이는 최동오가 제대로 교육 못해서 지가 가야하는게 맞는거잖아악!!”

지랄발광 탭댄스를 추는 꼴이 장난감 사달라고 떼를 쓰는 어린애랑 동일해서 동오는 그 꼴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보기 숭하다고.
안가아!! 쪽팔려!!!를 연신 외치는데, 그때 문 밖에서 태섭이 노크를 했다.

“들어갈게요.”

태섭의 한마디에 잠시 명헌과 동오가 시선을 돌렸고, 대만은 아까까지의 지랄발광은 환상이었다는 것처럼 정상적인 인간처럼 서서 제 후배에게 인사했다.

“어어, 왔냐.”
“네. 명헌선배하고 동오선배가 도와주신 덕에 준비는 전부 끝났고, 그 동안 감사하다 인사드릴려고 왔어요.”
“야! 나한테는?”
“물론 선배도..요.”

태섭은 뚱한 표정으로 잠시 대만쪽을 슥 보고는 명헌에게 시선을 돌렸다.
명헌은 표정변화없이 태섭에게 말했다.

“메이드 인원이 부족한 것 같아서, 일단 우리 모두 도와주려는데, 괜찮나? 뿅.”

명헌의 제안에 대만은 윽 소리를 내었지만, 차마 제가 아끼는 후배 앞에서 못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은지 아까처럼 격한 반응이 튀어나오지는 않았다.
태섭은 듣던중 반가운 소리에 입꼬리를 슬슬 올렸다.
아무리 이명헌한테 잘 훈련받았다지만 손님대가리를 언제든지 후려갈길 수도 있는 강백호와 얼굴말고 접대는 일절없는 서태웅, 열심히 뛰겠지만 숫기없는 달재 로는 걱정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주시면 저야 좋죠.”

솔직히 지금으로서는 고양이 발이라도 빌리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태섭으로서는 명헌의 제안이 달가울 수 밖에 없었다.
답지않은 순순한 태도로 감사하다고 하는 태섭에 대만도 끄응 앓더니, ‘그래. 까짓것 도와주지.뭐.’ 라는 생각으로 변모하였다.

사실 대만도 한번도 보지 못한 북산의 1학년 후배들과의 첫만남이 치마입는 메이드 상태만 아니면 흔쾌히 승낙했을 것이다.
작년 인터하이나, 윈터컵에서 있었던 경기에서의 활약으로 북산농구부에 들어온 애들도 많다고 들었는데, 치마입은 꼴로 만나면 선배로서의 위엄이 안서잖아.

“야, 송태섭. 나같은 선배가 있는것도 복이다?”

대만이 제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고, 태섭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그리고 곧이어 다른 후배들이 한번에 들어왔고, 백호가 한마디를 던졌다.

“와~ 밖에서 만만군 떼쓰는 소리 다 들리더라.”

아 맞다. 이 방 방음이 전혀 안되지. 대만은 그제서야 태섭이 왜 뚱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봤는지 깨달았다.

****************

D-day

북산 메이드 카페에 오픈을 알렸다. 농구부 자체가 워낙 그 학교에 커다란 ‘이벤트’이기에 굳이 홍보를 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점점 몰려오기 시작했다.

“농구부가 메이드카페를 한다고???”

북산 농구부에 예쁜 매니저들을 떠올린 남자들이 수근 거렸다.

“대박! 그럼 빨리 가봐야지!”
“야! 벌써 줄서있대!뛰어가자!!”

보통 이런식으로 삼삼오오 떠들며 기대한 놈들이 맞이한것은 가냘픈 미소녀 둘이 아닌 자신들보다 커다란 문짝크기만한 농구부원들이 메이드 복을 입고 서비스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하나같이 경악했지만, 그 나잇대 놈들답게 호기심이 일어 들어가는 놈, 음습하게 자신보다 커다란 알파남들의 시중을 받아보고 싶어 들어가는 놈, 그리고 정말 메이드복 입은 놈들 중에 누군가가 좋아서 들어가는 놈 등등 재각각 이유가 다른 놈들이 들어갔다.

그와 별개로 여자들은 대부분 이유가 동일했다. 농구부에는 잘생긴 남자들이 많고 심지어 그 나잇대에 로망인 대학생들도 있다는데(그것도 전부 잘생긴!)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태섭은 시작부터 북적거리는 메이드 카페 꼬라지에 놀라 정대만을 토끼눈으로 바라봤다.

‘이게되네?!’

대만은 눈빛으로 것봐 내가 잘 된다고 했잖아. 신호를 보내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파김치냥! 2번 테이블로 가라 삐뇽!”

시발, 큐티한 메이드를 원하는 새끼들이 왜이렇게 많아! 대만은 신경질적으로 치마를 털고 2번테이블로 향했다.

태섭이 힐끔 흘겨본 2번테이블에는 역시나 남자놈들 뿐이었다. 여전히 이상할정도로 남자 자석인 대만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문짝만한 놈들 사이로 얌전해 보이는 달재메이드는 의외로 여자손님들한테 인기가 있어서, 이래저래 열심히 뛰어다니며 제일 메이드다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었다.

“아,네에.. 그 오이시쿠나레~..”
“꺄아! 귀여워!”

수치스러워 얼굴은 벌개져도 농구부의 미래를 위해 힘쓰고 있는 달재 메이드 뒤로 태섭은 자신을 지정신청한 테이블로 향했다.

…왜 나는 불량해보이는 놈들만 오는거지?

이전에 누군가가 농담삼아, 이야기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상하게 너한테는 시비걸고 싶어하는 양아치들이 많이 붙는다고
아니나 다를까, 천천히 다가가서 메뉴판을 내밀며 손님, 무엇을 시키시겠습니까? 하며 묻자, 놈들 중 한명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 농구부가 메이드카페 한다고해서 왔는데~ 웬 꼬마가 있네. 저 키로 농구가 되나?”

그 말에 몇 놈들이 키득거리며 제 위 아래를 훑어보는 것이다.
태섭은 손을 등뒤로 넘겨 주먹을 불끈 쥔 것을 숨겼다. 다만 눈썹의 빡침은 숨길 수 없어서, 놈들은 태섭의 불편한 감정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이야~이러다 메이드한테 한대 맞겠다?”
“어? 냥냥펀치 맞는거임?”

강냉이를 몇개씩 털어주고 싶은 욕구가 샘솟아 제 팔뚝에 핏대가 서는 것이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근육이 펌핑되는 기분이었다.
아니다, 적어도 농구부에 림은 있어야지. 그래.
태섭은 제 속안에 있는 한톨의 인내심을 돌려가며 참아냈고,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손님, 빠른 주문 부탁드립니다.”
“흠, 난 이거.”

놈들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 태섭의 눈썹이 삐툴게 올라갔다.
본인을 손가락질하는 무례함에 결국 태섭이 폭발 일보직전으로 무릎을 굽혔고, 이는 날라차기 이 전 준비자세였다.

그때, 명헌이 보낸 백호가 다가와 태섭의 뒤에서 물었다.

“그, 뭐냐 색시? 색시한 천재 메이드 부르신 분.”

묵직하고 커다란 덩치, 불타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 심지어 빡빡이. 금방이라도 메뉴판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칠것 같은 기백.
양아치들은 강약약강이라 상대적으로 강해보이는 상대에 겁을 집어먹고 바로 쪼그라들어서는 중얼거렸다.

“아,안불렀는데?…요?”
“뭐냐, 뿅이 불러서 이쪽으로 왔더니, 응? 섭섭이 왜 무릎 굽히고 있어? 어디 불편해?”
“아니. 명헌선배가 불러서 왔다고?”
“엉, 얘네들이 이 천재메이드를 불렀다고 하잖냐. 자, 그래서 주문은 뭐야? 이 천재는 바쁘니까 빨리 말하도록. 뭐냐? 이건 싸잖아! 비싼거 주문해!!사람도 많은게! 인원대로 주문해!새끼들아!”

아까와 같은 태도는 어디갔는지, 양아치들은 백호의 반협박과도 같은 태도에 손가락을 덜덜떨며 비싼 추천메뉴를 여러개 시켰다.

적재적소에 올바르고 빠르게 인원배치, 앞뿐만 아니라, 양옆, 뒤까지 눈이 달린것 같은 시야, 빠른 판단력, 괜히 최고의 포인트 가드가 아니군.

태섭은 명헌의 판단력에 감탄하며 그의 뒷통수를 쳐다봤다. 여기서도 농구코트에서 발휘되는 그 능력에는 배울점이 많다 느꼈다.

한편, 동오는 동오대로 고군분투중이었다. 성실하고 FM대로 정갈하게 움직이는대다가 잘생기고 분위기 있는 용모는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아, 담당하는 테이블이 많았고, 청..순한 메이드 담당은 이중 자신과 태웅뿐이었는데, 알다시피 서태웅은 서비스라고는 얼굴빼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동오는 구석자리에 자리를 잡고 몸을 웅크려서 수면을 취하고 있는 태웅을 힐긋보고 속으로 허허 웃었다. 그래, 잠이 많을 성장기이긴 하지.
근데 왜 하필 지금일까?
생각해보면 북산하고 연관되면 되는일이 없는것 같은데..

“저기요~ 잘생긴 메이드님!”

자신을 부르는거라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쳐 걸어가자, 동오를 부른 여자손님이 볼을 부풀리고 다시한번 소리쳤다.

“거기 키크고 젠틀하고 잘생긴 메이드님!!”

저희 담당해주셨잖아요!
그제서야 동오는 본인이 담당한 테이블에서 나온 목소리임을 깨닫고, 쭈뼛 다가갔다.
잘생긴? 나 말고 여기 잘생긴 애들 많은데.. 정대만이라든가, 서태웅이라든가.

괜히 민망함에 멋쩍게 웃자, 테이블에 있는 여자손님들은 소리를 질렀고, 또 다시 시작된 유죄짓에 멀리서 보고 있던 명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따로 개인번호 좀 주시면 안되나요?”

간절한 소녀의 외침에 동오는 더욱 당황했는지 ‘제,제 번호요?’ 어어? 그게 왜 필요하지? 동오는 허둥지둥 일단 대충 휴지에 제 번호를 긁적이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꼴을 이미 많이 본 명헌과 대만은 쯧 저거 왜 달라고 했는지도 모르고 또 그냥 줬구만 싶었지만 이유를 알려줄 생각은 없었다.

저놈보다 내가 먼저 솔로탈출하는게 목표다! 하지만 이미 학교내에서 잘생긴 또라이 삼인방으로 소문난 그들에게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것이다. 적어도 대학교 내에서는.

어느정도 정리가 되자 명헌은 구석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는 요즘잘자쿨냥이 그 잡채인 서태웅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주변 손님들이 잘생겼다며 들여다 보고 있는 모습에 이내 뒷편에 빈 표지판을 가져와 무언가를 적었다.

‘보는데 1분당 1000원’

차피 일해서 안벌거면 자면서라도 벌라는 지혜였다.
태섭은 뒤에서 뛰어난 명헌에 판단력에 놀란눈으로 감탄했다.

******

오전 타임이 지났을때, 태섭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거 목표 금액은 이미 채웠다.’

하지만 방심할 수 없었다. 아마 저 망할 서태웅, 강백호는 내가 주장인 기간에 또 뒤지게 싸울것이고 또 물품을 부술것이며, 또 내 속을 뒤집어 놓을것이다. 그렇게 오후 장사에 결의를 다지고 있을때였다.

“강백호!!!”
“누훗!! 니,니들 내가 오지 말랬지!!!”
“왁!!!! 진짜다!! 진짜 치마를 입고 있어!!!”
“와하하하하하하!!!”

강백호의 친구들인 일명 백호군단들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요란스럽게 들어왔다.
백호는 누,누!! 거리며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크아악! 소리를 지르며 쿵쾅거렸고, 짧은 치마를 입고 화를 내고 있는 꼴이 웃겼는지 더욱 웃음을 크게 터트렸다.

당연히 자리에 앉아 테이블 서버 담당을 백호로 지정한 놈들은 바로 박치기를 한번씩 당했고, 그제서야 요란스런 잡음이 좀 줄어들었다.

“이익..! 빨리 시키기나 해! 이것들아!!”
“여기 메이드가 너무 불친절해요!”
“너무 난폭해요!”
“시끄러엇!!!”

다들 백호를 놀리기 바쁠때 호열은 나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애들은 진정시켰다.

“얘들아, 그만놀리자. 뭐 먹을래?”
“음, 백호야. 여기 뭐가 맛있냐?”
“눗?”

안그래도 점심쯤이라 배고프겠다 날 놀려먹은 이놈들, 돈이나 많이써라 싶은 백호가 가장 비싼 메뉴 중 하나인 ‘무거운 하트시그널’과 ‘냥냥 오므라이스’를 추천했다.

“아 맞다. 이 몸이 담당하는 테이블이니, ‘냥냥 오므라이스’가 아니라 음… 새,섹시한.. 뭐냐 그거 시켜라.”

지가 말하면서도 민망한지 말꼬리를 흐린 백호가 가리킨 메뉴에 정식 이름은 ‘섹시한 천재 파르페’였다.
평소에 자칭 천재라고 소리치는 백호가 드물게 민망하게 천재라고 외치지 않은 순간이었다.

백호가 주문을 받고 자리를 벗어나자, 호열은 한숨을 깊게 쉬었고, 구식과 대남은 낄낄거리며 호열을 바라보았다.

“아, 눈물나게 웃었네. 하여간 백호녀석 꼭 이렇게 웃음을 준다니까.”
“귀엽긴 한데..”
“옷이 터질라한다.큭큭.”
“너무 야한거 아니냐.”

으으. 누가봐도 우스꽝스런 모습을 귀엽고 야한 모습이라고 하는 호열에 질린얼굴로 용팔이 쳐다봤고, 나머지 놈들은 익숙한지 해당멘트를 무시하고 본인들끼리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백호가 메뉴를 양손 가득 들고 테이블로 다가왔고, 슥 놈들의 무릎쪽을 바라보았다.
불길한 예감에 가까이 있던 대남이 호열의 의자를 뒤로 빼어 공간을 확보하였고, 뭔 레드티라노 그 잡채인 덩치 큰 짐승 하나가 호열의 무릎위로 주저 앉았다.

“!!!!!”

백호의 엉덩이가 정통으로 호열의 허벅지를 강타했고, 그 호열조차도 꼴사납게 비명을 지를 뻔했으나, 기백으로 참아냈다.

“배,백호야. 왜,왜 주저앉는거야?응?”
“호열아, 너 입에서 피나와.”

다만 이 상황자체가 다른의미로 많이 곤란해서 말을 더듬었고, 옆에 있던 대남과 구식이 지금만큼은 걱정스런 얼굴로 안색을 살폈다.

“무거운 러브시그널?인가 뭐시긴가. 시켰잖냐.”

아무렇지도 않게 메뉴판에 있는 설명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에는 아래와 같이 써 있었다.
‘담당메이드가 무릎에 앉아 직접 음식을 먹여주는 스페셜 코스’
뭔 미친, 83키로짜리 티라노 메이드를 무릎에 앉히고 밥을 먹으라고? 벌칙이냐.

무시무시한 메뉴에 대남과 구식, 용팔이 하얗게 질린채 땀을 흘리는 동안 백호는 그저 침을 한번 삼키고 밥을 수저로 퍼서 호열을 바라볼 뿐이었다.

‘손님이 먼저 먹고 그 다음에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고 먹는거다 뿅.’

“아아~”
“으,으응?”
“입 벌리라고. 아앙~”

남들이 보면 살벌하기 그지없는 애교에 당황하며 호열은 귓가까지 벌겋게 물들어서 입을 자그마하게 벌렸다. 그것을 빈틈으로 보고 백호는 수저를 호열의 입에 쑤셔 넣었고, 대충 입에 넣은채로 제대로 씹지도 못하고 물고 있는데, 백호가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나도 한입 먹어도 되냐.”
“우,우움! 당연하지!”

호열은 자신이 똑같이 먹여줘야 하는줄 알고 백호의 손에서 수저를 빼앗아 한뭉태기 음식을 떠서는 백호에게 내밀었다.

“누,눗? 그, 내가 먹을 수 있는.. 아,아니다.”

이 순간만큼은 백호도 당황했으나, 식욕에 저버려서 그대로 입을 크게 앙 벌려 수저를 삼켰다.
고소한 밥과 짭잘하고 달달한 오므라이스 계란에 기분이 좋아진 백호는 방긋방긋 웃으며 호열에게서 수저를 빼앗아 다시 내밀었다.

갑자기 변해버린 러브러브한 분위기에 대남과 구식, 용팔은 짜게 식어서 기분이 더러워졌다.
안그래도 맨날 옥상에서도 이 꼬라지 봐서 기분이 뭣같은데, 이꼴 보려고 여기까지 왔나.시발.

너 한입 나 한입하는 꼴 그만보고 싶은 대남은 제 앞에 있는 파르페를 한입 가져다 삼키려고 했고, 뒷통수에도 눈이 달린 백호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잠깐! 아직 연유 안뿌렸어!”

제대로 명헌이에게 훈련을 받은 백호는 ‘기다려’를 외치고 옆에 두었던 연유통을 집어들었다.

이거 뿌리면 더 맛있으니까..! 팔뚝에 핏줄이 솟도록 꾸욱 쥐어짠 연유통은 뚜껑이 굳었는지 잘 나오지 않았고, 다른 친구들이 말리기도 전에 당연히 팍하고 이곳저곳 터져나왔다.

하얗고 끈적한 액체는 딱맞다 못해 터지기 일보직전인 가슴팍과 얼굴 치마 허벅지에 튀어 엉망이 되었지만 어찌되었건 파르페는 완성되었다.

“윽..! 다 튀었네. 하여간 이 천재를 감당하기엔 통이 약하다니까. 이제 먹어라.”

아,아니. 그 호열이 숨 넘어가기 일보직전인데.. 백호야? 엉? 차마 꺼내지 못한 말들이 입안에서 흩어졌고, 백호는 제 커다란 엉덩이에 비해 작은 면적인 호열의 무릎이 불편한지 엉덩이를 부비며 안쪽으로 밀착하였고, 양호열은 그러니까. 딱 죽을 맛이었다.

“호여라아~ 나 배고프다. 빨리 한입만!”

하얀액체를 얼굴에 묻힌채로 무릎에서 조르는 강백호.
…시발, 죽을것 같다. 피가 한쪽으로 몰리는 감각을 참아내는 인내심에 머리가 터질것 같았고 곧 코 안쪽으로 뭔가가 터지는 느낌이 났다.

“어?어어! 야,양호열 코피난다!!”
“누,누눗! 휴,휴지!!”

테이블에서는 크게 소란이 일었다.

*********

코를 휴지로 틀어막고 나가는 호열이 태섭을 슬쩍 불렀고, 태섭은 얼굴에 물음표를 띄운채로 다가갔다.

“선배. 돈은 제가 다 낼테니까, 백호한테 이 메뉴랑 이메뉴는 빼주시겠어요?”
“응?”
“부탁드립니다.”

부탁이 아니라 협박 같은데.. 살벌한 눈빛에, 태섭이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고, 호열은 넉넉하다 못해 넘치게 돈을 지불하고 밖으로 나갔다.

뭔 기백이. 순간 주머니에 손 넣을 뻔했네.

태섭은 땀을 슬쩍 닦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어쨌든 한시간 후면 장사 종료다. 또 이상한 일은 없겠지.

“엉? 고릴라!!안경선배?!”

백호의 커다란 소리침과 함께 그리운 얼굴들이 등장해 태섭은 소리를 지를 뻔했다.

“주,주장..! 준호선배..!”

졸업하고도, 여전히 주장이라 호칭하는것이 익숙한 태섭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고, 치수는 치마입은 애들 꼬라지를 보고 한숨을 참았다가 구석에 있는 대만이를 보고는 인상을 와락 구겼다.

“저놈은 왜 저 꼴로…”
“윽, 치수 니가 왜 여길 온거냐.. 준호까지..”
“하하. 축제때 돈 번다고 들어서 도와주려고 왔는데.. 설마 메이드카페일 줄은 몰랐어.”

치수와 준호는 이전 1학년때보다도 열악해진 환경에 후배들이 안쓰러워,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고자 잠시 들렀는데.. 입구부터 핑크핑크 아기자기한 공간에 한번 경악하고, 커다란 문짝만한 놈들이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꼬라지에 저절로 말문이 막혔다.
북산이 망하게 생겼다더니. 이런식으로 망할 줄은 몰랐는데.
태섭의 울망한 눈빛을 보고 서서히 다가간 치수가 어깨를 툭툭치며 격려했다.

북산의 주장에 무게란 이런것이다. 그동안 고생 많았구나.

여러 의미가 담겨있는 그 행동에 태섭은 순간 울컥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백호는 옆에서 고릴이다! 그저 신이나서 빵긋빵긋 웃고 있었고, 재밌는 일이 일어나면 어느새 깨어있는 태웅도 서서히 다가와 고개를 푹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태웅은 하루종일 얼마나 꿀잠을 잤는지 얼굴이 빤지르르 빛이났다.

“그런데..”

그에 비해 남의 농구부 도와주다가 핏기와 생기가 사라진 동오와 묘하게 삐뇽..하고 헬슥해진 명헌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마주한것이 윈터컵 이후이기에 치수는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고 대만을 바라봤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다 이 나잇값 못하는 북산의 골치거리 때문에 휘말린 거겠지 싶었다.

“나,나 아냐!! 얘네가 스스로 도와준다고 한거다?”
“재밌을것 같아서. 뿅.”
“…난 아니었는데.”

동오가 중얼거렸으나, 아무도 듣는척도 하지않아 더더욱 서글퍼졌다.
이제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보는데 내용이 순 알아먹을 수 없는 것이라 치수는 머릿속으로 물음표를 띄우고 준호를 바라봤다.

“하하. 치수야 나도 안가봐서 몰라.”
“대충 그냥 제일 비싼거 두개 가져와라.”

치수가 태섭에게 메뉴판을 건네며 이야기를 하자, 태섭은 하얗게 얼굴이 질려서, 진짜 시킬거냐고 재차 물었고, 뭐가 문제냐는 것처럼 태섭을 쳐다보았다.
어차피 후배들 매상 올려주려고 온건데.

그때부터 뒤쪽에서 나름의 토론이 열렸다.

“고릴라, 위에 누가 앉아? 나 맞기싫어!”
“야!강백호 넌..!이제 앉으면 안돼. 대만선배로 가자.”
“윽! 채치수는 내가 앉으면 바로 팰걸? 그나마 가벼운 태섭이 앉히자.”
“저, 이제 주장이거든요? 나름 주장에 무게가 있어요.”
“맞아, 섭섭이 이제 주장이라고! 무거운게 맞아!”
“그, 무게가 그 무게가 아니지 않냐.”
“그,그럼 서태웅 앉혀.”
“…앉아서 자도 되나요.”
“얌마!”

아예 어색한 사람을 앉히는게 어때? 북산놈들의 눈빛이 동오와 명헌에게 쏠리자, 대만이의 엉뚱한 짓에 어느정도 적응한 놈들이 재빠르게 시선을 피해 시야를 벗어났다.

“야아! 그럼 누가 앉냐고!”
“저어.. 제가 앉을까요?”

그때, 조용히 있던 달재가 중얼거렸고, 다들 희망을 본것처럼 고개를 마구 끄덕거렸다.
달재라면 화도 안내고 쥐어박지도 않을것이다.
북산의 마지막 정상인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곧 이어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달재는 오늘 그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하게, 에이스처럼 부드러운 서비스를 보였다.
치수의 무릎에 달재가 살포시 앉자, 옆에 있는 준호가 음식을 뱉을 뻔하며, 메뉴판을 들여다 보았고, 곧 그 행동이 음식에 포함된 서비스임을 눈치챘다. 하지만 그도 북산이기에 당황하는 치수를 웃으며 지켜봤다.

“..효도하는거 같지 않냐.”
“달재야…고마워…”
“고릴라, 땀흘리는거 같은데.”
“호오..”

다른 놈들이라면 바로 쥐어박아서 ‘니 서비스는 경박해!!’를 외쳤을 치수가 얌전하게 내미는 음식을 받아 먹는것을 보고 새삼 강강약약이 무엇인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

“와 매출봐!!!”

뭔 돈귀신이 붙은 사람 마냥 태섭이 신나서 외쳤고, 오늘하루 고생한것을 떠올리며 다른 부원들도 눈물을 찔끔 흘렸다.
이걸로 적어도 저 악마같은 놈들이 3번은 골대부숴먹어도 괜찮다!

“고생 많았다.뿅.”
“수고했어.”

다정한 인사와 특이한 말투에 곧장 시선이 북산의 위기에 큰 도움을 준 명헌과 동오에게로 돌아갔다.
태섭은 약간은 멋쩍은 얼굴로 뺨을 살짝 물들이고, 고개를 숙였고, 나머지 놈들도 눈치는 있는지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오늘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들.”
“산양, 고맙다. 나중에 이 빚은 갚을게!”
“…감사합니다.”

그 모습에 대만이 뒤에서 나는?을 몇번 외쳤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쨌든 북산, 농구부의 메이드 카페는 축제의 큰 화재가 되었고, 매년 열리는 전통같은 관습으로 자리매김 했다.

+보너스

돌아가는 길 고된 노동이지만 뿌듯한 대만은 동오와 명헌을 바라보며 부끄럽지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생각해보면 전혀 상관이 없는 제 후배들을 도와줬으니, 녀석들 진짜 착하다고 생각하며 쳐다보는데, 명헌의 손에 무언가가 들려있는게 눈에 띄었다.

“그건 뭐냐.”
“그러게..? 명헌아. 그건 뭐야?”
“녹음기다.뿅.”

녹음기? 둘다 의문감에 고개를 살짝 기울이자, 명헌이 손가락으로 달칵 기계를 눌렀다.

-산양, 고맙다. 나중에 이 빚은 갚을게!
“야! 이건..!”

정확하게 녹음된 백호의 목소리.
그것을 끝으로 씨익 올라가는 입꼬리와 함께 명헌이 대만과 동오에게 말했다.

“우리 오늘부터 금주령 풀어도 된다.뿅.”

술을 마셔서 사고쳐도 수습해줄 노예가 무려 네명.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걸 아마 북산후배들도 제대로 배울 것이다.


약호열백호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