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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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귄지 아직 얼마 안된 시점의 탱댐,,, 나이는 고2 서태웅 x 대1 정대만 정도
아직 휴대폰도 없고 삐삐...나 그나마 좀 보급되기 시작하는 시점이라 우리 언제 어디서 몇 시에 만나자는 약속이 현대보다 훨씬 그 무게가 중요했던 그런 시절
연하 남친이 형네 대학교 구경해보고 싶어요- 하고 반짝반짝한 눈으로 처다보던 걸 기억한 정대만. 이제 한창 새내기로 바빴던 시기는 지나가서 여유도 좀 생겼겠다, 이번 주 금요일에 하교하고 울 학교로 오라고 ㅋㅋㅋㅋ 같이 캠퍼스 한 바퀴 구경하고 맛있는 거 먹고 자기 자취방에서 자고 주말에 돌아가면 되겠다며 애기 꼬심
태웅이는 당연히 알겠다고. 금요일에 수업 끝나자마자 달려가겠다고 순하게 고개 끄덕끄덕하겠지.
졸업 후에도 아직 고딩인 남친을 배려해서 주로 대만이가 북산고로 가면 갔지 태웅이가 온 적은 없었기 때문에 정대만 엄청 신났음. 금요일에 서태웅이 온다? 그러면 월요일부터 설레는 게 당연하잖아 ㅠㅠ
얘 오면 뭐 먹이지? 아 그 때 그 선배랑 갔던 그 고깃집은... 음. 밑반찬 라인업이 별로야. 아 그러면 그 파스타집은? 생각해보니 얘랑 아직 그런 데 못가보긴 했네 맨날 만나면 왕옹왕하고 덮밥 같은 거나 조지러 가서 ㅋㅋㅋㅋ
등등 태웅이 오면 어디어디 데리고 놀러갈까나 두근두근 계획 세우고 있던 증대만. 그런데 막상 약속한 날 당일이 되니 한 시간을 기다리고 두 시간을 기다려도 애가 안옴 ㅠㅠㅠㅠㅠㅠ 얘 수업 끝나는 시간을 뻔히 알고 있는데, 아무리 카나가와에서 도쿄로 넘어오는 이동 시간을 고려해도 너무 늦는거임;;
원래는 정문 쪽에서 서서 기다리다가ㅋㅋㅋㅋㅋ 애인 만난다고 오랜만에 후줄근한 츄리닝이 아니라 이쁘고 깔쌈하게 잘 차려입은 새내기 남대생이 설레여 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서있다? 걍 먹잇감임. 남자고 여자고 안가리고 다가와서는 이 학교 학생이냐고, 자기도 같은 재학생인데 혹시 어느 과냐 이름이 뭐냐 오지게 플러팅이나 해대는거임
계속 다가오는 사람들이 귀찮아진 정대만,, 정문쪽이 잘 보이는 가까운 카페로 피신해서는 창가석에 앉아서 또 하염없이 서탱 기다리는데 ㅠㅠㅠㅠㅠ 이제 해도 뉘엿뉘엿 들어가버리고 걍 저녁됨... 뭐야; 무슨 일 있나?
이쯤되면 이제 슬슬 바람 맞혀진 상황이 짜증나기 보다는 혹시 애기한테 뭔 일 생겼나 싶어서 걱정이 되는 거지. 공중 전화 가서 북산고 행정실에다 지금 농구부 학생들 아직 하교 전인 건가요? 하고 전화라도 해봐야 하나 싶어서 초조해지던 참에 멀리서 누가 봐도 제 남자인 길고 탄탄한 인영이 헐레벌떡 뛰어오는 모습이 포착됨
"야 서태웅!!!!"
너 왜 이제와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늦어서 미안해요 선배..."
거의 네시간에 가까운 기다림 끝에 겨우 만나게 된 연하 남친 짤짤 흔들면서 칭얼거리는 정대만ㅋㅋㅋㅋㅋㅋ 애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는데 지금 정대만의 눈에 그런 건 보이지 않음 그냥 걱정하느라 심장 철렁였던 본인 감정에 취해서 태웅이 얼굴은 안보이는 상태
"하 태웅아. 입장 바꿔서 생각해봐라. 너 저번에 눈 펑펑 오는 날에 두 시간 넘게 밖에 서서 나 기다릴 때 무슨 심정이었어?! 오늘 내 기분 이 딱..!"
"보고싶었어요."
"ㅁ...뭐?"
"그 날, 눈 맞으면서 선배 기다렸던 날 기분이 어땠냐면서요. 그 때 형 보고싶었어요. 정말 많이..."
그리고 오늘도.
저 날 서태웅 무식하게 눈 다 맞으면서 정대만 기다리느라 결국 감기도 걸렸었단말야 ㅠㅠ 물론 세상 혈기 넘치고 건강한 고딩이라 이틀만에 낫긴 했지만....
하여간 담담하게 눈 마주쳐오면서 한다는 말이 니가 날 몇 시간이고 바람 맞혀도 네게 화 나기는 커녕 보고싶기만 하다는 직진 연하남한테 뭔 소리를 더 하겠음? 설레서 심장 쿵쾅거리는 거 애써 손바닥으로 누르면서 가슴 진정시키려고 노력하기 바쁜 정대만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엄청 붉어졌던 선배의 얼굴이 차츰 가라앉는 걸 확인한 서태웅.. 조심스레 본인이 늦은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함.
"미안해요, 선배. 오늘 쇼난선 철로에 문제가 있다고 기차가 죄다 취소가 돼서..."
"뭐??? 기차가 취소돼?? 그럼 너 여긴 어떻게 온건데?"
설마....
"오늘 안에 재개될 것 같지가 않길래 그냥 자전거 타고 왔어요."
하 시발 돌겠다... 기차를 타도 한참 걸리는 거리를 자전거로???? 와 이게 고딩의 패기인가;
"아니 넌...! 이런 경우면 그냥 오지 말았어야지 누가 그렇게 무식하게 그 먼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오냐 ㅠㅠㅠㅠ"
"형 보고싶으니까. 우리 오늘 만나기로 약속했었잖아요."
땀 뻘뻘 흘리면서 그래도 형 얼굴 봐서 좋다고 예쁘게 웃는 태웅이를 바라보며 심장 짜르르 울리는 정대만. 안되겠다 얜 내가 절대로 안 놓고 평생 옆에 끼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날이 됨.
슬램덩크
태웅대만
탱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