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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1 13:25
태웅이 고백 받아들인거 보고 싶다 

대만이 평소에 태웅이 농구 실력으로는 일찌감치 인정했겠지. 질투, 부러움 이런것도 없었음. 대만이 농구에 한해서는 정말 성숙해서 인정할 건 인정하고 자기는 자기 나름대로의 발전과 특기를 더 닦아나가면 된다고 생각했겠지. 그렇지만 인기면에서는 조금 달랐으면 좋겠다. 맨날 사람들이 와서 얼굴 붉히며 응원하고 3학년 반에서조차 1학년 서태웅 잘생겼다는 소리도 듣고 그러다보니 자기도 중학교 때는 나름 인기 있었는데, 아니 저 무뚝뚝하고 사교성 없는 놈이 뭐가 좋다고, 뭐 잘생기긴 했다만.. 등등 부러움 조금, 질투 조금, 인정 조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음. 
그래서 어느날 갑자기 대만을 따로 불러낸 태웅이 좋아한다고 고백했을 때 응? 그 서태웅이 날? 왜? 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지만 그 인기 많은 애가 자기를 좋아한다니, 그렇게 많은 애들이 사귀고 싶어하는 애가 나랑 사귀고 싶다네? 라는 뭔가 어깨 으쓱해지는 철없는 마음에 마음 받아줬으면 좋겠다. 물론 당황함도 있어서 좀 충동적으로 대답한거여서 집에 돌아가서 아 미쳤지 내가 다음날 가서 미안하다고 해야겠다라고 생각함. 그렇게 다음날 부활동 때 틈틈히 서태웅에게 단독으로 말할 기회를 노리느라 태웅이 주시하는데 문득 한나가 태웅이 오늘 좀 기운 없다고 걱정하는 소리와 그 말에 태웅이가 좀 늦게 잤다고 하는 말을 듣겠지. 대만이 설마 자기 때문인가 싶어서 양심에 너무 찔림. 단 둘이 있을 기회는 태웅이가 만듦. 너무 당연하게 원온원 하자고 신청했고 둘이 같이 남아서 연습하는거야 워낙 익숙하니 다른 사람들도 별로 이상하게 보지 않았지. 그렇게 둘이 남아서 농구하다가 집에 갈 때 쯤 대만이는 이때다 싶어서 말하려는데 태웅이가 자전거 자물쇠를 풀더니 타지 않고 끌고 옆에 서는거야. 대만이가 왜 안타? 이러니까 같이 가자는거야. 멀뚱히 서있는 태웅이를 보자니 차마 거기서는 말이 안나와서, 오늘 같이 가다가 헤어지기 직전에 말하고 튀어야 겠다고 생각함.
집까지 같이 가는건가? 부담스러운데, 아 사귀는 사이니까 가는 길에 뭐 손이라도 잡아야 하나? 무슨 얘기하지? 걱정 가득 안고 출발하겠지. 근데 걱정과는 다르게 태웅이는 집까지 가지도 않고 대만이가 타는 버스 정류장까지 같이 간 다음 인사하고 돌아가라. 버스 정류장까지는 멀지 않아서 둘이 걷는데 뭐 별거 있지도 않음. 그냥 대만도 처음에만 어색하게 있다가 도착하자마자 인사하면 사라지는 태웅을 보며 아, 말해야 하는데! 그제서야 아차 싶었지. 그렇지만 이미 태웅이는 멀리 가버렸고.. 그 이후로 몇 번 더 그게 반복되겠지. 딱 잘가라고 인사하기 직전 타이밍을 노리는데 태웅이 누구보다 빠르게 인사하고 갈듯. 오히려 대만이 사귀는 사이면 더 오래 같이 있으려고 해야 하는거 아니야? 의문만 들겠지. 그런데 그거랑 별개로 대만이 이 상황이 점점 불편하지 않아라. 사귄다고 하는데 정말 그냥 선후배였을 때보다 크게 달라지는게 없는거야. 그냥 더 친해진 선후배 사이 같았지. 태웅이 먼저 말을 안할 뿐이지 나름 대만이가 얘기하면 그거 받아주고 또 은근 말도 할때는 잘 하는 나쁘지 않은 대화상대였고. 계속 이것저것 얘기하다보니 태웅이 새로운 면도 알게되니 애가 은근 귀엽고 무뚝뚝한 후배랑 친해졌다라는 생각 들어서 좋아할듯. 그래서 대만은 바보같이 사귄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친해졌다라는 생각으로 어느날부터는 같이 저녁도 먹고 가곤 했겠지. 
그러다가 어느날 새로 오픈한 덮밥집을 갔는데 거기가 양이 엄청 많은거야. 이럴줄 모르고 평소처럼 역시나 4인분을 시켰던 둘은 정말 배 터지게 먹음. 너무 배불러서 도저히 안되겠어서 대만이 그냥 별 생각없이 야, 우리 좀 걷다가자 말함. 둘이 나서서 산책길 걷다보니 대만이 문득 아, 이런적은 한번도 없었네 싶은거야. 솔직히 사귄다는 말이 무색하게 둘은 원온원만 하다가 저녁 가끔 먹고 헤어지는게 다였으니까. 하필 그 날 또 태웅이가 자전거 놓고와서 둘이 걷는데 손이 스치는거 같은거야. 대만이 속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엄청 당황할듯. 그제서야 자기가 얘 고백 받고 이렇게 만나고 있다는걸 새삼 깨달음. 이런 상황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데 아직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아서, 이게 맞나 싶어서 조용히 눈 굴리는데 태웅이 손이 살짝 다가옴. 대만이 당황해서 순간 손을 빠르게 뒤로 빼겠지. 태웅이 멈칫했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게 그냥 걸어감. 그 날 둘이 한적한 산책길을 조용히 걸을듯.
대만이 집에 들어와서 머리통 때리겠지. 한심한고 멍청한 새끼라고 스스로 욕하면서. 자기도 둘이 같이 있는게 편해져서 별 생각이 없어진건데 애초에 이래서는 안되었었지. 내일은 진짜 말해야겠다. 만약 태웅이가 자기 때려도 그냥 한 대는 맞고 있어야지. 이런 생각하며 힘들게 잠들겠지. 다음날 피곤한 몸 이끌고 집 밖에 나서는데 서태웅이 있는거야. 대만이 진짜 놀라서 소리 질러라. 너, 너 왜 여기있어? 하는데 태웅이가 학교도 같이 가면 안되냐고 하겠지. 
아니 너 힘들게 왜, 라고 말꼬리 흐리면 태웅이는 그저 싫어요? 라고만 함. 대만이가 싫은건 아닌데..라고 대답하자마자 그럼 자긴 상관없다고 가자고 하겠지. 둘 다 아침 훈련 일찍부터 시작해서 사람 없는 교정에 조용히 들어설듯. 대만이는 어제 일 생각나서 일단 뭔 말이든 해야할 것 같은데 애가 아침부터 자기 집 앞까지 왔는데 지금은 또 말하는게 아닌거 같고 그러면서 어영부영 넘어갈듯.
아침운동 후 태웅이 건네 준 빵이나 음료수 먹으며 교실에 있으니 문득 태웅이 행동이 너무 마음에 걸리는거야. 자기가 고백 받고 사귀자고 말하니까 정말 흔치않게 놀라던 모습이나, 그 이후 힘들때 꾸준히 옆에서 챙겨주는 거나, 매점에서 인기 많은 대만이가 좋아하는 빵은 또 어떻게 구해서 꼭 챙겨준다거나. 그리고 연습하다가 자기가 잘했다고 하이파이브 하거나 등 툭툭 치니까 다음부터 기다린다거나 처음 저녁도 먹고 가자니까 풀어지던 표정, 자기가 얘기할 때 자기 얼굴 빤히 쳐다보며 열심히 듣던 표정,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이 하교하려던 행동, 그리고 어제 그런 일이 있고도 오늘 아침에 자기 집으로 찾아오는 거 등등.. 생각해보니 너무 간지러워지고 얘는 왜 저 좋다는 사람 많이 냅두고 자기한테 그러는거야, 하면서 붉어진 얼굴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 숙이겠지.
그러고 부활동 오는데 대만이 오히려 태웅이 고백 받아주기 전보다 더 어색하게 굴겠지. 하루종일 서태웅 생각만 하다가 그 행동들과 애정이 자각이 되니까 자기도 너무 부끄럽고 그런거야. 뚝딱거리는 대만이를 유심히 살펴보던 태웅이가 평소처럼 원온원하자고 하자 오늘 일이 있다며 미안하다고 혼자서 빨리 빠져나갈듯. 집에 가니까 엄마가 오늘은 어쩐일로 일찍 왔녜. 생각해보니 최근에 계속 태웅이와 농구하거나 저녁을 먹고 와서 좀 늦었었음. 갑자기 생긴 시간에 침대에 누워있으니 또 온갖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겠지. 태웅이 집에는 잘 들어갔으려나, 저번에 그 라면집 다시 가기로 했는데, 그러고보니 그때 주말에 같이 시내 가기로 하지 않았나? 등.. 생각하다가 자기가 또 서태웅만 생각하는걸 깨닫고 이불 깊숙히 뒤짚어 쓰고 그냥 눈 감을듯. 그리고 그 날 꿈에서 그때의 산책길을 걷다가 태웅이가 손 잡으려고 내밀자 자기가 먼저 태웅이 손 꼭 부여잡는 그런 꿈을 꿈... 일어나자마자 손으로 얼굴 짚고 정대만 멍청한 새끼.. 하면서 스스로 욕하겠지. 원래도 학교 수업 잘 안듣지만 그 날은 정말 아무 수업도 귀에 안들어왔을듯. 나중에 태웅이 만나면 해야 할 이야기를 머리속으로 정리함. 
태웅아 내가 처음에는 좀 우쭐대는 미친 생각으로.. 아니 그니까 너가 잘나긴 헀잖아? 아니 뭐라 하는게 아니라 여튼 그렇게 만난건데 만나다보니 나도 너가 편해지고 좋아진거 같은데.. 뭐? 늦었다고? 
이런식으로 혼자서 머리속에서 드라마 찍으면서 강당으로 감. 그런데 가는 길에 누가 앞을 막아서는거야. 보니까 왠 키 큰 남자애임. 뭐지하면서 올려다보니까 그 애가 무슨 편지 전해주면서 실은 오랫동안 널 봐왔는데.. 뭐 이런소리 할 듯. 대충 무슨 소리인지 알겠어서 고맙지만 미안하다고 말하고 가려는데 갑자기 그 놈이 대만이 안더니 입술을 들이미는거야. 빠른 동작에 당황했지만 대만이도 어디 밀릴 놈은 아니니 이 미친 놈이 하면서 힘 줘서 밀어버리는데 그 뒤로 태웅이 뒷모습이 보임. 아씨, 봤나?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걱정하면서 그 밀쳐진 놈 한대 까고 어디가서 이런짓 또 하면 죽는다고 경고하고 뛰어갈듯. 가보니 다행히 탈의실에 태웅이 혼자 있길래 급하게 태웅아 잠깐, 아까는.. 하는데 태웅이가 먼저 말 끊고 못봤어요 하는거야.
"뭐?"
"못봤어요. 못본거니까 상관없어요."
이러는데 딱봐도 본거야. 대만이 그때 태웅이 표정을 보는데 자기 마음이 다 아프고 화날듯.
"뭘 못 봐? 내가 뭐 말하려는건 줄 알고? 야, 일단 그 새끼는 갑자기 나 껴안은거고 나랑 아무 상관도 없어. 아니, 야, 잠깐 너 사람 때리면 부활동 못한다 내가 이미 때렸어. 그리고 만약 너랑 사귀는 놈이 다른 사람이랑 딴짓하고 가서 때려야지 뭘 못봐. 너 바보야?"
화가나서 내뱉는 말에 태웅이 묵묵히 듣더니 조용히 말하겠지. 선배 자기 안 좋아하는거 안다고. 그냥 예전처럼 같이 농구하고 밥 먹고 가끔 걷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 그것마저 없어지면 슬플거 같아서 그랬다고.
또 한번 들어오는 고백에 이제는 대만이가 말문이 막힘. 
"누, 누가 그래? 내가 너 안좋아한다고?"
"선배 얼굴에 생각 다 티나는거 알아요?"
찔려서 큰 소리를 내자 오히려 너무 당연하다는 말투에 대만은 잠시 생각에 빠짐. 이제와서 과거 얘기 하면서 구구절절 해봤자 자기에게만 불리할게 뻔함. 그래서 그냥 태웅이 얼굴 붙잡으면서 조심스레 입 맞추겠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이런 짓 안해."
얼굴 빨개진 채로 하는 말에 태웅이 처음에는 놀라서 얼어있다가 이내 살짝 웃음. 그 표정 대만이가 넋놓고 보겠지. 
"그럼 좋아하는 사람이랑은 어떤거 까지 하는데요?"
물으면서 다가오는 얼굴에 대만이는 눈 감고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태웅이 목에 팔 두르면서 살짝 입 벌리겠지.. 밖에서 다른 사람 소리 들릴 때까지 서로 떨어지지 않을듯. 

그렇게 둘이 잘 사귀겟지.. 태웅이 순애로 시작되서 대만이 감기는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