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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3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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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왜 내가 내 선부에서 쫓겨다녀야 하는 건데??
강징은 복도를 걷다가 홱 모퉁이를 꺾어 부리나케 집무실로 돌아가며 억울하게 생각했음.
꿈에 나올까 무서운 사건을 겪은 뒤, 강징은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남망기를 피하고 다녔음. -당연하지!
그런데 기가 막힌 사실은, 남망기는 그와 반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거임.
적극적으로 와서 멱살을 잡진 않았지만, 어딘가에서 문득 마주칠 때마다 시선을 붙박아놓은 채 이 편으로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강징은 불에 덴 듯 놀라 줄행랑을 치곤 했음.
전 같으면 가만 있는 남망기의 근처를 얼쩡거리며 일부러 시비를 걸 텐데, 지금은 자존심도 체면도 문제가 아니었음.
몇 차례 이런 일을 당하고 나자 강징은 심각하게 불안해졌음.
고소 남씨 측에선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고 요상한 소문이 나도는 것도 아니니, 그 민망한 사건이 외부로 알려진 건 아닌거 같았어. 그럼 된 거 아닌가? 왜 자꾸 나에게 다가오려는 거야?
강징은 남망기의 거근(ㅅㅂ)을 만지고, 사정시키고, 심지어 얼싸를 당한 기막힌 사실을 잊어버리려고 무진 애를 썼음. 하지만 그가 저리 나오니까 오히려 기억은 시시각각 뚜렷해져만 갔지.
도대체 속을 알 수가 없었음. 내가 제 몸에 손을 댔다고 따지려는 걸까? 강징이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 뿐이었음. 하지만 안 그랬다면 양기가 폭발하며 원단이 크게 상했을 텐데, 그 생각은 하지 않고?
어쨌든 강징은 그 일로 남망기와 옥신각신 따지고 싶지는 않았음. 가능하면 남망기를 영원히 다시 보지 않았으면 했어.
그런데 남망기는 과거보다 더 열심히 각종 모임에 참가하며, 강징을 발견할 때마다 느린 걷기 밖에 못하는 보스몹처럼 다가오려 하는게 아닌가.
...그럼 누가 이기나 보자!
강징은 집무실에 숨어서 이를 악물며, 오기를 세웠음.
하지만 남망기와 당당하게 대면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죽을 때까지 도망을 쳐 주겠다는 소심한 결심이었어.
그러나 남망기의 집념도 보통이 아니었던 모양이라, 결국은 잡히는 날이 오고야 말았지.
무려 운심부지처에서 뜀박질을 시전하는 남망기의 모습을 보고 강징은 이제 끝장이다 싶었음.
다행히 주변에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몸가짐이 해이해질 녀석이 아닌데. 강징은 이제껏 남망기가 경공을 펼쳐 날면 날았지 지상에서 뛰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음. 누구도 본 적이 없을 것 같아서, 사람들에게 말해도 믿지 않을 텐데. 그림으로라도 남겨서 보관하고 싶네. 강징은 오히려 긴장감이 늘어져서 피진을 움켜쥐고 달려오는 남망기를 맞받아보며 망상에 젖어들었음.
그러나 마침내 남망기가 코앞까지 당도하여 집착에 찬 시선과 마주하자 강징은 절로 한쪽발이 움찔거리며 도망치고 싶은 충동이 치밀어올랐음.
그러다가는 무척 억울해졌어...
아니,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니잖아!
그럼 만약 입장이 반대였다면, 네놈은 옥같이 고상한 태도를 유지하려고 내가 병신이 된다 해도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았으렷다?!
이까지 생각한 강징은 그제서야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왔음.
목숨같은 금단을 지켜줬는데 감히 불만을 가지는 거냐고, 꽉막힌 남씨 새끼야!!
겨우 본래의 증오심을 되찾은 강징이 삼독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며 빽 소리를 질렀음.
“뭐야! 왜 자꾸 쫓아와!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남망기는 지그시 강징을 바라보았음. 평소와 같은 엄중한 얼굴에 집념마저 서린 눈이 강징을 주시하자, 강징은 화가 난 상태에서도 왠지 기싸움에 밀리는 느낌이 들었음.
역시 거북하고 거북하고, 또 거북했음.
이건 아니야, 역시 도망치는게 옳다고, 아니 이젠 도망을 가도 쫓아오니까 검을 뽑아서 떨쳐내야겠다고 힘을 모으는데.
남망기가 입을 열었음.
“강만음, 너...”
“무, 뭐?!”
남망기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침착했지만, 강징은 놀라서 말꼬리가 날카로워지며 비명을 지르듯 했음.
그 때 남망기가 뜻밖의 말을 했음.
“내 말액에 손을 댔지?”
“뭐...?”
강징은 잠시 그를 쳐다보다가 삼독을 쥔 손이 스르르 풀렸음.
...뭐라고?
남망기는 그 말을 끝으로 무척 추궁하는 듯한 눈빛으로 강징을 주시했음.
강징은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음.
아니...
...너 지금, 네 거기가 아니라...
라는 말은 속으로만 삼키고, 그 다음 말을 내뱉았음.
“......말액에 손을 댔다고 이러는 거야???”
그러자 지체없는 답이 돌아왔음.
“고소 남씨의 말액에 손을 대도 좋은 사람은 오직 반려자 뿐이다.”
이까지 들었지만, 강징은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음.
정확한 의미는 몰라도, 고소 남씨가 말액을 중요시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 그래서 강징은 결국 남망기가 따지고 싶은 거였구나 하고 생각했음.
강징은 남망기와 다투던 평소 포지션을 되찾은 느낌에 턱을 세우고 배를 내밀었음.
“그래서? 그 때는 어쩔 수 없었잖아? 예외라고 생각해!”
“예외는 절대로 없다!”
아니면 어쩔 거야? 하고 으름장을 놓던 강징은 별안간 남망기가 서릿발처럼 외치는 서슬에 입이 딱 벌어졌음.
이제 남망기는 원수라도 보는 것처럼 양미간에 힘을 주고 강징을 노려보고 있었음.
이제껏 간도 크게 그에게 시비를 털어대던 인간은 강징 뿐이었지만, 그도 남망기가 대놓고 화를 내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어.
참으로 보기 드문 함광군의 분노를 대하면 누구든 두려움에 떨겠지만, 강징은 그냥 어처구니가 없었음.
우겨댄다고 뭐가 되나?
이미 손대버렸는데.
설마 나를 죽여 없애서 없던 일로 만들겠단 뜻은 아니겠지?
강징은 영 말도 안 되는 쪽으로 상상이 뻗었지만 평소 남망기의 행적이며, 꼬장꼬장한 고집, 가규에 대한 집착을 떠올려 보면 혹시나 싶은 불안감이 없는 것도 아니었음.
강징은 남망기의 전신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기운을 해석할 수 없어 한 발을 뒤로 물리며 스르르 삼독을 뽑아내었음.
“...남망기. 어리석은 짓 하지 마라.”
그는 남망기가 정말로 덤벼들어 올까봐 사실은 겁이 났음. 그가 저보다 강하다는 사실도 이미 확인한 바 있으니까...
강징은 검을 뽑은 채로 곁눈짓을 하며, 전투가 일어나면 몇 합을 주고받는 체 얼른 운심부지처 안으로 도망쳐야겠다고 벼르다가 또 곤란에 빠졌음. 사람들의 시선으로 남망기의 검을 막으면 목숨은 건지겠지만, 제가 그의 삐...를 주물럭댔단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질 게 아닌가?
무척 난감해진 강징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남망기가 내뱉은 말이 어수선한 갈등들을 벼락처럼 내리쪼개버렸음.
“그러니까. 너는 나의 도려가 되어야 한다.”
망기강징 강징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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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내 선부에서 쫓겨다녀야 하는 건데??
강징은 복도를 걷다가 홱 모퉁이를 꺾어 부리나케 집무실로 돌아가며 억울하게 생각했음.
꿈에 나올까 무서운 사건을 겪은 뒤, 강징은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남망기를 피하고 다녔음. -당연하지!
그런데 기가 막힌 사실은, 남망기는 그와 반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거임.
적극적으로 와서 멱살을 잡진 않았지만, 어딘가에서 문득 마주칠 때마다 시선을 붙박아놓은 채 이 편으로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강징은 불에 덴 듯 놀라 줄행랑을 치곤 했음.
전 같으면 가만 있는 남망기의 근처를 얼쩡거리며 일부러 시비를 걸 텐데, 지금은 자존심도 체면도 문제가 아니었음.
몇 차례 이런 일을 당하고 나자 강징은 심각하게 불안해졌음.
고소 남씨 측에선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고 요상한 소문이 나도는 것도 아니니, 그 민망한 사건이 외부로 알려진 건 아닌거 같았어. 그럼 된 거 아닌가? 왜 자꾸 나에게 다가오려는 거야?
강징은 남망기의 거근(ㅅㅂ)을 만지고, 사정시키고, 심지어 얼싸를 당한 기막힌 사실을 잊어버리려고 무진 애를 썼음. 하지만 그가 저리 나오니까 오히려 기억은 시시각각 뚜렷해져만 갔지.
도대체 속을 알 수가 없었음. 내가 제 몸에 손을 댔다고 따지려는 걸까? 강징이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 뿐이었음. 하지만 안 그랬다면 양기가 폭발하며 원단이 크게 상했을 텐데, 그 생각은 하지 않고?
어쨌든 강징은 그 일로 남망기와 옥신각신 따지고 싶지는 않았음. 가능하면 남망기를 영원히 다시 보지 않았으면 했어.
그런데 남망기는 과거보다 더 열심히 각종 모임에 참가하며, 강징을 발견할 때마다 느린 걷기 밖에 못하는 보스몹처럼 다가오려 하는게 아닌가.
...그럼 누가 이기나 보자!
강징은 집무실에 숨어서 이를 악물며, 오기를 세웠음.
하지만 남망기와 당당하게 대면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죽을 때까지 도망을 쳐 주겠다는 소심한 결심이었어.
그러나 남망기의 집념도 보통이 아니었던 모양이라, 결국은 잡히는 날이 오고야 말았지.
무려 운심부지처에서 뜀박질을 시전하는 남망기의 모습을 보고 강징은 이제 끝장이다 싶었음.
다행히 주변에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몸가짐이 해이해질 녀석이 아닌데. 강징은 이제껏 남망기가 경공을 펼쳐 날면 날았지 지상에서 뛰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음. 누구도 본 적이 없을 것 같아서, 사람들에게 말해도 믿지 않을 텐데. 그림으로라도 남겨서 보관하고 싶네. 강징은 오히려 긴장감이 늘어져서 피진을 움켜쥐고 달려오는 남망기를 맞받아보며 망상에 젖어들었음.
그러나 마침내 남망기가 코앞까지 당도하여 집착에 찬 시선과 마주하자 강징은 절로 한쪽발이 움찔거리며 도망치고 싶은 충동이 치밀어올랐음.
그러다가는 무척 억울해졌어...
아니,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니잖아!
그럼 만약 입장이 반대였다면, 네놈은 옥같이 고상한 태도를 유지하려고 내가 병신이 된다 해도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았으렷다?!
이까지 생각한 강징은 그제서야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왔음.
목숨같은 금단을 지켜줬는데 감히 불만을 가지는 거냐고, 꽉막힌 남씨 새끼야!!
겨우 본래의 증오심을 되찾은 강징이 삼독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며 빽 소리를 질렀음.
“뭐야! 왜 자꾸 쫓아와!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남망기는 지그시 강징을 바라보았음. 평소와 같은 엄중한 얼굴에 집념마저 서린 눈이 강징을 주시하자, 강징은 화가 난 상태에서도 왠지 기싸움에 밀리는 느낌이 들었음.
역시 거북하고 거북하고, 또 거북했음.
이건 아니야, 역시 도망치는게 옳다고, 아니 이젠 도망을 가도 쫓아오니까 검을 뽑아서 떨쳐내야겠다고 힘을 모으는데.
남망기가 입을 열었음.
“강만음, 너...”
“무, 뭐?!”
남망기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침착했지만, 강징은 놀라서 말꼬리가 날카로워지며 비명을 지르듯 했음.
그 때 남망기가 뜻밖의 말을 했음.
“내 말액에 손을 댔지?”
“뭐...?”
강징은 잠시 그를 쳐다보다가 삼독을 쥔 손이 스르르 풀렸음.
...뭐라고?
남망기는 그 말을 끝으로 무척 추궁하는 듯한 눈빛으로 강징을 주시했음.
강징은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음.
아니...
...너 지금, 네 거기가 아니라...
라는 말은 속으로만 삼키고, 그 다음 말을 내뱉았음.
“......말액에 손을 댔다고 이러는 거야???”
그러자 지체없는 답이 돌아왔음.
“고소 남씨의 말액에 손을 대도 좋은 사람은 오직 반려자 뿐이다.”
이까지 들었지만, 강징은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음.
정확한 의미는 몰라도, 고소 남씨가 말액을 중요시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 그래서 강징은 결국 남망기가 따지고 싶은 거였구나 하고 생각했음.
강징은 남망기와 다투던 평소 포지션을 되찾은 느낌에 턱을 세우고 배를 내밀었음.
“그래서? 그 때는 어쩔 수 없었잖아? 예외라고 생각해!”
“예외는 절대로 없다!”
아니면 어쩔 거야? 하고 으름장을 놓던 강징은 별안간 남망기가 서릿발처럼 외치는 서슬에 입이 딱 벌어졌음.
이제 남망기는 원수라도 보는 것처럼 양미간에 힘을 주고 강징을 노려보고 있었음.
이제껏 간도 크게 그에게 시비를 털어대던 인간은 강징 뿐이었지만, 그도 남망기가 대놓고 화를 내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어.
참으로 보기 드문 함광군의 분노를 대하면 누구든 두려움에 떨겠지만, 강징은 그냥 어처구니가 없었음.
우겨댄다고 뭐가 되나?
이미 손대버렸는데.
설마 나를 죽여 없애서 없던 일로 만들겠단 뜻은 아니겠지?
강징은 영 말도 안 되는 쪽으로 상상이 뻗었지만 평소 남망기의 행적이며, 꼬장꼬장한 고집, 가규에 대한 집착을 떠올려 보면 혹시나 싶은 불안감이 없는 것도 아니었음.
강징은 남망기의 전신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기운을 해석할 수 없어 한 발을 뒤로 물리며 스르르 삼독을 뽑아내었음.
“...남망기. 어리석은 짓 하지 마라.”
그는 남망기가 정말로 덤벼들어 올까봐 사실은 겁이 났음. 그가 저보다 강하다는 사실도 이미 확인한 바 있으니까...
강징은 검을 뽑은 채로 곁눈짓을 하며, 전투가 일어나면 몇 합을 주고받는 체 얼른 운심부지처 안으로 도망쳐야겠다고 벼르다가 또 곤란에 빠졌음. 사람들의 시선으로 남망기의 검을 막으면 목숨은 건지겠지만, 제가 그의 삐...를 주물럭댔단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질 게 아닌가?
무척 난감해진 강징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남망기가 내뱉은 말이 어수선한 갈등들을 벼락처럼 내리쪼개버렸음.
“그러니까. 너는 나의 도려가 되어야 한다.”
망기강징 강징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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