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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8 22:27
늘 자기 감정에 투리구슬인 정대만이 그거는 티 안낼거같음..


재활 성공하긴 했는데 여전히 날 꾸리꾸리 하면 묘하게 다리 느낌이 좀 무겁고 비 많이 오는 날은 욱씬거리겠지.

대만이 2년이나 그랬으니 익숙해질만도 한데 여전히 무릎 관련해선 한없이 불안하고 겁을 먹게 되는거야. 그래서 롱게시절에도 괜히 비오는 날은 무릎 욱씬거리는 느낌이 무서워서 다리 더 끌고다녔는데 농구 복귀하고 여름에 장마기간 되니 훈련 자체를 꺼려했을 듯.

안그래도 태섭이 인터하이 직후로 주장 달아서 빠릿빠릿 의욕만땅 상태인데 정대만이 딱히 별 이유도 없이 농땡이를 피우는 것 같은거지. 태섭이 눈썹 짝짝이 돼선 벌써 초심 잃은거냐며 툭툭 말로 찔러보기도 하는데 대만이 반응이 묘하게 신경질적임.
처음엔 '아니 저인간이 진짜...ㅂㄷㅂㄷ' 이었는데 여름 장마가 길어짐서 계속 묘하게 텐션도 떨어져 있으니 '저 형 뭔 일 있나..?' 싶은거.



대만이도 나름 엄청 예민해진 상태일듯..무릎은 평소랑 느낌이 다른데 재활 이후로 이런 상태에서 훈련을 해본 적이 없고 다리 불편함 걷는것도 조심했었으니까.
무서워서 처음 느낌 이상했던 날 병원도 가봤는데 별 문제는 없었고 그냥 복귀함서 안쓰던 다리 써서 그런거같다 함.(병원에서 비와서 아픈거라하진 않으니)
그래서 셀프로 다리 느낌 이상하면 훈련 안하고 집가서 다리 재활했을 때 썼던 기구 같은거 다시 해봤을듯..와중에도 혼자 불안해서 하루종일 손톱 물어뜯고있고ㅠ

근데 본격적으로 장마기간이 되니 무릎 이상하다고 훈련을 빼기엔 무리가 있었고 태섭이도 한소리 하기도 했고 대만이 스스로도 이건 그냥 비와서 그런거다..별거 아니다...다독이면서 괜찮은 척 훈련하겠지.


하지만 원래 신경쓰고 뻣뻣할수록 사고는 나기 마련이라 차라리 신경 안쓰고 평소처럼 운동했음 되는거 대만이가 괜히 예민해져서 신경 곤두세우고 있다가 연습경기중에 삐끗해서 콰당탕 넘어진거지. 다들 꽤 큰 소리에 헉 하고 돌아봤고 훈련 중단됨. 1학년들 후다닥 다가가서 선배 괜찮냐고 부축하는데 대만이가 "어어..괜찮아. 그냥 넘어진거야." 라고는 하는데 안색이 파리해.

달재가 그래도 보건실 갔다오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했고 태섭이도 상황 보더니 달재 말이 맞다고 얼른 다녀오라고 했음.
대만이도 그냥 끄덕끄덕 하고 일어서는데 부축해주려고 하는 후배들 손길도 괜찮다 마다하고 혼자서 체육관 나가는거지.

그 뒷모습 지켜보는 태섭이는 왜인지 너무 신경이 쓰임...
무릎이 또 다친거라면 참을 수 있는 통증이 아니니 저정도면 괜찮을 건 같은데...약간 절뚝거리던 게 신경이 쓰이고...
요즘 저 형 자꾸 정신 어디 빼놓고 있던 것도 걸리고...

암튼 신경 잔뜩 쓰이는 상태로 훈련 재개하는데 시간이 꽤 지나도 정대만이 오질 않는거지.
결국 "아오 이 형은 또 왜 안와~" 하며 귀찮다는듯이 데리러 가는 태섭이지만 사실 대만이가 걱정돼서 가는거겠지ㅠ



보건실 가봤는데 대만이 걍 쓸린 상처에 스프레이 좀 뿌리고 다리 찜질용으로 핫팩 하나 가지고선 아까 다녀갔대. 태섭이 자기 머리 헝클어뜨림서 '하 정대만 어디간거야...' 하면서 다시 돌아오는거지. 중간중간 혹시나해서 화장실 한 번씩 들어가보는데 실습시간 외엔 안 쓰는 과학실 앞의 화장실 들어갔다가 인기척을 느끼는거지.


"형..대만이 형, 여기있어요?"


잠겨있는 맨 끝 칸을 똑똑 두드리면서 묻는데 대답은 없고 숨소리만 들리지만 이거 정대만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음.


"...형 문좀 열어봐요. 왜 그래, 많이 아파서 그래요? 다리 이상해? 무슨일인데."


태섭이 대만이는 아무 말도 안했는데 본능적으로 '아 정대만 지금 뭔가 안좋다.' 라는 걸 캐치해서 저렇게 물어봤겠지. 결국 태섭이가 한참 문 좀 열어봐라, 나 감독님 부른다? 선생님 불러요? 이런식으로 협박 가까이 하고 나서야 잠겨있던 칸이 열렸음.


좁은 화장실 칸, 변기에 앉아있는 것도 아니고 바닥에 앉아서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인 정대만이 있는거지...
태섭이 너무 놀라서 형 많이 아픈거냐, 응급실 갈까요? 괜찮아요? 어디가 아픈건데! 와다다 물어보는데 대만이 아무 말도 못함서 고개만 도리도리...
태섭이는 미칠 노릇이지. 분명 어디가 아픈 거 같은데 말도 안하고 이렇게 있으니까. 결국 지금 정대만이랑 대화로 해결할 게 아니다 싶어서 선생님 부르려고 일어나는데 대만이가 태섭이 옷 붙잡으면서 그러는거야.


"...나 무서워......"


태섭이 너무 벙쪄서 대만이 보고만 있는데 대만이 결국 봇물 터지듯 눈물이 팡 터짐서 얘기하는거지.
나 무릎이 욱씬거려서 무섭다고, 병원에서는 괜찮다는데..나도 다 아는데 그냥 너무 무섭다고.

꺼이꺼이 우는 대만이 태섭이가 안아서 등 쓸어줬겠지.



대만이 넘어지고서 보건실 갈 때까지 초 예민 초 긴장 상태여서 숨도 작게 쉬면서 갔는데 막상 가니 보건선생님이 하라는대로 다리 좀 움직여보곤 다친건 아니니 걱정 말라며 찜질팩 받고 나왔어. 그랬더니 잔뜩 긴장했던게 풀리면서 갑자기 속이 확 뒤틀리는거지. 꾸욱 참고 사람들 잘 없는 화장실 들어가자마자 변기에 꼬꾸라져서 먹은 거 다 토했음. 그러고나니까 속도 아프고 너무 허탈하고 너무 자괴감 들고 힘든거야.

그러는 와중에도 분명 사람들이 다 괜찮다 하는 무릎이 여전히 미미하게 욱씬거리는 게 너무 무서운거지. 스스로도 괜찮다는 걸 아는데 계속 무서운 거 자체도 스트레스고 암튼 대만이 멘탈 터져서 그냥 계속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서 엉엉 울고있다 태섭이가 들어온 거.



그날 이후로 태섭이가 대만이 엄청 신경쓰겠지. 태섭이 락커에 태섭이는 쓰지도 않는 찜질팩부터 온열무릎보호대 여분용도 넣어다니고 날씨 꾸리꾸리하다싶으면 아예 훈련 전후로 수건 뜨겁게 데워다가 대만이 앉혀두고 무릎에 얹어줌.


쓰고나니 태대 요소가 거의 없는 거 같지만...암튼 둘이 저러다 썸도 타고 사귈테니 태대라고 치자!





슬램덩크 태섭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