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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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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첫날부터 늦잠 자서 지각한 주제에 머리까지 야무지게 세우고 흥냐흥냐 강의실 가다가 붙잡혀서 제의 받고 그 길로 얼레벌레 표지 모델 됐을 듯 원래 학생들 자기 학교 잡지 같은 거에 크게 관심 안 갖는데 아니 글쎄 올해 첫 호 표지가 심상치 않다는 거임 하나둘 뭔데 그거 어디서 구하는 건데 하면서 소문 타더니 잡지 품귀현상까지 발생할 듯 아니 이학교가 갑자기 교내잡지에 목숨을 걸었나 어디서 연예인을 섭외해가지고 표지를 찍었대 연예인 아냐? 아 지망생? 그거도 아니야? 엥 우리학교? ㅇㅎ 연영과 신입생? 뭐 농구? 연예인 안 한대? 왜죠?

체대는 건물도 많이 떨어져있는 편이고 거의 훈련 뿐이라 마주칠 일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윤대협 쌉인싸의 얼굴로 자발적 아싸기질이 꽤 있어서 수업 끝나면 칼같이 집에 가서 학교 쪽으론 코빼기도 안 보이는 놈이라 체대생들 사이에서 우리만 알고 싶은 존잘신입생이었는데 잡지 때문에 교내에서 제일 유명한 애 됨 근데 대협이 그런 의도치 않은 유명세 중학교 때부터 유구했어서 딱히 신경 안 쓸 듯 늘 그랬듯이 아는 척 하면 싱긋 한 번 웃어주고 말 걸면 대답해주고 밥 먹자고 하거나 술 마시자 미팅 제의 등은 거절하고 마웨 오짐

표지모델이니까 자기 박혀있는 잡지 하나 받긴 했는데 어차피 관심 있는 건 농구랑 낚시가 전부라 표지 보고 오 잘 나왔네 하고서 대충 휘리릭 훑어보고 방 어딘가에 처박아둠 개붕적으로 모든 걸 가진 윤대협이지만 정리정돈만큼은 갖지 못했다는 게 캐논이라 머협이네 집이라고 쓰고 버뮤다 머협지대라고 읽어야할 거 같음 그 방에 들어간 물건은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아무튼 방에서 사라진 잡지를 대협이는 까맣게 잊었는데 그걸 주말이라고 집에 놀러온 태웅이가 빈둥거리다가 발견하면 좋겠다 편한 옷차림에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그래도 잡지 표지라 보정도 들어가고 살짝 메이크업도 받은 상태라 장난아닐 듯

"야 이거 뭐야"
"그거? 교내 잡지 이름이 뭐였더라.."
"너 왜 여기 있어"
"강의 들으러 가다가 붙잡혔거든 잘 나왔지?"
"......"
"어라 별로야?"

대협이가 잡지는 펼치지도 않고 표지만 한참 뚫어지게 보는 태웅이 옆에 앉아서 "네가 좋아하는 스타일 아니야? 청바지에 흰티가 제일 예쁘다며ㅎㅎ" 하면 옆에 잠깐 힐끔하고는 끄덕이는 태웅이겠지

"이거 몇 개야?"
"하나만 주셨어"
"아니 전부 몇 개냐고"
"전부? 글쎄... 전교생 대상이니까 많지 않을까?"
"전교생....?"
"응 마음에 들면 너 줄게 이거 이제 구하지도 못 해"
"왜"
"왜냐니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으니까지"

아니 남의 남친 사진이 박힌 잡지가 왜 갖고 싶은 거람 윤대협 인기 많은 거나 길 가다보면 다들 쳐다보는 거야 서태웅 본인도 그래서 딱히 신경 안 썼는데 소장하는 건 좀 다른 얘기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로 와꾸대잔치 중인 윤대협이 남의 집 책장에 꽂혀있을 거 생각하니까 괜히 심술부터 나는 태웅이면 좋겠다 게다가 이거 날짜 보니까 나온 지 몇 달 됐는데 나한테는 없었다니 이 윤대협은 내껀데 나한테는 없었다니 점점 입이 나오기 시작하는 서태웅일 듯

잡지 속 대협이 문질거리면서 "이거 나 줘" 퉁명스럽게 말하면 눈알 굴리면서 "그래" 하는 대협이겠지 마음에 들어하는 거 같긴 한데 표정이 왜 안 좋은지 그 서태웅이 존나 질투 중이라는 걸 생각 못한 머협군 집에 갈 때까지 혹시라도 까먹고 두고 갈까봐 잡지 품에서 안 놓는 태웅이 눈치 좀 봤을 듯

"이거 또 해?"
"표지 모델? 아니ㅎㅎ 생각보다 번거롭더라고"
"잘했어"
"엉? 뭘?"
"하지마"

"다음주엔 집에서 카메라 가지고 올 거야 이렇게 입어" 기차역에서 헤어지기 전에 태웅이가 겁나 비장한 얼굴로 명령?하면 떨떠름하게 고개 끄덕이다가 애 보내고 나서야 "앗 그거 혹시 질투였나?" 깨닫는 대협이겠지 그리고 진짜로 카메라 가져와서 하루종일 찰칵찰칵 자기 찍는 태웅이 보고 아 진짜 질투였네ㅋㅋㅋ 확신함

농구는 잘하지만 그 외의 것엔 서툴기만 한 태웅이가 잡지표지 찍는 사진사보다 잘 찍을 리가 없음 아무리 찍어도 성에 안 차서 입 꾹 다물고 카메라만 노려보는 태웅이겠지 물론 피사체가 윤대협이니 다 멋지지만 이거보다 더 멋진 윤대협을 나만 갖고 싶단 말이지

"오 이거 잘 나왔네"
"..별로"
"그래? 그럼 이건?"
"그거보다 안 예뻐"

사진 넘기면서 같이 A컷 고르는데 서태웅 다 빠꾸 먹임 태웅이가 워낙 취향이 확고하고 그 취향 대협이가 진작에 다 꿰뚫고 있어서 뭐 고를 때 이렇게 까다롭게 군 적이 없었는데 이거도 저거도 다 맘에 안 든다니까 이를 어쩌나 싶은 대협이겠지 이렇게까지 신경 쓸 줄은 몰랐는데... 카메라 뚫어버릴 듯이 노려보는 태웅이 옆에서 흐음 머리 굴리던 대협이가 카메라 뺏어들고 같이 셀카 찍으면 좋겠다 "아 이리 줘💢💢" 살짝 짜증내던 태웅이 볼에 자기 볼 맞대고 입 쭉 내밀면서 렌즈 향해 윙크까지 했는데 흔들리고 각도 조절 잘못해서 오늘 찍은 것 중에 제일 안 나온 사진일 듯

"앗 별로네"
"갑자기 뭐야"
"너만 가질 수 있는 사진 찍고 싶은 거잖아"
".....어떻게 알았어"
"형은 다 알아~ 이리 와 다시 찍자"
"이거면 돼"
"흔들렸잖아 넌 반도 안 나왔어"
"마음에 들어"

진짜 마음에 드는지 얼굴이 풀린 태웅이라 "아 서태웅 보는 눈 진짜 없어~" 하면서 웃는 대협이겠지 태웅이가 "보는 눈이 없으면 널 어떻게 좋아하냐" 진지하게 반박하면 더 크게 웃음

"나는 그거 말고 다른 사진들 줘"
"이거 다?"
"응 난 그쪽이 좋아"
"why....."
"태웅이의 애정이 담겨있어서?"
"...너 어른 되고 느끼해졌어"
"싫어?"
"......"
"엑 진짜?!"







+잡지 표지 보고 질투에 휩싸였던 태웅이 마음 대협이도 얼마 안 가 백번천번 이해하게 됐을 듯 그해 인터하이에서 북산이 우승하고 mvp로 뽑힌 태웅이가 스포츠잡지 표지를 장식했기 때문... 서태웅 잡지 발간되자마자 대협이 찾아와서 의기양양하게 내밀고 대협이는 땀에 젖어서 촉촉해진 얼굴이며 날카롭게 빛나는 눈 유니폼 입어서 고스란히 다 드러난 흰 팔다리 보고 '아 이런 기분이구나 하.. 젠장' 하겠지





대협태웅 센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