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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8 10:58
거기서 호스트 백호 만나면 어떡하냐ㅠㅠ

학교 졸업하자마자 호열이 가업 잇느라 원래 정해져있던 음지 길로 들어가는데 자기 정체가 백호한테 독이 될거 아니까 백호군단하고도 연락 싹 다 끊고 한 몇년 죽어라 일해서 이르게 차기 조장 얘기 나올거야.

그리고 잠시 머리도 식힐 겸 간만에 새끼 때나 했던 업장관리 하러 잠깐 들리는데 거기서 백호 만나면 호열이 심장 찢어지는거 아니냐고ㅠㅠ

백호는 호열이 야쿠자인줄도 모르고 그냥 손님인 줄 알고 방에 들어갔다가 앉아있는 호열이 보고 당황하겠지. 원래 이 업장 매출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언젠가부터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서 알아봤더니 웬 신입이 들어오자마자 에이스 자리 꿰찼다 해서 호열이도 궁금하던 차라 오게 된거면 좋겠다.

아무튼 몇년간 연락 싹 다 끊겼다가 서로 평생 만날리 없으리라 생각했던 곳에서 봤으니 얼마나 당황스럽겠음. 특히 호열이는 일부러 마음 약해질까봐 백호 관련 소식은 다 끊고 살았던지라 백호가 여기 있는게 이해가 안될거야. 백호는 호열이 야쿠자인것까진 모르니 말끔한 얼굴만 보곤 접대차 왔나 싶어 좀 비참해질거고. 그렇게 서로 얼타서 쳐다보다가 백호가 먼저


- 호열아. 너 어디 있다가 온거냐. 뭐했는데 연락도 없어?


이러고 호두턱 돼서 서운한 티 팍팍 내면 호열이 그래도 아직 신입이라고 여전히 그때의 순수한 티가 남아있는 백호 떠올라서 그리운데, 백호 휘감고 있는건 눈이 아플만큼 화려한 무늬의 수트와 동네 양아치나 자랑한답시고 낄법한 굵은 금반지 같은거라 이질감 들거 같아.

아무튼 백호 사정 대충 요약하자면 재활 성공한 줄 알았는데 자꾸 재발하게 돼서 농구를 그만두게 됐는데 어쩌다 같은 팀 선수였던 사람 보증까지 서게 돼서 집까지 날리고 빚갚는다고 사채까지 쓰게 됐다는 뭐 그런 이 바닥에선 너무 흔해서 감흥조차 없는 얘기겠지.

그리고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동정이나 약간의 감상도 안 들었을 호열이였겠지만 백호잖아... 호열이 이때 처음으로 자기가 백호 떠난거 후회할거 같아. 잘 살라고 보내준건데... 백호가 평소 사람 잘 믿고 좋아했던 거 생각하면 이런 일이 생길 것까지 염두해둬야 했었음.

다 내 잘못이다. 백호를 혼자 두면 안됐어.

백호와 관련된 일이라면 모두 제 책임이라 생각한 호열이로선 도저히 자기 자신이 용납이 안되는거야. 결국 그날은 호열이 백호가 믿고 있는대로 대충 자길 영업사원이라 소개했겠지. 지금도 접대차 방문한 거라며 지 부하놈한테 과장님 과장님거려서 부하놈 땀 흘리게 만듦ㅋㅋ

일반 회사원치곤 말도 안되게 비싼 명품들로 둘둘 감긴 데다가 일단 눈빛이랑 분위기부터가 일반 사람이 아니란 걸 알텐데도 원래 사람을 잘 믿는 데다가 호열이 말이라면 한번도 의심한 적 없는 백호가보니 곧이 곧래로 믿을듯.

아무튼 그뒤로 한번씩 백호 찾아오면서 매출 최고로 찍어주고 얘기만 하다 갈거임. 그리곤 뒤에서 돈 없다고 백호 치료도 제대로 안해준 의사놈부터 보증 서달라하곤 지는 내빼곤 잘사는 놈, 그 새끼랑 같이 짝맞춰선 백호 사채쓰게 한 놈, 별것도 아닌 사채업자 새끼들 자금 손대서 피말리게 하곤 나중에 그 입에서 차라리 죽여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나하나 손 봐주고선 마지막엔 시멘트 통에 담가 바다에 깊이 묻어주겠지.

그리고는 이제 백호한테 너 더 이상 이런 일 안해도 된다고 할거야. 네 빚 다 갚았다고. 이제 나가서 네가 원하는 대로 살라면서 언제나처럼 말끔하게 웃어 보일거임. 근데 백호 호열이 빤히 보다가 그러면 좋겠다.


- 네가 내 빚 다 갚아준거면, 난 이제 너한테 팔린거냐?


백호도 이 바닥 오면서 뒤통수 많이 맞아봤고 이 바닥 굴러와선 못볼꼴도 많이 봐서 자기 앞에 남아있는 빚이 일반 회사원이 감당할만한 돈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을거야. 호열이가 말은 안해줬지만 같이 일하고 있는 호스트나 지배인들이 호열이 보고 수군거리는 말들도 있었고. 제대로 말은 안하지만 백호 견제하던 다른 호스트들이 이 새끼 기둥서방 물어도 하필 꼭 칼질하는 놈으로 물었다고 무서워서 말도 못 붙이겠다고 괜히 시비 턴적도 있었을 거고.

아무튼 호열이 그 말 듣고 뭔가 무너져내리는 느낌일거 같다. 이 바닥에서 굴러도 아직까지도 소년같이 웃는 백호 보고 호열이 내심 스스로를 속였을거야. 이 지경이 됐어도 백호는 여전히 내가 아는 백호야. 여전히 그때 백호라고. 지금은 여기에 있지만 내가 다시 올려보내면 돼. 하고 그것만이 자신이 백호 곁에 떠나있었던 죄에 대한 속죄라 생각했을듯.

근데 막상 저런 말을 하는 백호를 보니 이제 더는 백호도 자기가 알고 있던 그 시절 백호가 아니란 걸 깨닫게 될거야. 사실은 알고 있었지. 이 바닥에 굴러온 이상 절대 예전같을 수 없다는 걸. 그건 모든 걸 내려놓고 이 바닥에 들어왔다 각오한 본인조차도 그랬으니. 그러니 날개가 있던 시절에서 가장 밑바다까지 추락한 백호는 어떻겠음.

호열이 그게 너무 죄스러워서 눈물날거 같겠다. 근데 눈물은 안 나오고 웃음만 나와서 하하핫 웃다가 자기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백호 보곤 그러겠지.


- 백호야. 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 소리냐?


이러는데 다정하고 상냥하던 호열이는 없고 표정없이 아무렇지 않게 칼질하고 다니던 호열이만 있을듯. 백호 그런 표정을 한 호열이를 안 본 건 아니지만 자기한텐 한번도 짓지 않았던 얼굴이라 뜨끔할 법한데도 그저 호열이 두뺨 붙잡고 키스하면 좋겠다.

그리고 호열이 그게 존나 열받고 비참하고 좆같은데도 아주 오래전 꿈에서조차 꾸기 미안했던 짓을 지금 하고 있단 거에 결국 밀어내지 못하고 그와중에도 백호 등 소중하게 안고 뒤로 넘어뜨렸으면 좋겠어





얘들아 미안해ㅜㅜㅜㅜ

호열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