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한테서 재미없는 사람은 매력이 없다고 아무리 잘생겨도 너처럼 입 꾹 다물고 있는 노잼인간이랑은 연애 힘들어서 못해먹는다는 말 듣고 난생 처음 연애고민이란 걸 해보는 서태웅,, 며칠 곰곰이 생각하더니 그 다음부터 손바닥만한 작은 수첩 들고 다니면서 생각날 때마다 윤대협 만나면 할 말 리스트 작성하면 좋겠다

아침에 학교 가다가 멈춰서 '오늘 날씨 좋음' '집 앞 골목길에서 고양이 봄' '두마리' '지각할 거 같아서 인사 못 함' '역시 아침은 졸리다'
학교에 도착해서 자전거 위에 앉아 '전봇대에 한 번 사람 세 명 침' '이 정도면 양호한 편... 지각 안 함' '너 지각했지'
교실에 들어와서 자기 전에 '농구하고 싶다'
책상에 엎어져서 자다가 점심시간에 겨우 일어나서 '졸려' <<비몽사몽한 채로 써서 알아보기 힘듦
점심 먹다가 '엄마가 계란말이 해줌 맛있음 넌 뭐 먹었어? 계란말이 좋아해?'
수업 끝나고 연습하다가
'멍청이가 바보짓 함'
'멍청이가 자꾸 시비 걺 주장 동생이 구경 오는 날이면 더 짜증나게 함' '그래도 평소보다 열심히 함'
'연습경기 때 태섭선배랑 같은 팀 하면 좋음 패스 잘해줌'
'쉬는 시간에 삼점슛 내기 함 대만선배가 1등해서 아이스크림 쏨' '근데 마지막 슛 선 밟은 거 같은데'
'준호선배 고양이 티셔츠 귀엽다 나는 안 어울리겠지만'
'한나선배한테 수첩 들킬 뻔함 태섭선배가 바로 달려와서 다행'
'중식이 드리블 폼 잡아줌 점점 느는 중'
'멍청이 키가 조금 큰 듯? 나도 클 거다'
'오늘 컨디션 좋음 윤대협 이길 듯'
'재밌다 농구'
'너랑도 하고 싶어'
'자꾸 네가 생각 나'
연습 끝나고 다같이 늦은 저녁 먹다가 '학교 앞 라멘집 맛있음'
집에 가다가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너랑 농구하게'
침대에 눕기 전에 '전화하려고 했는데 누나가 안 비켜줌 기다리다 졸려서 포기...' '잘 자 윤대협'

이렇게 나름 빼곡하게 적힌 수첩 들고 온 서태웅 대협이 보자마자 주섬주섬 꺼내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웅얼웅얼 다 읊어주겠지ㅋㅋㅋ 대협이 가만히 눈 끔뻑이면서 쉬지 않고 오물대는 작은 입 물끄러미 보다가 낭송회 끝나고 뿌듯한 얼굴로 고개 든 태웅이한테 "뭐한 거야 지금ㅋㅋ?" 물어봄 그럼 약간 뻘쭘해진 태웅이가 수첩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면서 "..너한테 하고 싶은 말" 하겠지 "까먹을까봐" 한 박자 늦게 덧붙인 말까지 듣고 나면 대협이가 푸스스 웃으면서 제 얼굴 쓸어내림 자꾸 입꼬리가 수직상승해서 난감할 정도

"되게 많네"
"이러면 좋아한다는데"
"누가 그래?"
"누나가"
"아 누님이ㅋㅋㅋ?"
"말 없는 사람은 연애하기엔 별로래"
"그렇긴 하지"

누가 봐도 말 없는 사람인 서태웅인 거 알면서 일부러 끄덕이는 대협이일 거 같음 말 많이 하는 법 열심히 고민해서 생각해낸 게 손으로 작성한 브이로그 낭독하기인 거도 커엽고 웃긴데 얘가 나한테 좋지 않은 연애 상대일까봐 걱정했다는 게 너무 기분 좋아서 괜히 놀리고 싶은 마음에ㅋㅋ 근데 태웅이는 다른 거보다 윤대협의 저 이전에 연애해본 티를 내는 듯한 말이 거슬렸을 듯 자긴 윤대협이 처음이라 다 얘가 기준이라서 뭐가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는데 얘는 으른이고 남친도 여럿 사겨본 누나 말에 공감하고 있잖아 뾰루퉁해진 태웅이가 "아는 척 하지마 18살 주제에" 툴툴대면 대협이가 하하하 웃으면서 어깨 감싸안고 "누님께서 틀리셨다고 전해줘" 하겠지

"뭘 틀려"
"난 너 말 없어도 너무 좋으니까"
"..알았어"
"물론 많아도 좋구~ 이거 봐도 돼? 우와 서태웅 글씨도 귀엽네"
"안 귀여워"
"안 귀엽구나"
"야..!"
"이거 자주 해주면 안 돼?"
"왜"
"그냥 좋아서ㅎㅎ 네가 날 이렇게 많이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거든 서태웅 하루종일 내 생각 하네?"
"흥 좋아하니까 그렇지"
"어?"
"농구도 매일 생각나는데"
"아ㅋㅋㅋ 아.... 태웅아 너 진짜 재밌다"

서태웅 어깨에 머리 콩 기대면서 대협이가 키득키득 웃는데 태웅이는 처음부터 쭉 진담이고 웃기려고 한 적 1도 없었어서 대체 어디가 재밌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윤대협이 재밌다고 해줘서 대충 기분 좋아짐 나 쫌 괜찮은 연애상대일지도.. 이런 생각하면서 행복한 냥주작 얼굴 됨






대협태웅 센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