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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7 22:41
나도 이명헌 귀엽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객관적으로 보면 그래도 180짜리 건장한 근육질의 체육계 남고딩이잖슴? ㅈㄴ 딱콕콱으로 생겼잖아. 남들이 봤을 땐 오~ 포스 있고 멋있다가 가장 첫번째 인상일 것 아님.

물론 나도 이명헌이 단정한 미남이라고 생각함. 엉뚱한 구석도 있고 눈이랑 눈썹 쳐진 것도 귀엽고 붕어 입술도 귀엽다고 생각하는데, 송태섭은 ㄹㅇ 그냥 이명헌을 귀여워할 것 같다고.

송태섭은 이명헌이 연상이라는 것도 알고, 백 빡빡이들을 통솔한 주장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단 말이야. 귀엽고 엉뚱해도 기본 구석은 차분하고 냉철할 거란 말이지. 근데도 걍 남자짓하면서 귀여워할 것 같음. 아~ㅋㅋ 형 왤케 귀엽게 굴어요? ㅇㅈㄹ 할 것 같다고

더 킹받는 점은 이명헌도 지 작은 연하 남친이 지 귀여워하는 거 잘 알고 있음. 다른 사람이 그러면 내가 좀 편해졌나봐? 이러면서 기강 잡을 것 같은데, 걍 송태섭한테 어떻게하면 더 귀여워 보일지 궁리하고 있을 것 같은게 진짜 진심으로 킹받음. 심지어 지가 기강 잡던 상대 앞에서 송태섭이 본인 귀여워하면 체면이고 자시고 그냥 잘 귀여움 받을 것 같단 점이 화룡점정임. 그냥 지들만의 세상이라고ㅋㅋㅋㅋ

어른들이 귀여워할 때는 아닙니다 뿅. 늘 응원 감사합니다 뿅. 하면서 딱콕콱처럼 굴었을 거란 말임. 본인 친구들 사이에서도 편하게 있었지 딱히 누굴 귀여워하고 귀여움 받고도 잘 안 했음. 귀여워 해봤자 본인 후배들 귀여워하고 지 친구들이 잘 플레이 했을 때 속으로 짜식ㅋ 잘 컸군 정도로 귀여워하는 게 다일 것 같단 말이야. 그런데 송태섭 귀여워하는 거 보면 산왕 애들이 보면 그냥 내 시력을 포기한다, 하면서 눈 찌를 정도일 것 같다는 거임. 이명헌 얘는 지금 본인을 귀여워하는 송태섭을 귀여워하고 있다는 거임. 진짜 짜증나... 저 빼고 연애해주세요(아냐 나도 알게 해)하는 양가감정 든다고ㅠㅠㅠ

송태섭은 와중에 본인이 이명헌을 귀여워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객관적으로 딱 봤을 때 이명헌이 귀엽다는 수식어보단 다른 더 어울리는 수식어들이 있는 것도 알고 있음. 근데 이명헌이 먼저 본인이 귀여워 보이려고 귀엽게 굴고 있다고! 송태섭은 억울할 뿐임. 누가 물어보면 명헌이 형은 어디가 귀엽고 어떤 게 귀엽고 왜 귀여운지 말할 수 있을 것 같음. 근데 말 안 해줄거임. 명헌이 형한테 동경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굳이 본인이 알고 있는 귀여운 구석 설명해줘서 다른 사람들이 이명헌의 갭모에를 못 느끼게 할 거라고. 그래서 얘는 와중에 체면이라는 걸 좀 신경 쓰려고 하기는 해서 더 짜증날 것 같음.

일단 본인이 이명헌을 귀여워한다는 걸 주변에 딱히 티내고 말하고 다니지는 않거든? 근데 얘가 좀 조용히 폰 보다가 입 가리고 눈 접어가면서 킥킥 거리고 있을 때 말 걸면 대체로 이명헌 귀여워하고 있다고 보면 됨. 그냥 귀여운 부분도 별거 없음. 이명헌이 산책하다가 대뜸 사진 찍어서 보낸 강아지풀 사진, 이런 거 보면서 아 이 형 진짜 귀엽네... 이러고 있음.

그 카톡 위에 내용 보면 이명헌이 귀척하겠다고 태섭, 나 코 할게. 이런 거 보내놨음. 송태섭은 와중에 코를 한다구요? 뭐를 하는데? 성형? 형 코 예쁜데 왜 해요 미쳤어요 하지마요. 이딴 거나 보내놨음. 그거 가지고 명헌이 아니, 나 자려고 코 한다고 보냈어 뿅. 미안... 근데 진짜 소등 시간 와서 자야해. 태섭 낼 일어나면 바로 연락할게용. 하면서 조금 머쓱해하고 있는 톡 내용 있음. 근데 그게 ㄹㅇ 귀여운 거라고 이미 캡쳐 당해서 송태섭 휴대폰 앨범에 따로 파일 구분돼서 저장돼있음.

그냥 뭐 재밌는 거 보나 싶어서 뭐하냐~ 송태섭~ 하고 말 건 정대만만 알고 싶지 않았던 고등학교 후배랑 대학 동기의 연애전선만 알게 된 거임. 야! 그런 건 진짜 혼자 있을 때 해라! 하면서 사자후 지르면 송태섭이 눈썹만 삐쭉 올려서 혼자 있을 때 했는데 선배가 왔잖아요. 그래서 뭔데요? 하고 괜히 부끄러워서 툭툭 대고 있음. 근데 그렇게 부끄러워하면서도 절대 이명헌 귀여워하는 걸 멈추지 않을 것 같다고 진짜 짜증남.

이 커플의 알콩달콩염병천병 덕분에 주변 피해자들만 늘어남.

가장 큰 피해자, 정우성임. 우성은 인간관계가 깊고 좁은 편이라 본인의 울타리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이 몇 없을 거란 말이야. 산왕에서 처음 팀 게임다운 농구를 알려준 제일 좋아하는 농구 선배랑 미국에서 서로 의지하고 꽤나 본인처럼 농친자의 삶을 사는 제일 좋아하는 농구 친구가 친하게 지내는 모습 보고 좋아라 했었을 뿐임. 좋은 거 + 좋은 거 = 더 좋은 거! 니까. 명헌이 형한테 전화 할 때는 내용에서 송태섭 안부가 늘 껴있었음. 그냥 친한 후배랑 후배랑 친하게 지내는 전에 경기했던 안면 있는 포가에게 입발린 안부를 물은 줄 알았단 말이야. 그래도 안부를 꼬박꼬박 전해주긴 했음.

그런 정우성이 언제 이 커플의 연애 사실을 알았냐. 우연히 일이 빨리 끝나서 집에 평소보다도 일찍 들어왔던 날이었음. 평소에는 송태섭~~~ 오빠 왔다~~~ 하면서 요란하게 들어가는데 태섭이도 뭔 일이 있다고 했던 거 같아서 그냥 조용히 문 따고 들어갔던 날이었음. 집에 들어가니까 태섭이 전화를 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그냥 송태섭 누구랑 전화 해, 하면서 수화기 반대편에 귀를 갖다댔을 뿐이었음(베스트 프렌드 사이에는 비밀이란 없으니까!). 근데 통화하는 이 목소리... 아는 목소리란 말이지. 산왕에서 구르고 구르던 시절에도, 미국에서 비싼 국제 전화 걸어가면서 선배들에게 안부를 물을 때도. 많이 들었던 목소리였음.

그제서야 깨달은 거지... 송태섭이 묘하게 기분이 안 좋았을 때(이명헌이랑 싸움), 송태섭 컨디션이 안 좋을 때(이명헌이랑 밤 늦게까지 통화해서 잠 잘 못잠), 송태섭이 파티에 갔다 오던 날(팀 주장이 연 파티라 필참이라서 이명헌한테 간다고 보고했었음)... 아... 지금 나 둘 사이에 꼈구나...

어쩐지 송태섭과 룸 쉐어를 시작했을 때부터 안부를 묻는 전화 주기가 짧아진다 싶었음. 송태섭의 안부를 꼬박 꼬박 묻기도 하고. 꽤 궁금해한다 싶었지만 현재 송태섭의 상태나 위치 같은 정보는 우성이한테 그렇게 가치있는 정보는 아니란 말임. 같이 사는 룸메이자 절친이니까 중요한 정보긴 한데, 잘 따르던 선배한테 비밀로 부칠만한 내용은 아니었단 거임. 그래서 궁금해하는대로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기도 했고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니라서 우성의 얘기를 하려면 태섭을 빼기 힘든 내용들이기도 했음.

둘이 사귄다는 걸 우성에게 들킨 이후로는 명헌도 태섭도 뻔뻔하게 나왔지. 우성은 명헌이 그렇게 간드러진 말을 할 수 있는지도 몰랐고, 태섭이 그런 명헌에게 애교 섞인 투정을 부릴 수 있는지도 몰랐음. 게다가 우성에게 맡겨두기라도 했는지, 둘이 전화로 다툰 날에 서로의 상태가 어떤지 떠보라고 양쪽에서 재촉 받기도 했음. 아! 제발! 송태섭! 명헌이 형! 둘이서 알아서 쇼부 보세여!! 라고 외쳐도, 태섭이 내미는 "전력으로 원오원 100번 제공–저번에 힘들다고 원온원 대충해서 정우성 개삐짐–" 수제 티켓과 명헌의 "포인트 가드가 가져야할 필수 소양 100개" 리스트와 국내 들어왔을 때 "신현철, 최동오, 정대만과의 원오원 제공" 때문에 울며겨자 먹기로 명헌과 태섭의 훌륭한 중간 다리가 됐었음. 그래서 그런지 태섭이 미국 유학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간다고 했을 땐 섭섭한 마음 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쪼끔 더 컸음. 그래도 무진장 섭섭해서 연락 꼭 하라고 들들 볶았음.

이 다음 두번째 피해자, 정대만임. 여기는 같은 대학에 입학한 동오도 피해를 입긴 했는데, 동오는 태섭이를 잘 몰라서 좀 덜 겪음. 대신 이명헌 꼬라지 보면서 제일 놀라면서 정신적인 타격을 입은 게 동오임. 우성에게는 먼저 말하지 않았던 태섭이랑은 다르게 명헌이는 먼저 시시콜콜하게 말하고 다녔음.

아직 명헌이 대학교 1학년 태섭이 북산고 3학년이던 시절... 누구보다도 빨리 이명헌과 송태섭의 연애 사실을 알았던 게 정대만임. 대만이 눈치가 빨라서 알아챈 게 아님. 걍 이명헌이 과하게 북산에 관심 가지고 송태섭 농구부에서는 어땠냐, 농구 안 할 때는 어땠냐, 학교 생활은 잘 하느냐, 축제 때는 어떤 컨셉 했냐, 급식 반찬은 뭘 제일 좋아했냐, 하고 캐물었음. 이 와중에 북산고 교내 지리가 어떻게 되냐 하고 물어서 정대만 진심으로 그건 왜 묻냐고 되물은 적 있음. 하도 질문해대서 귀찮아져서 야 아니 너 뭐 송태섭 남친이라도 되냐? 왜 물어봐! 밥이나 먹어! 하면서 젓가락 탁! 테이블에 냅두고 역정 냈을 때, 명헌이 티 났냐 뿅. 이러면서 얼굴 조금 붉혀서 같이 밥 먹던 대만이랑 동오 충격받고 굳어있다가 점심 시간 다 가서 다음 강의로 이동한다고 밥 다 못 먹음.

심지어 공강에다가 훈련 없을 때, 선배 노릇 좀 하라면서 기숙사에 있던 정대만 이끌고 북산 농구부 들이 닥친 적도 있음. 같은 대학으로 확정나서 같이 자취하던 동오도 이명헌 손에 끌려서 북산 도착함. 우린 북산 선배 아니지 않아 명헌아? 라고 물었는데 이명헌이 농구를 하는 사람은 다 같이 한솥밥 먹는 사이나 마찬가지 뿅. 네 후배가 내 후배고 내 후배가 네 후배 뿅. 미래를 빛낼 자라나는 농구 새싹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서포트 하는 것이 선배의 숙명 뿅. 하면서 갑자기 대의를 불태움. 덕분에 북산 농구부는 공짜 산왕 전주장 전주전포가 전어딜가도에이스급 전주전가드 선수와 훈련할 수 있어서 개이득인 상황인거임. 막상 북산 OB 정대만과의 훈련은 원래 공짜였어서 큰 호응을 얻진 못했음. 그냥 간만에 만나서 반가움의 눈물 찔끔과 포옹을 가장한 헤드락이 다임.

후배들 열심히 한다고 이온 음료 사서 왔는데 마침 애들 훈련 시키고 잠깐 교무실 갔다 오던 송태섭이 제일 먼저 발견함. 이명헌인 거 보자마자 너무 놀라서 뭐야!!하고 거의 몸통 박치기하듯 달려들었음. 다행히 복도에서 그런거라 농구부 애들은 못보고 동오랑 대만이만 봄. 동오는 태섭이 잘 모르니까 그냥 애교 있는 타입인가... 하고 하하 웃고 말았는데, 송태섭 성격 알던 정대만만 턱 빠질듯 입 벌어져있음. 야...! 너, 너...! 하면서 말도 못 잇고 손가락질 하고 있으니까 송태섭도 그제야 대만이랑 동오 있는 거 눈치채고 머쓱해짐.

마침 훈련하고 있었다고 OB들이 봐준다면 더 좋을 것 같다면서 태섭이 체육관으로 안내함. 안내한다고 먼저 걸아가는 태섭이 옆에 당연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명헌이 옆에 걷고 있음. 그러면서 슬쩍 손 잡으려고 하니까 태섭이 뒤에 걷고 있던 동오랑 대만이 눈치봐가지고 그냥 대만이가 동오 데리고 앞장섬. 뒤에 따라오는 명헌이랑 태섭은 뭐가 재밌는지 시시덕거리고 있길래 슬쩍 뒤돌아보니 서로 마주보면서 걷고 있음. 니들이 게냐? 게걸음 걷게? 하고 대만이 조용히 툴툴 대는데 손 보니까 새끼손가락만 걸고 손을 잡은듯 만듯 하면서 가고 있어서 괜히 봤다 싶었을듯.

그날 동오랑 대만이는 그 둘을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아서 북산 애들 열정적으로 훈련 시켜주고 연습 게임도 참여하고 그랬음. 명헌은 태섭한테 주장이자 포가로서 조언을 주겠다고 찰싹 붙어있었음. 물론 연습 때는 연애질 안 함. 눈이 가끔 진득하게 마주칠 때는 있는데, 농구는 농구고 연애는 연애니까. 태섭이 얼마나 농구에 진심인지도 알고 명헌도 농구에는 진심임. 그냥 부활동하는 송태섭은 이명헌에게는 미지의 엉역이었으니까. 그냥 다양한 송태섭의 면모를 알고 싶을 뿐임. 그러다보니 동오도 대만이도 그냥 편하게 OB로서 농구부 활동 봐줄 수 있었음. 이 둘이 맞다... 이명헌 송태섭 보러 왔지... 하고 깨달았을 때는 농구부 훈련이 끝났을 때였음. 학교 체육관 잠그고 명헌이랑 태섭이 데이트한다고 사라졌거든. 이 와중에 동오랑 대만은 백호랑 태웅에게 원오원 하자고 붙잡혀서 강철 체력들이 원하는만큼 원오원 해주다가 겨우 집 돌아간 전적 있음.

다행히(?) 동오는 태섭이랑 다른 팀인데 대만은 태섭이랑 프로팀도 같아서 이명헌과 송태섭 사이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들들 볶이는 중임. 대만이가 차라리 팀 소속 옮기라고, 그냥 너네 둘이 같은 팀 하라고 말했는데, 그러면 같이 코트에 설 수 없잖아요(뿅) 바보에요(뿅)? 소리 들어서 더 짜증나 죽겠음. 그리고 더 짜증나는 점은 상대 팀으로 마주 보고 있을 때 우리 첫만남 생각나서 설래요(뿅) 이러고 있음. 누가 보면 코트 위에서 소개팅한 줄 알겠음 진짜;; 이걸 또 서로한테 말하면 그 길로 서로 귀여워하기 때문에 그냥 견딜 수 밖에 없음. 산왕에 인내심의 왕자 김낙수가 있다면 여기에 견딤의 불꽃남자 정대만이 있음.

인생사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멀리 떨어져서 보면 조용히 잘 사귀는 농구 선수 커플인데, 가까이에 가면 서로 귀여워하는 것 때문에 사이에 낀 사람만 고통받게 됨... 서로 귀여워하는 거 보면 천생연분 같으니까 그냥 결혼해라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