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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7 00:09
원래라면 시비걸고 투닥거리고 연습할때 방해하던 녀석이 어느샌가부터 물끄러미 지켜볼때가 늘어나고 말이라도 걸리면 뚝딱거리고 시비 걸고서는 태웅이 반응 보더니 자기가 흠칫 놀라서 도망가버리기일수임.
거기다 어쩌다 태웅이랑 몸이 닿거나 얼굴 마주보게 되면 시뻘개져서 누우웃! 이상한 소리 내는데 그걸 누가몰라. 지금도 백호가 없는 락커룸에서는 부원들이 태웅의 눈치를 보며 싸우지 않더라도 조용한 날이 없구나 하며 시선교환을 하고 있는데 말이야.

아니... 서태웅은 모르려나

태섭이 캐비닛 문을 쾅 닫으면서 혼자 중얼거리는데 바로 옆에 있던 태웅이 뭐가요? 하면 좋겠다.
으아 깜짝이야! 인기척 좀 내고 다녀라고 괜히 한소리를 하는데 태웅은 제가 뭘 몰라요? 하고 다시 물어보겠지.
태섭이 이걸 말해 말어 하고 고민하다가 어차피 농구부원들 다 아는데 얘도 지 일이니 알아야되지 않을까 싶음. 다른 부원들까지 귀를 쫑긋 세우고 주장과 에이스의 대화에 집중해 있겠지. 그래, 강백호가 요새 이상한게 신종 괴롭힘 방법인건 아니라고 귀뜸은 해줘야하긴 했어. 그래서 가볍게 걔가 이제 널 싫어하지는 않는거 같아서 하고 말해주는데 태웅이 긴 속눈썹을 내려깔고 눈을 한번 깜빡임.

알아요.
안다고?
티 나잖아요.
그런데 용케 아무말도 안하고 가만히 있었구나 너.

보통 자신에게 시비걸고 깐죽거리던 녀석이 어느날 태도가 급돌변해 자신에게 흑심을 품고 있다는걸 알게되면 기분이 썩... 좋진 않지 않나? 태섭은 그저 태웅이 그만큼 무던하고 사람 일에 관심이 없는거구나 했음. 태웅이 턱에 손을 올리고 잠시 생각하겠지.

...재밌어서..?

엑. 이번엔 태섭의 눈썹이 더 심하게 휘었음. 주변에 있던 부원들도 어색하게 웃다가 제 자리로 돌아가겠지. 그 이상 엮이면 피곤할거 같다는 감이었음. 재밌어서 라니 그런 말 해도 되는거야? 주장으로써 진지하게 대화를 해봐야하나..라고 할때쯤 백호가 문을 쾅 열고 락커룸으로 들어와 모든게 무산되고 말겠지. 이번에도 강백호는 서태웅을 발견하더니 입을 갑자기 꾹 다물고 허둥지둥 케비닛 문을 열어 옷을 갈아입었음. 아 덥다 더워. 라고 하는게 어색한 대사로만 들렸지. 그리고 태웅이 옷을 다 갈아입었는지 슬쩍 훔쳐보고 태웅의 템포에 맞춰 의미없는 짐정리도 하면 좋겠다. 누가 봐도 같은 타이밍에 나가려는 수작이었음. 저러니 안들킬리가 있나.


그런데 이러면 자신이 서태웅을 좋아한다는걸 다른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는 것을, 강백호 본인이 아는건 시간문제겠지. 태웅을 보며 얼굴을 붉히면서도 저 여우자식 재수없는 자식 중얼거리는걸 옆에 있던 부원 중 하나가 웃으며 말림.

좋아하는 사람한테 그러면 그 사람이 도망가겠다
누,누가 누굴 좋아해!

귀까지 빨개져서 더듬더듬 거리다 혀까지 씹는 백호를 오히려 진정시켜 줘야했음. 너무 그러지말고 이제부터라도 친하게 지내면 기회가 있지 않을까? 라는 꿈같은 이야기를 하겠지. 사실 무엇보다 둘의 장난 아닌 장난에 기가 빨리는걸 졸업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음. 백호가 입을 벙긋벙긋 움직이다가 침을 꼴깍 삼켰어.


다 아는거야..?
티가 다 나는걸
그럼..서태웅도... 그녀석 엄청 싫어했겠네
아니야 아니야 그냥 태웅이는 니가 재밌다고 했어!
...뭐?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방방 뛰던 백호의 움직임이 뚝 멈췄음. 그리고 다른 동료 부원을 보던 눈이 고개와 함께 슥 돌아가 어느샌가 제 앞에 와 있는 서태웅을 죽일듯이 노려보고있겠지. 재미? 넌 이게 재밌냐?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강백호의 눈은 그런 의미로 불타오르고 있었어. 서태웅은 둘의 마지막 대화를 들은 터라 입을 꾹 다물었으면 좋겠다. 니가 나만 좇고 뺨을 붉히고 우연인척 하굣길을 같이 가려고 할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는데 그건 '재미'랑 다른건가. 태웅으로선 잘 모르겠음. 지금은 그저 연습은 안하고 다른놈이랑 노닥거리는게 보기에 짜증나서 온거라 강백호의 저 시선에 뭐라고 답을 해야할지는 생각해보지 못했거든. 이건 재미 없는데... 서태웅의 기분이 순식간에 바닥을 치겠지.






태웅백호 루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