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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5 21:52
태웅백호 루하나

미국 리그도 버리고 자기도 두고 돌아간걸로 거의 6년을 원망하고 미워도 하고 그리워 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그녀석 뒤에 자기 어린시절과 똑닮은 남자애가 있어서 서태웅 퍽 놀랐겠지 그렇다고 7년전 일방적이고 이기적이었던 결정을 용서하는건 아니지만 도저히 더이상 미워할 수는 없었음 강백호는 서태웅이 벌어다주는 2군 연봉을 받으며 육아도 하고 재활도 하기엔 자존심이 강했고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했음 그게 왜 민폐냐고 화를 내려다 참았지만.. 자신을 두고 간게 꿈에 대한 포기라던가 애정이 떠나서가 아니라는 것에 안심이 되는걸 보니 이것도 참 중증이다 싶어

서태웅은 캐리어 짐을 백호의 집에 풀겠지 옛날엔 니가 멋대로 했으니 나도 멋대로 한다 그거였음 태웅은 옷을 꺼내는 자신을 힐끔힐끔 훔쳐보고 있는 아들을 마주봄 어쩜 저렇게 자신이랑 똑같이 생겼는지 저걸 강백호가 낳았다는게 보고도 믿기 힘들었지 그렇지만 아들은 태웅이 이리 와봐라고 손짓만 했는데도 호다닥 도망가버림 애들하고는 어떻게 친해지는거지...


팀원들의 아들딸들을 잠깐 본적은 있었음 짧으면 안녕하고 인사하는 정도에서 길면 올스타전에 초대된 애들과 반나절을 같이 보냈음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남의 아이고, 자신의 아들이 갑자기 하늘에 뚝 떨어진건 이야기가 다르겠지

애들은 뭐 좋아해요?

태웅은 자신의 매니저와 일로 만났을때 다짜고짜 그렇게 물어봤음 매니저는 뜬금없이 무슨소리냐는듯 쳐다봤다가 바쁘게 핸들을 돌리면서 글쎄... 니 사인공 좋아하지 않을까? 하겠지 아니면 로봇이나 블럭이나... 유니폼...

서태웅은 그날밤 그 모든걸 한아름 안아들고 백호집에 가겠지 백호가 그건 다 뭐냐고 물어보면 애가 좋아하는거.. 하고 대답하면 좋겠다 백호 옆에 딱 붙어있던 아이는 처음보는 크기의 로봇패키지와 블럭을 보고 눈을 반짝이겠지 백호도 2부리그에서 뛰고 있긴했지만 저런걸 덥석덥석 사줄만큼의 형편은 아니었음 백호가 쩝 혀를 차더니 아들에게 서태웅이 주는거야 니거야 하고 살짝 등을 밀어주겠지 애가 호다닥 뛰어와 블럭상자만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가면 좋겠다

그 뒤로 태웅은 자기 아이 준다고 인형이니 운동화니 장난감총과 장난감자동차 같은걸 하루가 멀다하고 사옴 애는 그 순간만큼은 태웅에게 다가왔고 한번은 현관 앞에서 태웅을 기다리고 있기도 했어 문을 열자 자기랑 눈이 마주치고 깜짝 놀라던 그 눈은 귀여워서 태웅이 손을 꽉 말아쥠 이래서 어린아이한테 평소 관심없던 선배들도 제자식이 생기면 그렇게 물고 빨았구나 자신의 자식이라던가 가족이라던가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지금이라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싶어졌음
그러다 스케쥴을 마치고 옷가지를 가지러 자신의 집으로 가던 중에 애가 다니는다던 유치원이 떠올라서 방향을 꺾어 가면 좋겠다 보호자 이외에는 아이를 데려갈 수 없는건 어느곳이든 마찬가지지만 아이와 똑같이 생긴, 그것도 nba 스타 서태웅이 나타난건 화제가 될만한 일이겠지 아들을 데리러 왔다는 말에 안된다는 말보다 세상에 서태웅 아들이래 라는 말들이 먼저 나왔음 한쪽엔 유치원 가방을 들고 한손엔 아이의 손을 잡고 나서니 꽤나 진짜 아빠같았지


비싼 카페에 데려가서 좋아하는 케이크를 시켜주고 실내 농구코트를 빌려서 같이 공놀이를 하기도 했음 애도 즐거워했지만 사실 그보다 태웅이 더 기뻐했으면 좋겠다 아이가 저를 보고 처음으로 아빠라고 부르기도 했거든

그러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는데 백호가 먼저 문을 벌컥 열고 나와 아이를 품에 안겠지 어디갔었어! 걱정했잖아! 그 목소리에는 슬픔도 있었지만 분노도 있었음 태웅이 조금 놀라 그 모습을 보는데 애가 백호의 감정에 감화됐는지 울음을 터뜨림 방금까지는 오늘 재밌었다며 좋아했었는데 말이야 백호가 태웅을 노려보며 주먹을 날리려다가 멈추면 좋겠다 애가 보고 있기도 하고 서태웅 얼굴에 상처가 나면 그건 뉴스감이었음 대신 목소리가 가라앉겠지

너 언제 미국으로 돌아가...
...안가
가, 너 애 있다고 소문날라

안그래도 오늘 유치원에서 연락이 왔었다고 서태웅 선수가 아이를 데려갔다고 하는데 내가 거기서 뭐라고 하냐고 백호가 조금 짜증을 냈음 우리 안보고 잘 살았잖아 너도 잘 살았잖아 애가 보고 싶으면 그냥 잠깐 놀러와라고 하겠지 너 뒷감당하기엔 너만이 아니라 애도 힘들어질거라고...


태웅은 그 소리를 듣고도 꾸역꾸역 백호집에 들어와 거실에 앉았음 돌아가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해 여기 강백호가 있고 아이가 있는데... 백호와 목욕을 마친 아이가 얼굴이 발그레 해져서 여전히 눈가가 짓무른채로 태웅이 앞에 오면 좋겠다 아빠한테 혼났어요 하는데 왜 그모습에 마음이 다시 놓이는지 모르겠음 그런데 애 표정은 뚱하겠지 백호 아빠가 그렇게 화내고 우는건 본적이 없었단 말이야 아이가 태웅을 보고 세모 눈을 뜸

우리 아빠 괴롭히지 마요

어린애답지 않게 단호하고 진심이 담긴 말이었음 태웅이 아이를 보고 잠시 멍해지겠지 그러려는게 아니었는데 강백호를 힘들게 하려고 자신이 여기 있는게 아니었음


괴롭히려는게 아니야... 사랑하는거다


태웅이 마치 다짐처럼 아이한테 속삭이면 좋겠다 아이도 사랑스럽고 소중하지만 역시 자신이 미련을 갖고 있는건 강백호였음 태웅이 젖은 아이의 머리를 큰 손으로 쓰다듬겠지
기자회견같은건 안해도 되겠지 에이전시 실장한테 긴 잔소리를 들을거야 광고 위약금같은것도 있으려나... 태웅은 나가라고 했으면서 목욕물 따듯할때 들어가라며 수건을 던져주는 백호를 보며 내일 당장 담당 퍼블리시스트를 찾아가야겠다 생각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