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는 태섭이 생일인 0731고 태섭이는 대만이 생일인 0522였음. 둘 다 집 비번 알고 있고 심지어 자기들 생일이니까 걍 제 집 드나들 듯이 드나들겠지. 그래서 비번 누르고 들어와도 그닥 놀라지 않고 서로 아 왔는갑다, 함.

근데 내가 보고싶은 건 얘네가 헤어지고 난 뒤임. 사소한 이유로 다툰 게 큰 불씨가 되서 홧김에 헤어졌겠지. 대만이네서 싸운 거라 태섭이 씩씩대면서 나오고 자기 집에 와서 비번 누르는데 대만이 생일이라 더 짜증나는 거야. 이놈의 비밀번호 당장 바꿔야지 싶어서 바꾸려는데 이상하게 내키지가 않는 거지. 억지로라도 바꿔보려고 하지만 0522 이외에 다른 건 생각이 안 나서 그만 두고 나중에 바꾸기로 결심함. 하지만 두 달 동안 태섭이의 비번은 0522이었고, 태섭이는 이게 익숙하고 바꾸면 헷갈릴 거라고 자기 세뇌 중이었음.

그러다 태섭이가 술을 진탕 마시고 집에 가려는데 아무도 없는 집에는 가기가 싫은 거지. 혼자 싫어 -> 누가 있었으면 좋겠어 -> 누구? -> 대만선배 -> 그럼 선배한테 가자! 멀쩡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태섭인 택시 기사한테 대만이네 주소를 가르쳐줬고 대만이 집 근처에 내렸음. 비틀비틀 대만이 집 대문 앞으로 걸어가서 비번 누르는데 습관대로 0731 누르니까 문이 열렸겠지. 기분 좋아가지고 선배애- 나 와써! 하면서 신나게 들어가니까 대만이가 보임. 선배- 손까지 흔들면 대만이가 가까이 올 거고, 그럼 또 헤실헤실 웃는 태섭이였음. ...왜 왔어? 낮은 목소리였지만 태섭이는 그런 걸 구분할 겨를이 없었음. 오히려 대만이가 보이니까 좋아서 히- 웃겠지. 집 가기 싫었는데... 여기 오니까 좋다아... 선배두 있구... 그게 태섭이의 마지막 말이었음.

태섭이가 눈을 떴을 땐 아침이었고 웬 침대에 누워있겠지. 집은 아닌 거 같은데 익숙한 느낌에 주변을 훅훅 둘러보고 다시 눈을 질끈 감아버림. 미친 새끼야 올 데가 없어서 여길 오냐... 어딘지 바로 알아차리고 딱 뒤지고 싶은 태섭이는 자신을 미친듯이 질책하는데 그 순간 방문이 열리겠지. 안 봐도 누군지 알 수 있어서 눈을 뜰 수가 없었음. 그러거나 말거나 대만이는 딱 한 마디 하겠지. 나와서 커피 마셔. 그러고는 다시 나감. 태섭이는 자기 집이 아닌 곳에서 자게 되면 달라진 잠자리 때문에 늘 아침에 깨곤 했고 그건 대만이네서도 마찬가지였음. 또 술을 진탕 먹고난 다음 날에는 꼭 커피를 마셨고 대만이는 이런 태섭이를 잘 알았지. 태섭이 이 때 쯤 일어날 걸 알았고 술 마신 태섭이를 위해 커피까지 준비한 거였음. 태섭이는 기분이 이상했지만 일단 이 집을 나가려면 이 방을 나가야했으니 억지로 몸을 일으켜나감.

커피고 나발이고 그냥 가려고 했는데 그런 태섭이를 대만이가 부르겠지. 커피 안 마셔? 어째 안 마시고 가면 큰일낼 거 같은 목소리라 어쩔 수 없이 주방 쪽으로 가면 대만이가 말없이 커피를 식탁 위에 올려두고 앉겠지. 갓 내린 뜨거운 커피였음. 빨리 마시지도 못하겠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대만이 맞은 편에 앉아서 마셨는데 태섭이 얼굴이 미묘해지는 거. 이건 태섭이가 좋아하는 커피였으니까. 태섭이 기억으로는 대만이는 이 원두를 즐기지 않았음. 왜인지 궁금하다가도 그냥 눌러버리겠지.

어색한 침묵 속에 눈도 마주치지 않고 커피를 다 마신 태섭이는 바로 일어나겠지. 대만이도 따라 일어나면 커피 고마워요. 어제는 미안했어요. 다신 이런 일 없을 거에요. 하면서 대만이는 보지도 않고 말함. 말 끝내고 뒤돌아서 현관으로 가는데 대만이 아무 말 없이 따라오더니 문 열어주겠지. 근데 태섭이가 집 밖으로 나간 순간 대만이가 송태섭, 하고 부름. 그럼 태섭이가 뒤돌아 볼 거고 대만이는 태섭이랑 눈을 똑바로 맞추고 그러겠지. 갈 때 어떻게 들어올 수 있었는지 생각해봐. 참고로 내가 열어준 거 아냐. 그러곤 문을 닫는 대만이었고 태섭이는 가지 않고 우두커니 서서 대만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생각하다가 눈이 커지겠지. 분명 어제 제 손으로 대만이네 도어락을 눌렀고, 그 비번이 아직도 자기 생일인 걸 깨달았음.







대만태섭
ㄹㄴㅇㅁ ㅅㅈㅈ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