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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3 22:16
어느날 동거하는 집에서 야 여우 할 말 있다 하며 쭈뼛쭈뼛 거리는거 보고 뭐길래.. 싶었는데 뒤에 뭔가 숨기고 있음 앞에 서서 야...너...그게... 하고 말 제대로 못하고 어버버 하는거 보며 설마 자신이 생각하는 그건가 함
지금도 같이 살고 있고 주위에서 부부로 취급해줘서 태웅은 아쉬울게 없지만 강백호가 저러는걸 보는건 좀 귀엽고 기쁘겠지 그 우물쭈물 하는거 기다려주는데 에잇! 하더니 다음에 말한다고 함 뭐야 사람 김빠지게...
그리고 일주일정도 지났나 백호가 주말에 시간 있녜 마침 비시즌이고 하니 일정 비우려면 얼마나 비울 수 있었음 이번엔 화려한 레스토랑이겠지 강백호답다고 생각함
저 커튼 뒤에 준비하고 있는 악단도 보임 반지는 디저트에 넣어뒀으려나... 하고 마침 나온 초코 무스를 반으로 가르려는데... 백호가 접시를 탁 뺏더니 먹지마 하면 좋겠다 이거, 그러니까... 암튼 먹지마! 둘러대는것도 거짓말도 못하면서 시뻘건 감자얼굴이 돼 고집만 부리겠지 태웅이 why... 하는 얼굴로 백호 보는데 저 뒤에 악단까지 물러나는거 보고 작게 한숨 쉼 멍청이가 부끄러워하는 것도 정도것 해야지 근데 그날따라 잠자리에 적극적으로 앵겨와서 태웅이 불만 가졌던거 또 싹 있겠지 토실한 엉덩이 따먹는것도 바쁜데 불발된 프로포즈야 다음에 하겠지 싶었음
그다음엔 차 안이겠지 무슨 날도 아닌데 핏이 딱 맞는 드레스셔츠까지 입고온 강백호, 누구한테 예쁘게 보이려고 그러는지 서태웅 마음이 간질간질했음 백호가 차를 빙 돌려 강변을 따라 운전하면서 또 더듬더듬 말을 꺼냄 야, 그... 있잖냐... 저 놈의 있잖아를 몇 번이나 들은지 모르겠음 이쯤되면 자신이 눈치 챘을거라는 의심은 안하는건가 싶고
태웅은 모르는척 연기를 하기도 힘들다고 생각함 진짜 강백호라서 봐주고 있는거임 자기가 평생 책임지기로 마음 먹은 즈그 멍청이라서 백호가 또 얼굴이 빨개짐 목이 답답한지 한 손으로 셔츠단추도 몇 개 풀기 시작함 아 저러면 여기서 덮치고 싶어지는데.. 안그래도 가슴 굴곡이 적나란 옷을 입어서 그쪽으로 계속 눈이 갔는데 이건 뭐 나 잡아드십쇼 하는거잖아 백호가 인적이 드문 곳에 차를 멈춰 세웠을때 키스한건 단순한 충동이었음 강백호가 자신을 밀어내고 프로포즈를 강행했다면 들어줄 의사는 있었단 말이지 근데 이 겁쟁이는 프로포즈 대신 차 안에서 불편한 자세로 박히기를 선택함
그렇게 한달하고 반쯤 지나자 서태웅 짜증도 맥스치겠지 프로포즈를 하려는거야 말려는거야 이제와서 부끄러워 하는건 대체 무슨 심경인지 이해가 안됨 밥먹다가 티비를 보다가 산책을 하다가 계속 제 눈치만 봄 그냥 빨리 끝내면 안되는건가 어차피 같이 살고 있고 식이나 올리고 서류에 도장이나 찍는게 다일텐데 태웅은 뽀송하게 씻고 나와 룰루랄라 침대로 들어오는 백호를 보고 너 할 말 없냐? 하고 물어보겠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던 백호는 태웅의 너 요새 계속 나한테 말 하려다 말잖아, 라는 말을 듣고 휘파람을 부르던 입술을 쭉 내민 그대로 굳어버림 기, 기다려봐! 삐걱삐걱 손발이 함께 나가서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가 곧장 다시 나옴 손에 반지케이스가 들린게 아주 대놓고 보여
그런데도 백호는 침대위에 올라와 무릎 꿇고 반지 케이스를 시트와 손 사이에 둔채 누르고 있겠지 그게... 그러니까.... 크흠.... 5분 아니 10분은 더 지났으려나 태웅이 보다보다 참다참다 못 해 백호 손 아래에서 케이스를 빼 군더더기 없는 손놀림으로 열어 반지 두개 중 하나를 자기 손가락에 쏙 끼우면 좋겠다 화낼거라는건 알고 있었음 그렇지만 누군가는 결단을 내야되잖아 자, 이러면 됐지? 하고 반지 낀 손을 펼쳐 보여주는데 백호가 그 손을 멍하니 보더니 덥석 잡았어 태웅은 순간 움찔함 멋대로 끼웠다고 콱 깨물어버리려는건가.. 충분히 있을법 했음 근데 백호는 어어... 하다가 너 이게 뭔지 알아? 묻겠지 ? 결혼반지 잖아. 근데.. 그걸 껴? 내가 끼면 안되냐? 그 순간 태웅의 인상이 사정없이 험악해짐 이게 내 게 아니면 누구껀데 니가 주는 결혼 반지면 당연히 내꺼잖아 라는 얼굴임 백호가 너 주려던거 맞아 해서 금방 풀어졌지만 말이야 강백호가 휴우 한숨을 내쉼 누웃.. 아니.. 난 니가 거절할거 같아서... 그래서였음 혹여나 싫다고 할까봐, 그치만 프로포즈는 하고 싶고 근데 또 이건 거절 당하면 헤어지는건가 싶고? 러브레터 50번 찢긴거랑은 다른거잖아 이미 사귀고 있는걸 깨져야 하는거였음 그렇게 충돌질과 고뇌의 한달을 보냈던거지 태웅은 왜 자신이 거절할거라고 생각했던건지 저 머릿속이 이해가 안됨 보나바나 또 이상한 꿈이라도 꾼거겠지 싶어 백호가 다행이다 하고 한시름 덜고 있는데 태웅이 케이스 안에 남은 반지를 꺼내 백호의 손에 끼워주면 좋겠다 어찌나 강압적인지 거의 쑤셔넣다시피함 그리고 자기 왼손으로 백호의 왼손을 꽉 잡겠지 무르기 없어 태웅의 차분한 눈동자가 무섭게 타오르고 있었어 백호가 그제야 유쾌하게 웃으며 너야말로 도망가지 마라 하고 태웅의 손을 더 꽉 쥐었음
한바탕 그 난리 후 깊은밤이 되어서야 침대에 누은 태웅은 왼손 약지에 딱딱한 감각을 느끼며 이렇게 쉬운걸... 하고 생각하겠지 진짜 강백호 별 일 아닌데 유난 떠는데 선수라고
그때 백호가 태웅의 몸쪽으로 좀 더 붙어오며 그럼 이제 진짜 부부네 여보, 하고 웃으면 좋겠다 ...별거 아닌일이 아니구나 서태웅 눈 번쩍 떠져서 바로 백호 위로 올라타겠지 야 장난이야! 우읍..읍...으응..아... 백호의 발버둥은 금새 야릇한 신음으로 바뀌었음


태웅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