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44193036
view 2281
2023.05.22 15:39

그게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편지인거

태웅이는 느바에서 잘 뛰다가 국내 들어오고 대만이는 국내 프로 뛰다가 은퇴 후 지도자 쪽으로 나가려고 하고 있음
둘이 연애 기간 대부분 롱디로 지내다 드디어 국내에서 같이 살게 됨. 대만이는 일단 방향만 잡아놓고 은퇴 후 휴식을 가지면서 태웅이와 동거 생활 즐기는 중.
(남자임신 ㅈㅇ)
-

5월 22일 대만의 생일이었어. 12시가 되자마자 어디서 구했는지 예쁜 머리띠와 리본을 달고 표정 변화 없이 제가 선물이에요, 하는 태웅을 보고 대만은 기분 좋게 '야, 서태웅이 내꺼라니!'라고 받아치며 태웅에게 기세좋게 올라탔지. 그날 밤 생일이니까 기분좋게 해줄게요라는 말과 함께 태웅은 대만을 놓지 않아 새벽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지. 그래서 생일 아침 늦은 시간에 일어난 대만은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한채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켜보려고 침대 옆 협탁을 더듬었어. 하지만 손에 잡히는건 왠 봉투였지. 어제 이런게 있었나? 라는 의문과 함께 태웅의 팔 안에서 간신히 몸을 옆으로 돌려 안에 든 내용물을 보았어. 

[정대만의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푸르른 오월의 생명의 빛을 가지고 태어난 당신.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당신의 농구에 대한 열정과 헌신을 깊이 여겨 농구신의 가호를 내리려합니다.
고등학교 때 고난에 굴하지 않고 돌아온 열정과 그 이후 꾸준히 농구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감명하여..'

그 아래로 대만을 찬사하는 글이 쭉 이어졌어. 안그래도 대만은 긴 글과 그닥 친하지 않기에 읽는 속도가 빠르지 않았는데 하필 그 날 아침은 새벽 정사의 여파로 더 정신이 없어 글을 제대로 읽어 내려가기 힘들었지. 거기에 더해 언제 일어났는지 뒤에 있던 태웅이 붙어 오자 더 읽기가 힘들어져 일단 편지를 내려놨어. 막바지에 콘돔이 떨어져 안에다 했기에 아직도 아래 쪽의 기분이 이상한데 맞붙은 태웅의 아래가 점점 커지는게 느껴졌어. 
"야, 태웅아 여기서 더 하면 임신하겠어."
대만은 이 행위를 멈추기 위해, 분명 자기 딴에는 재미 없는 농담을 극히 건조하게 말했는데 그 말이 어떠한 버튼을 누른건지 태웅은 뒤로 물러날 생각은 커녕 오히려 더 붙어 비벼오며 대만의 앞을 만지기 시작했지.
"태웅,아.. 우리 콘돔도 다 떨어졌고.."
"안돼요?"
태웅이 잠시 멈춰 대만을 쳐다보았어. 대만은 또 저 표정하면서 눈을 질끈 감아버렸지. 그렇게 아침부터 또 몸을 섞느라 일어나자마자 읽었던 편지의 마지막 문장은 읽어보지도 못한 채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어. 

'...그리하여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려 합니다! 이 편지를 개봉 후 처음으로 하는 말을 이루어 드릴게요. 신중히 이야기하세요. 
*터무니 없는 것을 말해도 이루어드립니다. 걱정마세요. 아무리 터무니 없는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겁니다! 모두 농구신의 가호 덕분이죠!*

-
대만은 은퇴를 했지만 나름 꾸준히 건강 관리를 하고 있었어. 최근 며칠 새 몸이 영 안좋았어. 자꾸 피곤해지고 소화도 안되고. 건강하다고 자부하지만 몸을 많이 쓴 운동선수인지라 괜히 걱정이 되어 마침 태웅이가 원정으로 집을 비웠을 때 병원을 찾아가봤지.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피를 뽑은 후 대기하고 있었어. 대기 후 들어가자 모니터 화면을 살펴보던 의사가 덤덤하게 말했지.
"흠.. 피검사 수치가 임신으로 뜨네요. 산과에 가보셔야 겠어요."
"...?"
대만은 고개를 두리번 거렸어. 자기 차례가 아닌가? 의아해하며 정대만 진료 받을 차례 맞나며 간호사에게 물어봤지. 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였어. 정대만 5월 22일생. 맞으시죠? 물어보면서. 
"맞는데.. 저 다른 사람 자료 아닌가요? 저 남자인데요?"
"? 무슨 소리시죠?"
"네?"
"임신이세요. 자세한 설명은 산부인과 가서 들으시는게 나을겁니다."
대만의 물음을 무시하고 아무렇지 않게 간단한 주의사항을 얘기해주는 의사를 보며 대만의 머리속은 혼돈 그 자체였어. 오히려 넋이 나가니까 그냥 하라는대로 발걸음을 옮겨서 일단 병원 내 산과에 가서 앉았지. 주변의 여자들을 보니까 그제야 퍼뜩 정신이 든거야. 아 그 의사 미쳤나봐. 일단 다른 병원 가야지. 후딱 일어나 가려는데 하필 그때 딱 제 이름이 불렸어. 건장한 체격의 남자 혼자 진료실에 들어가니 주변에서 힐끔 쳐다보는게 느껴졌지. 일단 불렸으니 들어가서 앉았어. 당연히 의사의 꾸지람을 들을거라 생각했어. 미쳤나고 말야. 하지만 진료실에 들어서자 의사는 아무렇지 않게 자세를 잡게 하고 초음파로 살펴보고 사진을 찍어 주더니 설명을 시작했지.
"아직 초기라 이렇게까지 밖에 안보이는 상태고, 아마 한 5주 쯤 되었겠네요."
"네?"
"이제 술이나 담배 이런건 하면 안되고 임산부에게 맞는 영양제는 제가 추천해놓을테니 본인이 선택하셔서.."
"아 선생님. 잠시만요. 저 아시나요? 저 그 농구선수 정대만인데요."
"네? 당연히 알죠. 신기하네요."
"아, 그렇죠? 이거 뭐 잘못된건가요? 몰카? 설마 저 종양 생겼나요?"
"무슨 소리인지.. 유명인 처음 만나봐서 신기해요. 나가는 길에 싸인 한 장 해주실 수 있나요?"
아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 유명인이 신기한게 아니라 남자가 임신을 했다는데 그건 안신기 하냐고!! 
속으로 울부짖는 대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의사는 설레는 얼굴로 종이를 내밀었고 대만은 들어올 때 처럼 역시나 얼빠진채로 싸인을 한 후 집에 돌아왔어. 돌아오는 길에 대기를 하던 한 환자가 자신을 알아봤는지 다가오길래 어떤 변명을 해야 할지 나 이제 잡혀가서 인체 실험 당하는건가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정말 팬이었어요! 임신 축하드려요. 라는 인사나 받았지. 

집에 돌아와서 초음파 사진을 보다가 결론지었어. 아 이거 몰카구나. 그 병원 사람들에게 뭔가 말한거야. 하 내가 좀 유명하지만 이렇게까지 몰카를 해 줄 필요는 없는데.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식탁 위에 한 편지가 눈에 띄었지. 살펴보니 뭔가 익숙해. 아, 이거 분명 생일날.. 이상한 글귀에 누가 장난친건가 하다가 잊어버린건데. 그때 못 읽었던 내용의 나머지를 읽다가 가장 아래부분을 드디어 읽게되었지. 
"....뭐 씨발?"
아 욕하면 안되나? 아니 나 임신 아니라니까. 나 남자라니까.
하지만 그 날 편지를 봤던 때와 그 다음에 자신이 헀던 말(아침부터 호되게 당했기에 잊지 않았어), 지금 상황을 다 종합해보니...
"아냐, 아니야. 그래 생일때부터 누가 몰카를 기획했나 보다. 야, 참신하네. 집에 카메라 있는거 아냐? 하하하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편지를 버리려다가 찜찜한 기분에 저 멀리 구석에 집어넣었어. 이런건 반응해주면 안돼. 그냥 조용히 있다보면 누군가 재미없다고 말해줄거야. 짓궂은 장난이라 생각하며 태웅에게도 오늘의 일을 알리지 않았지.

대만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어. 누군가 몰카라고 짠 나타나지도 않았어. 그리고 말도 안된다고 그럴 일 없다고 생각하는 머리와 다르게 이제 임신을 알아채서 그런지 심한 입덧이 시작되었어. 티비에서 보면 그냥 욱 하고 토 하고 말던데. 이건 숙취같잖아.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헛구역질을 하고 있는데 하필 그 때 원정 갔던 태웅이가 집에 들어왔어. 태웅은 화장실에서 변기를 붙잡고 있는 대만을 보자마자 뛰어 들어왔지.
"선배. 무슨 일 있어요? 왜 그래요."
걱정이 가득한 얼굴을 보자 일단 안심 시키기 위해 괜찮다고 말하였지만 그 한마디 조차 다 완성되지 못하고 또 구역질이 나왔지. 
"괜찮아요? 병원 가봐요 빨리."
자신을 들어안을 기세로, 아니 실제 거의 들어서 일으키려는 태웅을 막으며 대만이 소리쳤어.
"아냐!! 안가도 돼!"
"무슨 소리에요. 지금 계속 헛구역질 하잖아요. 빨리 일어나요."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이게.."
"?"
대만의 말을 얌전히 기다리는, 하지만 표정은 당장 끌고 가고 싶은 걸 참고 있는 태웅을 보며 대만은 한숨을 쉬었어. 그리고 깊숙히 던져 놓은 편지와 초음파 사진을 가져왔지. 지금 이게 어찌된 상황인지 아직도 모르겠으나 일단 태웅에게는 얘기하는게 맞았어. 입을 열면서도 걱정이 한가득이었어. 태웅이가 나 미쳤냐고 헤어지자고 하면 어쩌지? 
"그, 있잖아. 뭐 이상한 일이 일어난거 같은데.. 나도 어찌된 건지 잘 모르겠는데 말야."
"네."
"아, 그니까 뭐냐면 지금 이게 아픈게 아니라.. 나, 임신했대."
그 말을 끝으로 잠시 정적이 흘렀어. 대만은 이게 식은땀이구나 느꼈지. 재빨리 편지와 초음파 사진을 가져왔어. 이거 읽어봐. 이거 생일 아침에 발견헀는데 마지막 문장이 어떻고 하필 내가 봉투를 개봉 후 처음 한 말이 어떻고, 저번에 병원 갔는데 어떤 일이 있었고, 장황하게 말을 이어갔지. 다 듣던 태웅은 대만의 말이 끝나자 조용히 입을 열었어.
"병원에 혼자 갔어요? 왜 나한테 말 안했어요?"
잔뜩 서운한 티를 내는 태웅을 보며 대만은 억울해졌어. 아니 지금 할 말이 그거니 태웅아?
"야, 같이 가는게 문제가 아니라 말이 안되잖아. 어떻게 된건지도 모르겠는데 주변은 다 이상하게 생각 안하고. 너도 이상하지 않아? 안그래?"
"전혀요."
역시 뭐가 문제냐는 얼굴에 대만은 한숨을 쉬었어. 
"선배, 저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전혀 안들어요. 다만 선배가 너무 이상하고 지금 상황이 힘들면 그럼 그냥 애기 지워요. 선배가 편하고 행복한게 가장 좋아요."
태웅의 말에 대만은 뭉클해졌지. 자신의 손을 꼭 잡고 바라보는 태웅의 얼굴을 보았어. 처음에는 이게 뭔 선물이냐고, 농구의 신인지 악마인지 나발인지 만나면 이빨 뽑아버리겠다고 생각했는데 태웅이 닮은 아이가 나온다면 그건 나름 선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 다시 한 번 크게 숨을 내쉰 대만은 태웅에게 그저 다음에 같이 병원 갈까? 라고 물어보았어.
-
그렇게 둘이 가서 애 심장 소리 듣고 태웅이 눈물 찔끔 흘리고.. 대만이도 에라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받아들이자 하고 주변에도 알림. 주변에도 다 전혀 이상하게 안보겠지. 농구의 귀신인지 뭔지 능력하나 기깔나게 좋네라고 생각하는 대만이..
입덧 끝나고 바로 먹덧 시작되서 대만이 자꾸 먹을거 생각날듯. 원래 그렇게 음식에 진심 아니던 사람이 먹을거 찾으니까 태웅이 자기가 가진 체력 재력 외모 다 사용해서 무조건 공수해옴. 비싼건 당연히 잘 사오고 멀리 있는것도 잘 사오고. 한 번 엄청나게 유명한 가게에서 오픈런 해야되는거 먹고 싶다길래 태웅이가 일찍부터 줄서서 사려는데 자기 앞에서 딱 끊기겠지. 허망해하며 앞 사람에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배가 임신했는데 너무 먹고 싶어해서.. 라고 부탁함. 근데 태웅이 여태껏 남에게 부탁 해볼 일이 없어서 몰랐는데 실은 태웅이 부탁하는 얼굴은 들어줄 수 밖에 없는 능력 패시브로 가지고 있을듯 ㅋㅋㅋ 그거 정대만만 알아가지고 대만이 한번도 태웅이 부탁 안들어준 적 없음.. 당연히 그 얼굴 본 앞 사람 자기가 산 거 포기하고 드리고.. 태웅이 너무 고맙다며 돈도 내고 팬서비스도 제대로 하고. 나중에 대만이 그런 모습 같이 갔을 때 한번 보는데 아 저 얼굴 나만 알고 있었는데 하면서 질투함. 집에 와서 앞으로 그냥 없어도 되니까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지 말라는 대만이 보고 태웅이 좋아서 뽀뽀하다 임신섹도 뜨고 하겠지
태어나보니 유죄인간(feat. 서태웅얼굴)인 2세여라. 여럿 울리고 홀릴듯. 한 5살 즈음 작은 농구공 들고 있는 사진 찍혀서 그때부터 농구팬들이 이미 우리 구단 유망주라고 점찍어 놓고 그랬으면 좋겠다..

대만이 생일로 어이없는 소원 이뤄지는거 보고싶었는데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네
대만아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