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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2 08:48
어느 맑은 날 오후 
북산고 체육관에서 붕붕이는 짝사랑하는 태웅이를 앞에두고 연신 미안하다며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음
-미안해 어하뮤ㅡㅠㅡ므하ㅣㄹ머ㅏ 진짜 미안해.ㅡㅡㅡㅡㅡㅠㅠㅠㅠㅠㅠ
-......
태웅이는 아무말 하지 않고 지켜만 봤음



뭔일인고 하니, 학교 문학시간에 선생님께서 태웅이네 반 전체에 숙제를 하나 내주신 거임.
한가지 주제를 주시고는 그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자유롭게 릴레이 소설을 하나 쓰라는 거였음.
아이들은 낄낄대면서 장난으로도 쓰고, 진지하게도 쓰고. 그러다가 서태웅 친위대중의 한명이자 
뼛속까지 동인력으로 꽉찬 붕붕이가 글을 다 쓰고는 자기 다음 차례인 태웅이에게 노트를 건네준다는게....
자기의 비밀 팬픽 노트를 건네준거임.
둘이 앞표지가 똑같았거든.
집에서 룰루랄라 숙제를 해놓고선 바보같이 팬픽 노트를 가방에 챙긴거였어.
태웅이에게 수줍게 노트를 건네주고는 집에 와서 룰루랄라 팬픽 마저 써야지-했는데...
어라 이게 왜 집에 있지
그럼 태웅이에게 준 노트는....?

왐마야
 

이렇게 된거임.
그 팬픽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태웅이였거든.
아주 말랑말랑 한여름날 청게 소설이었는데 그걸...태웅이가 봤다....?
그냥 접싯물에 코박고 죽어야지 뭐.


그래서 다음날 방과후에 태웅이가 농구연습 하고 있을 체육관을 기웃거리고 있었음
열심히 농구연습에 매진하던 태웅이의 시선이 우연찮게 체육관 문앞을 향했고 붕붕이랑 눈이 딱 마주친거지.
태웅이는 붕붕이를 보고는 아무말 없이 농구공을 내려놓고 잠시 탈의실에 들러서 노트를 가지고 나왔어.
붕붕이의 심장은 터질거 같았음
그리고 노트를 손에 든 태웅이가 밖으로 나왔을때 걍 눈물이 자동으로 터진거임.
이 아이가 나를 얼마나 혐오할지 상상도 안갔으니까.




여튼 그렇게 되서 붕붕이는 석고대죄하며 그저 미안하단 말만 해댔겠지.
너를 소재로 이런 엄한 글 써서 미안하다는...그런 의미.
태웅이는 아무말 없이 한참을 지켜보기만 했어.
그러다가 붕붕이의 울음이 조금 잦아들때 쯤 태웅이가 한마디 했어.

-왜 대만선배야?
-ㅇ..어? 아....

팬픽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태웅이랑 대만선배였음. 태웅이가 대만이 짝사랑하다가 우여곡절끝에 연결되서
둘이 풋풋한 연애를 하는...그런 내용인데...
이게 붕붕이에게는 확인사살이었음.. 아 진짜 읽었구나....좆됫네....라는 생각만 들어서
이걸 뭐라고 대답해야하나 하고 울음도 그치고 눈동자만 굴리는데




-티 나?
하는 태웅이의 목소리.

그 말에 붕붕이의 눈동자는 한없이 커지고 정신이 멍해졌어.
그리고 태웅이를 올려다봤지.
여전히 무표정한 태웅이의 표정이었지만 뭔가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서
붕붕이는 크게 한번, 끄덕였음.
그 제스추어에 태웅이는 눈을 깜박-한번 해보이고는 뒷통수를 슥슥 긁었어.

근데 왜 못알아주지....

라고 목소리는 안들렸지만-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린게 분명해. 붕붕이는 그렇게 믿었음.

-여기.
태웅이는 여전히 조금의 동요도 없는 눈빛과 목소리로 노트를 붕붕이에게 내밀었음
붕붕이는 어?어어어...하다가 떨리는 손으로 노트를 받아들었어.
눈물이 어느샌가 쏙 들어간 붕붕이가 노트를 받아들자 태웅이는 뒤 돌아서 체육관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음.
그 뒷모습을 보면서 붕붕이는 지금 내가 뭘 보고 뭘 들었나....하고 정신이 멍-해졌어.

그러다가 어느새 태웅이에게 음흉한 팬픽을 들켰다는 것도 잊은 채
주먹을 불끈 쥐며 태웅아 힘내!응원할께! 라고 저도 모르게 중얼 거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