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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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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상대가 생겼음을 인정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음 아 달라진게 하나 있다면 태섭이 우성이 바라보는 눈빛 중 하나가 동변상련 같은 눈빛이 추가 됐다는 거? 별로 달갑진 않지만 뭔가 같은 공통점이 생기다 보니 둘이서만 이야기 하는 일이 많아지고 또 둘만 있는 시간도 늘어난다는 거 이거 하나만큼은 좋다고 우성은 생각함

" 오늘 햄버거? "
" 햄버거 그만 좀 먹자. 오늘은 피자. "
" 햄버거나 피자나. 오늘은 정우성 네가 사. "
" 또 나야? 너무해. "

방은 내 방에서 먹으니 음식은 네가 사라. 하는 태섭을 보고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꽤 밝게 웃으며 태섭과 자주 먹는 피자집에서 피자를 투고 하고 항상 가던 태섭의 자취방으로 향했을 때는 기분이 너무 좋았음

차라리 피자 말고 햄버거 집에서 햄버거나 먹을걸...

미국의 토요일 점심은 고향의 토요일 밤이라는 이야기인데 태섭의 짝사랑 상대가 어쩌다 한 번 이 시간에 전화한다는 사실을 우성은 알리가 없었겠지
치즈가 쭈욱 늘어나는 시큼한 토마토 소스와 짭쪼름한 페퍼로니가 조화가 기가막힌 피자를 한입 먹고 언제 먹어도 여기가 제일 맛있다니까 하며 태섭과 피자에 대한 토론을 나누고 있을 때 태섭의 휴대폰에는 >북산 정대만 선배< 라는 글자가 뜨며 진동이 미친 듯이 울렸음

글자가 주는 힘이 이렇게 강했나 휴대폰 속 글자를 보자마자 태섭은 피자의 기름이 묻은 손을 아무렇게나 뽑은 휴지로 박박 닦으며 흠흠 하는 소리와 함께 목을 가다듬었고 그런 태섭의 모습을 보는 우성의 기분은 더할나위 없이 설명 못할 그 어딘가로 처박히고 있었음

" 선배? "
[ 태섭이냐? ]
" 그럼 내 전화인데 누구겠어요. "

친절하지 않은 말투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대만은 못 보는 표정을 우성은 똑똑히 보고 있자니 속에서 열불이 터질 것 같았다
분명 태섭이 우성에게 보이는 표정의 종류는 많았다 웃길 때 나오는 웃음이나 빡침으로 비롯된 짜증 뿐만 아니라 우정에서 나오는 편안함 그리고 같은 짝사랑을 하고 있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신뢰 근데 아직 저 표정은 본 적이 없었다고 생각했음

누가 봐도 전화를 받는 송태섭의 표정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보여준 적 없는 순수한 애정만 담은 웃음이었음

[ 그래서 지금 산왕 정우성이랑 있다고? ]
" 주말마다 같이 노니까, 뭐 "
[ 명헌아, 태섭이 정우성이랑 있다는데? ]

짧은 안부 인사엔 태섭의 가족 이야기도 있었음 태섭의 어머니가 몸살에 걸리신 것 같아서 병원에 모시고 다녀왔다는 대만의 말을 시작으로 그래서 아라에게 용돈을 주었으니 모른체 하라는 말까지 명헌과 사귄다는 말이 없다면 누가 봐도 대만의 행동은 태섭에게 관심이 있어 주는 호의라고 생각하겠는데 또 그건 아니라고 하니까 참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던 우성은 본인의 이름이 언급 되자 지금 통화하는 태섭의 표정에 집중함

그리고 역시 대만의 연인이 언급이 되자 빠르게 표정이 안 좋아지는 태섭을 보며 우성 역시 표정이 안 좋아지겠지

" 너 바꾸래. "
" 나? "
" 응. 너희 선배. "

아, 명헌이 형.

[ 뿅? ]
" 명헌이 혀엉! "
[ 요즘 아주 빠졌어용. 전화도 자주 안 하고. ]
" 아, 형 프로 준비 때문에 바쁘다고 해서 일부로 안 했죠, 일부로- "
[ 안 그래도 오늘 계약했어. ]
" 헐 진짜요? 어디요? "
[ 서울 A구단 뿅. ]
" 와, 미쳤다. 요즘 제일 폼 좋은 곳 아니에요? 가자마자 주전 맞죠? 역시 명헌이 형. "

사실 우성은 명헌의 소식은 현철이나 동오를 통해 자주 들을 뿐더러 한 달에 한 번은 연락하고 지내서 정말 누가 봐도 친한 선후배 같이 통화를 했음 근데 묘하게 자길 바라보는 태섭의 표정이 너도 힘들지? 같은 표정이라 뒷머리만 벅벅 긁고 휴대폰 넘어로 명헌의 말이 귀에 꽂히지도 않을 듯

[ 어쨌든, 그렇게 됐어용. 대만이 휴대폰 주인한테 폰 넘기래. ]
" 그럼 제가 연락할게요, 형. ]
[ 구라 뿅. ]

다시 휴대폰을 건내 받은 태섭은 전화를 받자마자 선배는? 선배도 구단 정해졌어? 하고 물었고

[ 나도 명헌이랑 A구단. ]

대만의 대답에 무너질 것 같은 표정을 지었음

" 잘 됐다, 선배. "


목소리는 꼭 누구보다 축하한다는 목소리와 말로 툭 치면 눈물을 뽑을 것 같은 표정을 짓은 태섭의 모습에 우성은 자기도 모르게 입 안 쪽 볼살을 씹으며 자신의 표정을 숨겼고 따뜻하고 먹음직스러운 피자는 본연의 온도를 잃고 딱딱하게 굳어갔음

전화를 끊은 후 태섭은 숨을 크게 한 번 들이 마쉬며 잠시 숨을 고르는 중이었고 우성은 그런 태섭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음

" 정우성. "
" 왜. "
" 넌 괜찮냐? "
" 뭐가? "
" 네 형이 정대만 선배랑 사귀고 같은 구단 간다는 거. "
" 상관 없, 아, 좀 그렇지. '
" 둘이 잘 사귀는 것 같아서 좋은데 왜 이렇게 힘들지. "
" .... "
" 둘이 안 사귄다고 해도 선배랑 내가 사귈 것도 아니고 심지어 이명헌이랑 사귀면서 선배도 엄청 행복하고 편안한 것 같아서 다행인데 내가 행복하질 않아. "
" 그럴 수도 있지. "
" 존나 찌질하다, 나. "

아니야 그건 찌질한게 아니라 솔직한 거야. 라고 말해주고 싶어도 지금 송태섭에게 정우성은 본인의 짝사랑 상대의 연인을 짝사랑하는 사람이라 말을 쉽게 고를 수 없었음
하지만 우성의 속은 우성의 속 대로 뒤집어지겠지 짝사랑 상대의 짝사랑을 지켜만 본다는게 쉬운 일도 아니고 차라리 저런 조건이 없으면 야 너도 더 좋은 사람 만나 그게 나야. 하면서 객기 같은 것도 부렸을텐데 지금 말 잘못했다간 너 나한테 장난쳐? 하고 표정도 볼 수 없게 멀리 도망칠 것 같아서 그저 태섭의 옆에서 한껏 주저 앉은 어깨만 두드려줄 뿐이었음

" 우리 점심 망했네. "
" 피자 데워올까? "
" 됐어. 오늘 저녁 그냥 한식당 가서 된장찌개나 먹자. "
" 좋지. "

그래 어차피 송태섭과 더 가까운 거리에 있는 건 나다 둘은 예쁜 사랑 하시고 상처 받은 어린 영혼은 내가 보듬다가 언젠가 내 옆구리에 끼고 살 거야 라고 다짐하고 있을 때 이번엔 우성의 폰 화면이 켜지고

[ 이번 달까진 비시즌이지? 구단 들어가기 전에 대만이랑 미국 여행 다녀오려고. ]
[ 대만이랑 대만이 후배까지 해서 만나용. ]

명헌이에게 문자가 들어오고 휴대폰을 빤히 보던 우성은 태섭에게 문자를 보여줌

" 하... "
" 괜찮겠어? 싫으면 형한테 싫다고 보낼, "
" 좋아, 난. "
" 송태섭, 진짜로? "
" 차라리 둘 모습 보고 내가 낄 틈을 찾거나, 아예 단념할 수 있잖아. "

그래 차라리 단념을 하고 상처 입은 자리에 내가 새살이 날 수 있게 해줄게 말은 안 했지만 우성은 본인의 마음이 태섭에게 닿길 바라겠지

" 너도 상처 덜 받았음 좋겠다. "

저 멍청하고 착한 송태섭이 명헌이 형과 정대만한테 상처 많이 받고 꼭 자길 돌아보길 바라는 수 밖에








우성태섭
명헌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