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계 최고 슈스 커플 송태섭 정대만. 둘 다 인기 오지게 많아서 무슨 행사만 했다하면 피의 폼림픽 열리는 게 기본인데 팬들이 광탈하다하다 서러워서 각자한테 니들도 니들 남친 생일카페 예매해보라고 시키는 게 보고싶다.

시작은 송태섭이 먼저였겠지. 정대만 5월이 생일인데 뭔 서너달 전부터 생일카페 소식 줄줄이 떠서 그거 보던 팬들 다 야 저렇게 많으면 내 자리 하나는 있겠다, 했는데 웬걸. 폼림픽 열리는 족족 광탈임. 그러다 어떤 팬이 송태섭 라방에 자기 정대만 생일카페 광탈해서 서럽다고 했다가 그거 본 송태섭이 "생카? 그게 뭐에요?" 물어봄.

팬들이 생일카페는 이런 거라고 막 설명해주면 송태섭 무슨 어린 동생 얘기 들어주듯이 "아~", "그런 게 있구나. 신기하네.", "와, 형 좋아하겠다." 이러고 리액션 해줌. 근데 막판에 팬 하나가 자기도 광탈했다고 하는 얘기에 하하 웃더니 "속상했겠네." 하고 세상 다정하게 말해주는데 그 말투가 너무 여유있어서 댓글창에 불같은 원성을 사게 됨.

와 자기는 정대만 가졌다 이거지~로 시작해서 결국에는 너도 직접 해봐야 된다로 흘러감. 송태섭 처음엔 사람들 분에 받쳐서 쏟아지는 댓글 보고 웃으면서 "아니 미안해요. 죄송합니다." 하고 웃다가 하도 해보라고 하니까 나름 재밌을 거 같았는지 알겠다고 한 번 해보겠다고 약속함. 결국 사람들이 아직 예매창 안 열린 생카 중에 제일 자리 많은 거 가져와서는 이거 며칠 몇시에 열린다고 꼭 해보라고 당부에 당부를 하고 그날 라방 끝.

그리고 약속한 폼림픽 당일. 송태섭 팬들하고 약속한 대로 진짜 라방 킴. 폼 열리는 시간보다 한 30분 정도 먼저 열었는데 원래도 접속자수 터져나가는 송태섭 라방인데 그날은 진짜 유독 많아서 송태섭 시작부터 "와, 장난 아닌데." 하고 웃음. 

"근데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그 말에 팬들이 캡쳐화면까지 보여주면서 여기에 뭐 적고, 뭐 적고 한 다음에 제출하면 된다고 엄청 친절히 알려줌.

"아니 너무 자세히 알려주는 거 아닌가? 우리 라이벌인데? 나 손 빨라요."

송태섭 그때까지도 여유 만만해서 하는 말에 팬들 다 코웃음침. 

"핸드폰으로는 안된다고? 아 진짜? 무조건 피씨방 가야 돼?"

아이폰으로는 천수관음이 와도 안 된다는 말에 송태섭 "이거 어려운 거네." 하다가 잠시 뒤. 폼 열리는데.

"......됐는데?"

하는 송태섭 목소리.

댓글창 터져나가면서 그럴 리가 없다, 화면 보여줘라 난리 남.

"잠깐만." 

하더니 일정 같은 거 손가락으로 가리고 핸드폰 화면 보여주는데 진짜 성공함. 

<ㅅㅌㅅ 시발 ㅇㅇ카페 폼림픽 성공함> 실시간으로 정대만 갤러리에 글 올라오고. 폼림픽 참여하러 잠깐 라방 나갔다가 광탈하고 다시 돌아온 불꽃남자단들 분명 지난 번 라방에서 야 니가 해보라고 외쳐 놓고 다들 송태섭 보고 너무한다고 울고 있음.

"아니 왜. 해보라며." 

그러면서 댓글창 보다가 <저 정도 스피드는 있어야 정대만을 가지는구나> 이런 얘기보고 피식 웃는 송태섭.

"갈 거냐고? 아뇨 이날 경기 있어서 못 갈 가요. 취소? 아니 취소 안 하고 옆집 꼬맹이 줄 거예요. 옆집에 정대만이랑 결혼한다는 꼬맹이 하나 있어."

순식간에 <태섭아 나도 꼬맹이야>, <태섭아 나 150이야> 댓글 도배되지만 어림도 없음. 결국 불꽃남자단한테 상처만 남기고 그날 라방 끝나는데.

송태섭이 폼림픽 성공한 ㅇㅇ카페 마지막날, 마지막타임에 웬 쌩머글 중년 아저씨 한명이 양손에 주렁주렁 짐 들고 나타남. ㅇㅇ카페 총대랑 스탭들 N년차 정대만 바라기인데 이번 시즌 끝나고 은퇴 예정인 정대만이라 마지막을 불태운다는 생각으로 홍대에서 제일 큰 카페 빌려서 전프레랑 럭키드로우랑 할 수 있는 거 최대한으로 꾸리느라 개갓치 고생하고, 그 고생하고서도 별의별 얘기 다 들어서 멘탈 탈탈 털리는 3일 보냄. 그래도 이제 마지막이다 하는 마음으로 서 있었는데 누가봐도 이런 데 안 올 것처럼 생긴 아저씨가 "여기가 정대만 생일카페 맞나요?" 하고 카페 문 열고 들어오더니 송태섭 선수가 보냈다고 하고 양손 가득 들고 온 거 전달하고 감.

뭔가 해서 열어보니까 근처 호텔에서 맞춘 도시락이랑 정대만 유니폼 상자들임. 그것도 정대만 싸인 들어간. 수량도 넉넉히 보내서는 총대랑 스탭들, 마지막 타임 팬들 다 하나씩 나눠 가지고는 광광 울었겠지. 그 뒤로 불꽃남자단 송태섭은 정대만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인정한단 의미로 송서방이라고 부름.

그리고 드디어 7월. 정대만이 송태섭 생일카페 폼림픽 참여해야 되는 시간이 옴. 

정대만 라방도 잘 못해서 맨날 송태섭이 켜주는데 그날도 송태섭이 켜준 라방에서 송태섭한테 생일카페 폼림픽 참여하는 법 배우는 걸로 시작함.

"할 수 있겠어요?"
"야 당연하지. 나 정대만이야."

송태섭 자신만만한 정대만 보고 피식 웃더니 화이팅하라고 빠져주고. 정대만 혼자 폼림픽 대기하는데 "스읍. 저 이런 거 진짜 잘하거든요." 아까까진 화면 보면서 그런 말도 하고 자기가 여러분 자리 하나 뺏어서 어떡하냐, 걱정도 해주고 하는데 시작 5분 남겨놓고는 말 한 마디도 안함. 화면도 안 봄. 핸드폰만 아주 뛰어 들어갈 기세로 보고 있음. 

그러다 드디어 정각. 폼 열리는데.

"아! 아......"

정대만 의자에서 펄쩍 뛰어 오르더니 갑자기 탄식함.

"아. 이거 에러 났네. 사람들 너무 몰려서 그런가보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다시 열려요? 어???? 이게 떨어진 거라고? 아닌데?? 화면이 이렇게... 이거 에러났다는 거 아니야? ......야 태섭아! 태섭아!"

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정각에 들어 왔는데, 이거 진짜 에러났다는 뜻 아니야? 몇 번이나 현실부정 중인 정대만. 댓글창에 다들 <오빠......> 하는데 끝까지 안 믿다가 기어이 송태섭이 와서 형 떨어진 거 맞다고 알려주면 그제야 믿음. 

"와...... 너네 진짜...... 너무한다. 아니 이걸 어떻게 해??????"

그날 라방 온 사람들 다 끝날 때까지 정대만한테 혼나다 나감. <오빠 우리도 떨어졌는데 뭘 너무해> 아무리 댓글 달아도 정대만 보지도 않음. 그냥 계속 너무한다, 이걸 어떻게 하냐, 이 소리만 함.

그리고 며칠 뒤. 송태섭 생일 전날. 송태섭 라방 뜨는데 제목이 <생일카페 왔음>이라 다들 뭐야??? 하고 들어가봤더니. 둘이 같이 사는 집, 주방 바 테이블에 포장도 안 뜯은 온갖 시럽이며 파우더 줄줄이 늘어서 있고 그 앞에 정대만 앞치마 두르고 서 있음. 송태섭 그런 정대만 찍으면서 설명해주겠지. 형 생일카페 탈락하고 억울해서 카페 차렸다고.

근데 사실은 억울해서 차린 건 아니고. 정대만 탈락한 거 보고 송태섭이 와 형 진짜 서운하다, 하고 몇 번 놀렸는데 송태섭은 자기 생일카페 챙겨줬는데 자기는 못 챙겨주는 게 영 미안했는지 정대만이 그럼 일일카페 해주겠다고 한 거였음. 

어쨌든 송태섭 생일 하루 앞두고 열린 일일카페. 흰 티셔츠에 트레이닝 바지 입고 허리에 바리스타처럼 까만 앞치마 두른 정대만이 화면에 대고 손 한 번 흔들더니 그 너머에 송태섭한테 "빨리 골라." 하고 있음.

"손님한테 너무 반말 아니에요?"
"아, 몰라. 빨리 골라."
"참나. 나 진짜 고른다?"
"엉."
"아무거나 다 돼요?"
"당연하지. 아무거나 골라."
"나 그럼... 말차라떼."
"어?"
"말차라떼. 아이스로."
"......단 거 안 좋아하잖아?"
"오늘은 단 게 땡겨서."

에이씨. 정대만 궁시렁 거리는 소리 다 들리고 송태섭 웃느라 그거 찍고 있는 화면 부들부들함. 송태섭 아예 화면 고정시켜놓고 정대만이 핸드폰으로 레시피 검색해가면서 말차라떼 만들어주는 거 찍는데 댓글창에 복장 터져나가는 소리만 들림.

"파우더... 세 스푼...."

<아니 오빠 스푼 깎아야지>, <위를 깎으라고!!!!> 아무리 외쳐도 에베레스트처럼 쌓은 말차파우더 세 스푼 털어넣고

"시럽 세... 이거 왜 이렇게 안 나와?"

<나왔다고!!>, <지금 나왔다고!!!!>, <그만 눌러!!!> 펌핑기 부술 기세로 시럽 들이 붓더니

"컵의 벽면을 따라서 부어..... 야, 태섭아."
"네."
"모양은... 상관없지?"

그러더니 송태섭 등지고는 딸그락딸그락 아주 컵 깨부술 기세로 휘젓고 난리남. 

온갖 우여곡절 끝에 결국 송태섭 앞에 말차라떼 도착하는데 윗면에 말차시럽 끈적하게 묻어 있고 얼음에 파우더 가루 좀 껴있지만 어쨌든 말차라떼처럼 보이긴 함. 정대만 긴장한 얼굴로 마주보고 앉아 있다가 송태섭이 막 컵에 입 닿으려는 순간

"야 잠깐만. 이거 찍어야지."

하고 송태섭 쪽으로 화면 전환함. 

"이제 마셔."
"잘 마실게요."

컵 들고 있던 송태섭 눈 한 번 휙 들어올려서 정대만 쳐다보고 씩 웃더니 드디어 말차라떼 한입 맛보는데.

"오."

한 모금 꿀꺽 삼키고는 눈썹 들어올리면서 감탄함.

"맛있어?"
"나름. 나쁘지 않은데?"

그리고 한 모금 더 크게 마심. 정대만 말차라떼 만드는 내내 속 터져 죽을뻔 했던 팬들 다 신기해서 <오>, <웬일?????> 하고 놀라고. 정작 만들어준 정대만도 기대 안 했는지 "진짜????" 하고 물어봄.

"어. 진짜."

송태섭 무심하게 끄덕이면서 하는 말에 신난 정대만 "야, 나두." 하고 잔에 손 뻗는데

"안 돼. 이건 내 꺼잖아요."

얼른 뺏어가는 송태섭 보고 댓글창 다들 <아......>, <역시......> 하고 있음.

"아, 한입만 줘 봐."
"싫어."
"와. 너 진짜 치사하다."
"형 꺼는 형 생일에 내가 해줄게."

송태섭 그러면서 기어이 정대만한테 한입도 안 주고 말차라떼 싹 비우는데. 고개 치켜들고 마지막까지 털어넣다가 우연히 내리깐 시선에 삐져서 입 튀어나온 정대만 얼굴 걸리자마자 풉, 하고 터져서 반지 주렁주렁한 손으로 입 가리면서 웃는 송태섭 얼굴이 너무 행복해보여서. 

폼림픽도 못하고 말차라떼도 못 만들지만 송태섭을 저런 얼굴로 만드는 사람이라면 송태섭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마찬가지로 인정받는 정대만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