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섭대만



느바 찍고 두유노클럽 가입하면서 순식간에 국내 제일의 슈퍼스타 농구선수 된 송태섭. 지난 시즌에 미국생활 접고 국내 리그랑 계약하면서 프로리그 뒤집어놓은 장본인. 국내에서 맞이한 첫 시즌 역시나 리그 우승으로 마무리하고 비시즌 맞이하는데. 방송국 성화에 못 이겨서 전1참1시 나오면 좋겠다.

송태섭 출연하는 날. 로고송 나오고 패널들 인사하는데 다들 유난히 화려한 차림새임. 각자 인사하면서 옷이 그게 뭐냐, 오늘 너무 과하다, 한참 우스개소리하다가 메인엠씨가 "우리가 오늘 이렇게 차려입은 이유가 있죠?" 함. 그때까지 패널들 서로 옷차림 가지고 놀리는 거 보면서 웃는 거 간간히 잡히던 송태섭 클로즈업 되면서 "드디어 이분이 오셨네요~", "농구선수 송태섭씨!" 하고 박수치고 소리 지르고 난리남.

"아니 송태섭 선수가 워낙 옷 잘 입는다고 유명하셔서 저희도 힘 좀 줘봤어요. 어떠세요." 옆자리 패널이 말 걸면서 자기 어깨에 달린 이상한 장식 막 흔들면 송태섭 웃으면서 예쁘다고 해줬다가 또 난리남. 그러고 패널들 다 같이 송태섭 착장 쫙 한번 훑는데, 서른 중반의 송태섭 나이 먹고 나서는 경기장 밖에서는 가끔 머리 내리고 다닐 때도 있어서 이날도 편하게 세팅한 곱슬머리에 가슴골 좀 깊이 파인 검은색 브이넥 니트차림임. 거기에 목걸이랑 피어싱, 반지, 시계는 다 차고 있음. 패널들 옆에서 그거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멋있네, 센스있네, 호들갑 떨면 송태섭 웃으면서 잘 받아주겠지. 그러다가 여자 패널이 피부가 어쩜 저렇게 매력있고 윤기 나냐고 하면서 다른 패널들한테 "팬분들이 송태섭씨 뭐라고 부르는지 다 아시죠?" 하고 물으면 메인엠씨가 "인간 고디바!"하고 대답함.

송태섭 팬들하고 소통도 잘하고 웬만한 주접 잘 받아주는데 인간 고디바는 좀 오글거려서 물 마시다 한 번 터질듯. 그럼 또 패널들 그거 가지고 "아니 왜 그러세요, 고디바씨." 하고 놀리다가 다같이 웃고 드디어 시작하는 송태섭 VCR.

첫 장면은 송태섭 집앞에서 시작함. <아침 7시> 자막 뜨면서 가벼운 운동복 차림의 송태섭이 메탈 스트립의 애플 워치 세팅하고 있음. 좌우로 목 풀면서 잠깐 세팅하더니 그대로 조깅 시작함. 워낙 땅값 비싼 동네라 집들 다 엄청 크고 아침시간에 차도 별로 없는 동네를 착, 착, 착, 착 뛰어가는 송태섭. 발놀림도 가볍고 움직임도 부드러워서 그렇게 안 빨라보이는데 잠시 뒤. 저 멀리서 풀샷으로 찍은 영상 보는데 웬 코요테가 따로 없음. 순식간에 슈슈슈슉 뛰어서 골목 벗어나는 송태섭 때문에 카메라 감독들 헉헉거리는 소리 담기고 난리남.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영상들 땀 흘리는 송태섭(고자극), 셔츠 옷깃 들어서 땀 닦는 송태섭(고자극), 가파른 오르막길 다 뛰어 오르고 나서 숨 고르는 송태섭(고자극) 다 이런 식이라 실시간 불판 달리던 송태섭 갤러리의 갤러들만 노났음. <오늘 고자극 특집이냐?>

그렇게 운동 끝낸 송태섭 집으로 감. 곧장 주방으로 가길래 아침 먹으려나 했더니 간단하게 야채랑, 닭가슴살, 과일 넣고 갈아서 한 잔 마시고 영양제 챙겨 먹고 끝. 땀 흘렸으니 샤워하고 옷 갈아 입고 나오는데 화면 슬로우 걸려서 스튜디오에 있던 남자 패널이 "오늘 도대체 슬로우 몇 번을 거는 거야~" 하고 농담처럼 궁시렁거림. 

송태섭 이번에도 머리 올리지 않고 왁스로 가볍게 정리만 하고, 옷은 그냥 평범해 보이는 검은 반팔 티셔츠 차림인데 C사 명품이고... 그렇게 편해보이는 차림으로 나타나는데 향수는 또 뿌림. 양쪽 목빗근에 칙칙 뿌리는데 시계 바뀌어 있겠지. 운동할 때 차는 애플워치 아니고 가죽 스트랩의 클래식 시계.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송태섭 저 시계 하나가 독일 AA사 세단이랑 값 똑같다고 글 올라옴.

"아니, 아침부터 어디 가시나봐요?" 아침 9시에 운동, 식사, 샤워 다 마치고 직접 운전대 잡고 가는 송태섭 영상 보면서 스튜디오 패널이 물어봄.

"네. 제가 지난달부터 백수라. 요새 남의 집 밥을 좀 축내고 있습니다." 

송태섭 짓궂게 웃으면서 대답하면 다들 궁금하다고 하면서 VCR 보는데. 송태섭 얼마 안 가서 어떤 맨션 주차장으로 들어감. 근데 입구에서 당연하게 송태섭 차 번호 인식해서 차단 바 열리고, 송태섭도 익숙하게 주차하더니 입구 비번 누르고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감. 아무리 봐도 어디 가게는 아니고 가정집 같아서 패널들 "어머니 만나러 가는건가?" 하면서 추임새 넣고. 그 사이에 송태섭 목적지 도착해서는 현관문 비번 삑삑삑삑 누르고 들어감. 

안은 가정집이 맞긴 한데, 송태섭 어머니가 산다기엔 너무 휑하고 전체적으로 깔끔, 모던함. <이곳은 어디??> 자막 뜨면서 카메라가 전체적으로 화이트톤의 깔끔한 거실 훑고. 송태섭은 차에서 들고 내린 쇼핑백 주방 바테이블에 얹어놓고 있는데 

"왔냐."

안방문 열고 나오는 크블 최연소 감독 정대만.

"정대만 선수 아니에요?!!" 선수 그만둔지 한참 됐지만 패널이 아직도 그렇게 부르면, 화면에 주르륵 선수시절 정대만 영상 하이라이트로 지나가고 마지막엔 수트 차림으로 코트에서 소리 지르는 정대만 사진 뜨면서 <감독으로 돌아온 불꽃남자 정대만> 하고 소개 영상 마무리 됨.

다시 VCR로 화면 바뀌면서 흰 티셔츠에 아디다스 팬츠 입은 정대만 밤새 눌린 머리 손으로 슥슥 빗으면서 송태섭 옆으로 걸어옴.

"뭐야?"

송태섭 어깨에 턱 기대면서 묻는데 잠 다 안 깼는지 목소리 약간 웅얼웅얼함. 송태섭 자기 어깨에 쪼끄만 얼굴 올려놓은 채로 쇼핑백에서 물건 꺼내면서 "두부."하고 대답함. 

"김치찌개 해달라면서요."

정대만 턱 눌려서 거의 "웅" 하는 소리로 대답하더니 기특하다는 듯이 송태섭 머리 막 흐트러뜨리는데 그거 보고 있던 송갤러들 다 헉함. 왜냐면 송태섭 머리 만지는 거 싫어하기로 유명해서.

일부러 어디 나가서 얘기한 건 아니지만 팬들은 다 아는 얘기겠지. 송태섭 화보 촬영장 영상 떴을 때도, 왓츠인마이백할 때도, 하다 못해 최근 구단 자컨에서도 헤어스타일은 자기가 직접 만진다고 했었음. 다른 사람이 만지는거 좀 불편하다고. 근데 정대만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조금 전에 왁스로 손질해온 송태섭 머리 엉망으로 흐트려놓고 세수하러 들어가는데 정대만 때문에 옆머리 삐죽 튀어나온 송태섭 아무렇지도 않음. 물 트는 소리 나는 화장실에 대고 "밥 올려놨어요?" 하고 좀 크게 묻고 있음.

"어!" 화장실에서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쌀뜨물도 빼놨다!" 함. 다행히 "웬일로 말을 잘 듣지." 하는 송태섭 혼잣말은 못 들었는지 화장실에선 정대만 세수하는 소리만 들림. 

송태섭 밥솥 열어보는데 시키는대로 물양 잘 맞추고 옆에 쌀뜨물도 잘 빼놨지만 밥솥 취사 버튼 안 눌려있음. 송태섭 못말리겠다는 얼굴로 웃더니 밥솥 잠그고 취사 버튼 누르지. 그러고 옆에 있는 냉장고 열어서는 자기 집인 양 맨 밑에 있는 김치통 바로 찾아서 꺼냄. 그때쯤 세수하느라 티셔츠 앞섬 다 젖은 정대만 수건으로 얼굴 대충 문지르면서 주방에 다시 들어옴.

"쌀뜨물 봤어?"
"어. 잘했네. 이거 어머님이 보내주신 거에요?"
"어."
"맛있겠네."

송태섭 본격적으로 요리할 생각에 손목시계 풀어서 식탁에 올려놓고 김치부터 썰기 시작하고. 정대만은 아침 영양제 챙겨 먹고 식탁에 앉아서는 송태섭 시계 차고 있음. 둘이 손목 굵기 비슷해서 정대만 손목에도 착 감기겠지.

"야. 이거 멋있다?"

정대만 자기 손목 들어올리고는 시계 쳐다보면서 말하는데 송태섭 어깨 너머로 고개 돌려서 그거 잠깐 보고는 다시 요리하면서 대답함.

"이쁘네. 형 해요."
"진짜?"
"어. 쌀값 대신 그거 낼게."
"야이씨, 쌀을 얼마나 먹을라고." 

정대만 막 웃으면서 시계 다시 풀어서 얌전히 내려놓고 식탁에 앉아서 발 흔들면서 송태섭이랑 이런 저런 얘기함. 주말에 백호 왔다갔는데. 아, 진짜? 어, 걔 하루 자고 갔더니 쌀 떨어져서 저거 어제 새로 사온 거야. 둘이 요리해 먹었어요? 아니, 배달시키고 밥만 해먹었지. 형 간만에 잘 먹었겠네. 어, 한 이틀 배가 안 고프더라. 그런 얘기하다가 태웅이 다음 달에 한국 온대, 나 지난번에 치수선배네 애기 보러 갔어요, 그렇게 화제 한 두어번 바뀔 때쯤 밥솥에서 삑- 다 됐다고 소리남.

정대만 벌떡 일어나서 밥솥 여는데 잠금 안 풀어서 못 열고 있는 거 송태섭이 찌개에 두부 썰어넣다 말고 손 뻗어서 잠금 풀어줌. 그러고 밥솥 여는데 분명히 정대만 코부터 들이 밀 기세라 뜨거운 김에 다칠까봐, 송태섭 보지도 않고 뒷덜미 당겨서 "얼굴 다 덴다." 하고 떨어뜨려 놓음. 결국 뚜껑 열고, 김 다 빠지고 나서야 정대만 밥솥에 얼굴 들이밀고는 "크으~~" 하고 있음. 

"윤기 봐라."
"어디 봐봐요."

송태섭 찌개 대충 뚜껑 덮고 정대만 옆으로 옴.

"장난 아니지?"
"진짜 잘했네."
"나 밥 잘한다니까."

그러더니 옆에 있는 수저통에서 수저 깨내서는 제일 위에 고슬고슬한 밥 슥슥 뒤적여서 조금 푸더니 송태섭 입에 갖다 댐. 송태섭 후후 풀어서 좀 식히고 왕 받아먹고는 "오." 하고 끄덕끄덕함. 

"밥 퍼요. 찌개 다 됐어."

익숙하게 아침상 차리는 둘. 밥 푸고 수저 놓는 건 정대만이고, 찌개랑 반찬 꺼내는 건 송태섭임. 등치 이따만한 남자 둘이 주방에서 왔다갔다 하는데 하도 익숙해서 동선 하나도 안 부딪힘. 

그러고 둘이 마주 보고 앉아서 밥 먹기 시작하는데. 송태섭 오늘 이 집에 들어오고부터 계속 요리하느라 왔다 갔다 하고 정대만도 옆에서 그거 도와준답시고 왔다갔다 하느라 이번 영상에서는 둘이 나란히 마주보고 있는 장면 처음으로 잡히는 건데. 정대만 쫑알쫑알 얘기할 때마다 얼굴 쳐다보면서 "아 진짜?", "그랬어요?" 하고 대답하는 송태섭 얼굴이 너무...... 너무라 다들 할 말 없어짐.

"그저께 김치찌개가 너무 먹고 싶어서 사러 갔는데 사장님이 휴가인 거야."
"여기 밑에? 형 좋아하는데?"
"어."

그냥 이런 세상 별 볼 일 없는 얘기하는데 송태섭 눈으로 양봉하고 있음. 정대만 흰 티셔츠에 김치찌개 국물 다 튀고 있으면 "아 진짜~" 입으로는 짜증내는데 눈 내리깐 얼굴에 입꼬리는 이미 올라가 있지, 손은 벌써 휴지 뽑아다 닦고 있음. 

"그냥 둬. 빨면 돼."
"김치국물 잘 안 지워질걸?"
"진짜? 나 이거 쌔건데."

정대만 뒤늦게 앞치마 가져다가 두르고 있으면 송태섭 뒤에서 웃고 있는 거 화면에 다 잡히고... 

둘이 아침 먹고, 같이 피트니스 갔다가 체육관 아래층에 게임장에서 인형 뽑기 개갓치 망하고 아이스크림 먹고 백화점 가서 치수네 애기 줄 선물사고 저녁 먹고 헤어지는 동안 송태섭 하루종일 눈에서 꿀 떨어지고 있어서 송갤이고 정갤이고 농구갤이고 댓글 대통합 됨.

ㅇㅇ : 대만아 그냥 태섭이한테 대만이 주자
ㄴㅇㅇ : 22222222222
ㄴㅇㅇ : 33
ㄴㅇㅇ : 44444 그래 대만아 좀 줘라 애가 저렇게 좋아하는데

그렇게 전1참1시에서 정대만이랑 있는 내내 인생 최고로 행복한 얼굴로 배부른 사자처럼 웃고 있는 송태섭 얼굴 공중파에 박제 되는데 방송 나가고 일주일 뒤에 구단 출근하는 정대만 손목에 방송 나왔던 송태섭 시계 채워져 있어서 다들 진지하게 저 정도면 진짜 대만이 줘야 되는 거 아니냐고 수군수군하는 거.... 그런 거 보고 싶다....